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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해 보니까 앞에다가 적으면 될걸 뒤에다 적으니 모바일 버젼에서 두번째 얘기 확인하기가 힘들었네.


혹시나 내가 올린 글 봤는데 2편은 어딨어? 하는 애들은 찾아봐봐 뒤에 있으니까.


지금도 한잔 하고 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주말밤에 그냥 쓰는게 날거 같다. 주중에는 더 피곤할테니..


1편보다는 반응이 시들했지만 좋은 댓글 남겨준 애들한테 고마워서 마지막 정신력 쥐어짜서 오늘 완결 내련다. 좀 길거야 아마..





그렇게 걔 남겨두고 군대갔다. 종전에 말했지만 생각 많이나는 정도가 아니라 안한 적이 없어.


사람이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간접적으로 꿈에라도 나와주더라.


난 뭐 훈련소 같은데서 "사랑하는 사람 있습니까!!!" 이런질문 그냥 TV에서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진짜 하드라?


그래서 "네 있습니다!" 했더니 "이름이 뭡니까!" 이러길래 이름 말했더니 "애인입니까!" 하드라고?



"그냥 제가 혼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거때문에 훈련소에서 별명 노맨티스트였다. 내 성이 노씨라서.. (성이 노씨라고 일베랑 엮지마라. 어쩌겠냐 진짜 노씨인걸..)


걔가 편지도 자주 써줬는데 그거때문에 동기새끼들이 심심할 때마다 나 놀리는 재미로 버텼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첫휴가때까지 어떻게 버텼어. 참고로 학창시절 운동부도 잠깐 했던지라 이병생활은 나름 잘 한거 같애.


그래서 연락했지. 나 드디어 나간다고. 시간 비워두고 용산역으로 갈거니까 데릴러 나오라고..


그랬더니 진짜 나왔어. 지금도 잊지 못하는게 내가 먼저 도착해서 역 앞에서 찌질하게 헐렁한 군복입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걔가 오는게 보이더라고. 근데 와 진짜 고 몇달 사이에 머리를 단발로 삭둑 잘랐는데 너무 이쁜거야.


아직도 걔가 저 멀리서 나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가 내 얼굴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손흔들던 그 얼굴 절대 못잊는다.


그 순간 만큼은 존나 말도 안되게 내가 저런 애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였다니까.



니들도 군대 다녀온 애들은 알겠지만 군생활 하다보면 대충 곁다리 인맥들 깊이가 사이즈가 잡히잖아.


와 진짜 죽고 못산다고 술쳐먹던 년놈들 연락한번 안하드라. 휴가나간거 알면서도 연락 피하기도 하드라.


그래 니들 좆대로 하고 아쉬울거 없으니까 꺼지라는 심정으로 휴가나가면 동네놈들이랑 얘만 만난거 같애.


그냥 얘는 내 짝사랑 상대가 아니라 토니스타크랑 페퍼의 관계였어. 그냥 내 모든걸 받아주고 책임져주는 애였지.


힘들때 전화해서 징징대는거 다 받아줘 휴나가나면 챙겨줘 편지써줘 소포보내줘 친구들 데리고 면회와서 선임들 챙겨줘..


위에서도 말 했지만 이런 애가 나란놈을 아직 사랑은 아닐지언정 우정으로 감싸주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게 짬 차니까 뭔가 자신감이 생기데? 휴가도 주기적으로 꾸준히 나가는데다 1년 넘어가고 전역일자 몰래 세기 시작하니..


그래서 생각했지. 말해야겠다고. 그런데 그게 말처럼 되냐? 내가 1년넘게 아껴온 감정인데 그냥 뱉기가 쉽지 않드라고.


그러던 와중에 와 이 시발 타이밍이라는게 사람이 운명론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들더라.


갑자기 언제 휴가 나오녜. 그래서 언제언제 나간다고 했지. 그랬더니 보쟤 할말있다고. 설레는 맘 잡고 놀랄준비 하고 나오라고..


솔직히 확신했다. 얘도 나랑 같은 생각 하고 있을거라고. 니들 중에 이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 안할 사람 있냐?




