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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가슴으로 느끼는 소리 (5) -백일장

gunssulJ 2018.03.14 08:57 조회 수 : 57

드디어 말출이다.


분대장 포상에 병장 휴가까지 붙여서 15일인데 이번엔 나오겠지.


15일동안 실종될 순 없을거야.



"김병장님. 그렇게 다림질해도 민간인들은 못 알아 보는거 아시잖습니까."


"시끄러. 정성이 담기면 하늘도 감탄할거야."


"그런데 머리는 왜 그렇게 짧습니까?"


"이민우 병신새키가 이따구로 밀어놨다. 분대장 안내려놨으면 벌점 매겼을텐데, 힘도 없어서 욕만하고 말았지. 시발.


아, 나 신발좀 닦아주면 안될까?"


"네. 그건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엔 꼭 만나시고, 전역하기 전에 얼굴 좀 보여주십시요."






"야 서동환. 나다."


"어. 형."


"전 날 술먹고 뻗었나보네."


"네. 뭐 그렇죠."


"나 휴가 나왔어. 동아리 모임 언제하냐?"


"당분간은 계획 없어요. 형 나 좀만 자고 이따 전화할게요."


"나쁜새키"






'은영씨. 나 휴가 나왔어요. 마지막 휴가에요. 이번엔 15일이에요. 집에가서 기다릴테니깐 방명록 글 남겨줘요.'





"엄마. 나 왔어요."


"아이고 우리아들. 머리 짧게 자르니깐 좋네. 나올 때마다 머리 길어서 이게 군인 맞나 했다."


"머리 얘기 하지 마세요. 가뜩이나 후임 이발병 짜증나는데.."


"왜 이쁘기만 하구만. 생긴건 지 아부지랑 똑같이 생겨서 잘생기긴 했다."


"................난 아빠 없어요."


".... 그래. 밥 안먹었지? 엄마랑 밥먹자. 너 온다길래 너 좋아하는 오징어젓 사다놓고 갈비찜 해놨어."


"밥은 조금만 주세요. 이따가 나갈지도 몰라서요."


"또 어디 나간다그래. 첫 날은 쉬어도 되잖니."


"엄마. 나 여자 보러 가요."


"엉? 여자? 엄마 그런말 들으면 벌써 섭섭하다."


"왜요~ 엄마도 좋은 며느리 얻으면 좋잖아."


"얼마나 좋길래 그러니? 사귄지는 얼마나 됐는데?"


"아뇨. 아직 얼굴도 못봤어요."


"아서라. 밥이나 무라."







5일이나 지났다.


답장은 오지 않는다.


내겐 아직 열흘이라는 시간이 있다.


진짜 못 생겨서 그러는건가? 아닌데.. 이쁘댔는데..


못 생겨도 좋으니까 보고싶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나도 남자니깐 여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여자를 이렇게 기다리게 될 줄이야.


얼굴보다도 마음이 예뻐지고 싶어하는 그 마음씨 때문일까?


글귀 하나에도 끌릴 수가 있구나.


사람이 좋아지는 이유는 참 많은 것 같다.




10일 째


'그 동안 많이 생각했어요. 동아리 가입은 했지만, 오빠를 한 번도 보지도 못했고, 활동도 정말 가끔 나가는 이유가 있어요.


오빠가 제 전화번호도 묻지않고, 오로지 이렇게 방명록으로 나와 대화하려고 한 것에 좀 놀랐어요.


내가 어떤 모습이건 실망하지 않는다면 나갈게요.'



'답장 기다렸어요. 네. 어떤 모습이건 상관하지 않을게요.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 생각했었어요. 어떤 모습이건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 말이에요. 몇 시에 어디로 오는게 편하세요?'



'7시에 저희학교 분수대로 오세요.'






7시 정각



아차, 연락처를 못 받았다.


누군지 어떻게 알지?


난 폴더폰이라 싸이도 안된다.


혹시나 글을 써놨나 확인하러 피시방을 가야하나?




약속장소 분수대에는 10명정도가 있다.


5명은 남자고,


3명은 애기들이고,


1명은 애기 엄마고,




나머지 한 명.


흰색 원피스에


귀를 덮는 긴 생머리


얼굴도 완전 작고


키도 165 정도 되보인다.


무엇보다.. 이렇게 눈이크고 예쁜 여대생은 처음본다.




설마?




"혹시.. 은영.."


그녀가 날 쳐다본다.


웃는다.


"네. 저 맞아요. 반갑습니다. 오빠"


손을 내민다.


"아.. 아 네. 반가워요."


"오빠 되게 귀엽게 생겼네요."


"하하.. 처음부터 그런말하면 되게 쑥스러운데.."


"오빠 저 배고파요. 같이 밥먹으러 갈래요?"



이 친구는 나와 눈 마주치는 걸 되게 잘한다.


난 부끄러워서 눈동자도 제대로 못 본다.



"오빠 저 보고 얘기해요.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얘기했으면서 모가 부끄럽다고 그래요"


"아. 아니. 그냥 너무 예뻐서.. "


"예쁘다구요? 정말요? 우리 뭐 먹을래요?"



생각보다 정말 밝은 친구다.


다행이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뭐 이렇게 생긴 애가 있나 싶다.


너무 예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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