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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의 성인용품가게 피우다에서 만난 강혜영 대표 | 심윤지 기자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한 달. 리얼돌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리얼돌 논쟁은 2017년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한 업체가 인천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인천세관은 현행 관세법 제 234조와 제237조를 들어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 보류 처분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리얼돌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본 1심 판결 대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논란이 커진건 한 성인용품 업체가 ‘실제 사람을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홍보에 나서면서다. 이후 리얼돌의 수입·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7일까지 26만명이 서명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성인용품가게 ‘피우다’를 운영하는 강혜영 대표(38)는 최근 지인들에게서 “리얼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8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말해보자 리얼돌 집담회’에도 패널로 참석했다.

 “나, 내 친구, 내 딸과 똑같이 생긴 성인용품이 누군가의 옷장에 들어있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불안이 표출된 것이죠.” 지난 7일 피우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한 26만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여성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불안’은 아니라고 했다. “불법촬영물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단톡방 성희롱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사회잖아요. 많은 여성들이 리얼돌을 보며 불편함과 공포를 느끼는 한국 사회의 맥락이 있어요. 이를 무시한 채 ‘사생활’만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법적 규제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사회적 논의는 이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리얼돌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리얼돌 논쟁이 불거지고 피우다에서 일하는 2명의 동료와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들끼리도 의견이 갈렸다. 저는 리얼돌을 보고 “저렇게까지 성을 향유해야 하나” 분노와 혐오감이 먼저 들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성인 용품을 파는 것과 성을 파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고객들과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이런 한국 사회 상황을 고려한다면, 리얼돌을 단순한 ‘성인용품’으로 봐선 안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반면 교육과 제품 담당을 맡고 있는 미국인 동료 쉐리 슬릭은 생각이 달랐다. “리얼돌은 사람이 아니라 성기구”라는 인식이 확고한 편이었다. 포르노가 대외적으로 유통되는 것과 달리 리얼돌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만큼 정부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견이 일치한 부분은 없었나.

=특정인의 얼굴을 본딴 커스텀(맞춤제작) 리얼돌, 그리고 아동의 형상을 한 성인용품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나라들이 ‘개인의 자유’를 이유로 성인용품 규제를 해제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얼굴을 본딴 성인용품을 만들어 소지하는 순간, 개인의 초상권 침해라는 실제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더이상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아동 형상을 딴 리얼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존재가 리얼돌로 인해 성적인 대상으로 상품화된다면 사회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피우다에서는 리얼돌을 판매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체를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제품은 성인용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성인용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가 성을 바라보는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리얼돌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굉장히 많은 지인들로부터 우려와 걱정이 섞인 연락을 받았다. 평소 페미니즘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친구도 물론 있었지만 “왜 여자가 성인용품을 파느냐”며 저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도 있었다. 리얼돌이 시장에 확산되면 나나 내 친구, 내 딸의 얼굴을 한 성인용품이 누군가의 옷장 속에 있을 수 있다는 실존적인 공포와 불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리얼돌과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커스텀 리얼돌 제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슬릭의 가족이 미국에서 3D 프린트 사업을 하는데, 우리에게 인체를 정교하게 본딴 성인용품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연해준 적이 있다. 실제로 남성의 성기를 똑같이 복제해 성인용품으로 맞춤 제작해주는 업체도 있다. 지금 당장은 경제적 타산이 안맞을 순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3D 프린트가 상용화되면 개인적으로 리얼돌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고 통제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2018년 독일 ‘성과학(Sexologies)’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2%, 남성의 9%가 이미 섹스돌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독일에서도 최근 문제가 되는 리얼돌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때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반면 한국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를 통해 성교육 아닌 성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얼굴이 찍힌 불법촬영물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불특정 사이트에 유통되거나, 단체카톡방에서의 성희롱 대상이 될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많은 이들이 리얼돌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한국 사회만의 맥락이 있는 것이다.

-‘여성 성인용품은 기능화되는 가전제품의 형태를 띄는 반면 남성 성인용품은 여체와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한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나.

=확실히 모양이 다르다. 여기엔 생물학적인 차이도 있다. 처음 성인용품 사업을 하려고 알아보던 2008년까지만 해도 남성 성기 모양을 그대로 본딴 여성 성인용품이 많았다. 그러다 대중매체에서 여성의 성욕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클리토리스 자극으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학술적 연구도 늘었다. 현재 인기있는 여성 자위기구는 대부분 RPM이 1분에 5000번 이상인 제품이다. 굳이 남성의 손 모양을 그대로 구현할 필요는 없다. 여성 소비자가 세련되고 안전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시장도 발맞췄다. 반면 남성의 자위는 대개 성기 삽입 형태로 이루어진다. 텀블러 형태의 제품도 있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여성의 형상을 한 제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 제품이 시장에서도 인기가 많다.

-지난해에는 “실제 여대생의 신체를 본땄다”고 광고한 성인용품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마케팅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성인용품은 개인에 성적인 만족감을 주기 위한 도구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욘 없다. 하지만 유독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인용품일수록 여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했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광고 방식도 거침이 없다. “인형이 아니라 진짜 사람같다” “옆집에 사는 아무개와 꼭 닮았다” “실제 여대생을 모델로 했다”는 식이다. 이런 광고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남성은 성을 누리는 존재로, 여성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인용품은 여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리얼돌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사실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리얼돌이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해서, 단순히 혐오감이 든다고 해서 규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섹슈얼리티는 정말 다양하다. 리얼돌이 사람보다 낫다며 동반자처럼 아껴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취향에 대해 국가가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된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조심스러워야 한다. 규제 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특정 섹슈얼리티에 대한 혐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규제가 어렵다고 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음주운전을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어 규제를 하듯이, 성인용품도 마찬가지 이유로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아동 형상을 한 리얼돌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판결 전에도 국내 업체가 만드는 리얼돌은 합법이었다. 누가 봐도 아동 형상을 하고 있지만 ‘21살 아무개’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제대로 된 규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성인용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학술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청원과 리얼돌 논쟁은 긍정적으로 본다. 리얼돌이 시장에 확산되기 전에 문제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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