"나 남자친구 생겼어!"


이게 휴가 나가서 들은 설레는 맘 잡고 놀랄준비 하고 가서 들은 그놈의 할말이었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어색한 웃음 지으면서 말했더니만 진짜래더라. 자기가 남자하나 못사귈 정도로 매력없냐고 징징대더라고.


이 바보가 그 말이 아니라 뻥이라고 농담한거라고 제발 말해달라는 질문이었다고 멍청아. 진짜 멍청한거야 순진한거야..


진짜 순간의 정신적 충격이라는걸 처음 겪어본 것 같애.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스벅 화장실 들어가서 거울보고 그냥 서있기만 했어.


그러고 나왔는데 얘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아무말 안하고 쳐다만 보더라. 그렇게 어색하게 밥먹고 돌아왔어. 그리고 복귀했지..



며칠 뒤에 편지를 받았어. 이 착한 나쁜년은 나한테 미안하데.. 숨길라고 한거 아닌데 얼굴보고 말하고 싶었데..


내가 그 일 이후에 얼마나 병신같이 지냈는지 소대장이 불러서 집에 안좋은 있냐 물어보드라.


꽤나 의지하던 사람이라서 그 말 듣자마자 병신같이 그 앞에서 존나 울었다. 당황하며 물어보길래 다 대답해 줬어.


그 뒤로 나 몰래 내무반장들 모아다가 쉬쉬하면서 나 집에 안좋은 있다는 식으로 말해줬나봐. 한동안 아무도 안건들더라고..


내가 얘 편지에 칼답장 안써준 적이 없었는데 저 편지에 답장 써주기까지 2주나 걸렸다. 물론 뭐 훈련 들어갔었다고 뻥쳤지 그냥..


그러고 나서 통화 했는데 더이상 목소리 못 들을 것 같아서 나랑 전화 자주하면 애인이 싫어한다고 말하고 연락도 서서히 끊었지.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감정을 순식간에 정리 해 버린다는게 쉬운게 아니더라고.


입은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가슴 속으로는 걔 좋아하는 마음 단 0.1%도 줄어들지 않았었다. 되려 늘면 늘었지.


가끔 전화하고 편지하고 하면서 얼굴한번 못 본 그 사람한테 미안하지만 나 전역하기 전까지 그 사람이랑 헤어지길 간절히 바랬어.


그러다 하늘도 뺑이치는 군바리 옛다 소원한번 들어주자 하고 기도빨이 제대로 먹혔는지 언젠가부터 안좋은 얘기만 하더라?


이게 원래 친구가 애인이랑 하향곡선 타면 걱정을 해줘야 되는데 이거 왜이렇게 기쁘냐. 맞장구 존나 쳐주고 같이 뒤땅 개까고..


그러다 어느날 헤어져야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더이상 망설이다 산통깨는 일 없게하리라 다짐했지.


휴가 타이밍까지 지렸음. 나 다음주에 나가니까 만나자고 했어. 나도 너한테 할 말 있다고..



나 결론부터 말하는거 좋아하는거 알지?


그날 만났는데 얘가 좀 늦게 왔길래 뭐하다 늦었냐고 징징대니까 애인이랑 영화보고 왔다더라.


그래 맞어. 안헤어졌어. 다시 잘 사귀고 있었더라고. 근데 그 순간 재밌는게 콧웃음과 같이 웃음이 나더라?


이게 콧방구를 뀌었다는게 아니라 그냥 모든걸 인정하고 이제 됐다는 듯한 느낌의 웃음이 나왔어.


그 짧은 찰나에 모든게 끝이라고 이제 내가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걸 다 인정 해 버린거야.


가슴이 안시렸다면 개구라겠지. 근데 예전같이 않았다. 표정도 안썪었고 그날 잘 놀고 들어왔어. 아쉬운만 좀 있었을 뿐..


존나 개 허세부린게 복귀하고 들어와서 담배도 안피는게 라이터 빌려서 걔랑 찍은 사진 다 태웠다.


1편에서 말했던 안경통에 붙어있던 사진 말고 다 태웠음. 그건 그때당시 우정으로 간직하는거라고 자기합리화 존나 시켰지..



그렇게 슬슬 잊어갔다. 솔직히 의지도 좀 섞여있었어. 의무적으로 생각한거지. 난 얘를 이제 잊어야 한다.. 라고..


그런 면에서는 군대가 꽤나 효율적이더라고. 병장달고 말년오는 와중에 운동이랑 자격증공부 존나하고 하니까 꽤 잊혀지데..


그러다가 전역했는데 이 착한 나쁜년이 전역할때도 데리러 나오더라. 엄마아빠보다 얘한테 전역신고 더 먼저했음.


그러고나서 복학하기 전까지 주변에서 꽂아주는 소개팅이란 소개팅은 다 한 것 같애.


그러다가 정말 좋은 친구 만나서 사겼어. 내가 짝사랑 얘기 하고 있어서 그렇지 정말 사랑했고 지금 헤어졌지만 너무 고마운 얘야.


전역하고 22살부터 만났으니까 거의 6년을 넘게 만났네 얘랑. 아무튼 뭐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사랑을 하고 살았어.


각자 만나는 사람이 있다보니 연락도 뜸해지고 또 얘가 좀 더 멀리 이사를가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고 짜이찌엔 한거지 뭐.



내 인생과 걔 인생에는 각자 뭐 수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둘 사이에는 이렇게 할 일이 없게 6년의 시간이 흐른거야..



그러다 내가 전여친이랑 헤어지고 혼자 보헤미안처럼 몇년 살다가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얘한테 몇년만에 전화를 했어.


서로 어색한 인사 주고받고 그 친구는 전에 만나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얘기 듣고


되려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스스로 위로하고 한번 만나기로 했지.. 그랬더니 걔도 안그래도 보고싶었다고 하더라고.


눈은 안왔는데 꽤나 추운 겨울에 만났어. 내가 추위를 엄청 타는데도 밖에서 기다리는데 두근두근 하더라고.


야.. 여전히 이쁘더라. 본 순간 설렜어. 여자로써 너무 아름다워진 모습에 놀랐지. 성숙한 여자가 되있던거야.


다행히 어색하진 않았어. 한 3년정도 짧고 굵게 쌓은 인맥인데도 추억보따리 풀기 시작하니까 끝도 없더라.


밥먹고 자리 옮겨서 간단하게 한잔 하고 술들어가니까 답답하다길래 잠깐 산책하다가 보내야겠다 싶어서 거리를 걸었어.


코랑 볼 빨개져가지고 칭칭감은 목도리 사이로 허연 입김 후후 내뿜는데 귀엽더라.


나도 술한잔 들어갔겠다. 다 지난 일이고 하니 얘한테 예전에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고백해야겠다 싶더라고.



"우리 예전에 진짜 커플보다 더 커플같은 사이였던거 같애."


뜬금없이 나 너 좋아했다. 이렇게 말할수는 없잖아. 그래서 대충 운을 저렇게 띄웠지. 그랬더니 대답하더라고..


"그러게.. 그때 내가 너 진짜 좋아했었는데.."


...


순간 귀를 의심했다. 얘가 뭔소리 하는거지? 농담인가? 나 엿맥이나? 아 그냥 우정을 말하는건가?


"타이밍이란게 참 무서운 것 같애. 니가 날 친구로 생각한다는거 알고 정리하던 찰나 니가 고맙게도 군대갔잖아. 다행이었지.."


이게 무슨 개소린가. 어디서부터 우리가 서로 등지고 귀막고 떠들고 있던건가.


내가 전에 나한테 고백했던 여자애 얘기 해줬지? 걔가 우리 사귀는 줄 알았다고 했다고. 그때 당연히 난 아니라고 했지.


우린 친구사이니까 이상한 헛소문 내고 다니지 말라고 오바했는데 그 말이 좀 와전되서 얘 귀에 들어갔었나봐. 그때 얘기를 하더라고..


그러고 나니까 얘랑 여행갔을 때나 휴가나갔을때 주고받은 사소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기억나데?


모든게 다 어쩜 그렇게 딱딱 들어맞냐. 마지막 퍼즐 한조각이 병신같은 나란놈이 지껄인 헛소리 한마디였다니 기가 차더라고.



그 상황에서 나도 사실 너 좋아했었다는 소리 할 수 있겠냐. 그 말 내뱉는 순간 우리 둘 사이 10년 가까운 모든 추억 다 날라가는데?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뭐가 미안하냐길래 그냥 또 미안하다고 했다. 할 말이 없더라. 그리고 가장 내 마음을 담은 한마디기도 했고..


그 날 헤어지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걔네 집 가는 버스 기다리고 있었어.


큰 사거리였는데 신호 걸려서 마주편에 버스 서있는거 보이더라고. 신호 바뀌고 뭐 하는데 한 1~2분 걸리겠지.


그래서 말했다. 또 언제볼지 모르니까 한번 안아보자고. 그랬더니 나 뺴꼼히 쳐다보더니 고개 끄덕이더라.


토닥여줬더거 말고 제대로 처음 안아봤는데 추운지 바르르 떠는데 왜이렇게 조그맣냐.


매정한 버스는 신호 바뀌었다고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한번 힘줘서 꾹! 안고 잘가라고 머리쓰다듬고 태워보냈다.


버스 출발하기 전에 손으로 전화기 모양 만들어서 김서린 창문닦고 나 바라보면서 귀에대고 달랑달랑 흔드는 모습 보여주고 가더라.



내 글 읽으면서 솔직히 내가 여자애한테 어장당한다고 생각한 애들 많겠지? 근데 왜 그런게 아닌지 이제 알거라 믿을게.


이 이야기가 공교롭게도 내 짝사랑 얘기이자 걔 짝사랑 얘기이기도 한거야. 이런거 진짜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경험하고 나니까 그 진부한 얘기들이 왜 아직까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지 알겠더라고.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진 않더라? 그래서 내가 처음에 말했지. 짝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는 법이라고.



사실 얼마전에 또 만났어. 결혼한다더라. 여자나이 서른이니 갈만하지.


신랑될 사람이랑 같이 만났는데 진짜 내가봐도 괜찮더라고. 나도 얘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이런거 없이 만나니까 좋더라.


그래도 신랑될 사람 밉더라고. 딸 시집보내는 아버지 맘 같이 괜히 심통부리고 싶었어.


그래서 심통부린다고 얘 20대 초반 추억은 내가 그쪽보다 많이 가지고 있을거라니까 웃으면서 괜찮다고 양보한다더라.


그 얘기 들으니까 얘 성격상 내 얘기를 이 사람한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들더라고. 조금 미안했지..



나보고 개 호구새끼라고 욕할수도 있는데 내가 얘 결혼식 축가 부른다.


전역하고 실용음악 하고싶다고 살짝 찌끄렸던지라 대박은 아녀도 아마추어치곤 노래 좀 한다소리 들어 그래도.


얘가 성시경 좋아해서 내게오는길 불러달랬는데 내가 박박 우겨서 곡 바꿨다.



김조한의 내겐너무예쁜그녀 라는 곡인데 맨 밑에 유튜브 링크 쎄워줄테니까 시간나면 한번 들어봐.


가사 잘 들어보면 내가 왜 이 노래 선택했는지 알거다. 걔가 눈치채서 식장에서 울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하긴 해.



아무튼 이 쓸데없는 10년짜리 짝사랑 얘기 들어줘서 고맙고


이 얘기는 내 전 여자친구도 알어. 그 정도로 나한테는 소중한 추억이야.


내 진짜 친한 친구들 아닌이상 이 얘기 잘 모르는데 내가 이렇게 낮짝한번 못본 니들한테 이딴 얘길 다 하네..


누군지 기억은 안나는데 왜 섹썰말곤 아무것도 없냐길래 불현듯 생각나서 적어봤다.



재미없고 말주변 없는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맙고 다들 짝사랑일지언정 사랑하고 살아라 어린청춘들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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