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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있다.


"은영아. 은영아."



응? 왜 안쳐다보지. 잘못봤나?



"짠! 은영아"


"어. 오빠. 깜짝 놀랬어요."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내가 불러도 가만히 있구"


"아.. 그랬어요? 미안해요. 딴 생각하느라.. 그거보다 오빠 전역 축하해요."


"헤헤 고마워. 내가 맛있는거 사주기로 했잖아. 초밥먹으러 갈래?"


"정말요?"



놀래는 것도 참 차분하다. 목소리가 안정되있다고 해야하나?


도도한 매력인가?



"그래. 가자. 나도 배고파."


"근데 오빠. 옷 새로 샀죠?"


"응? 아.. 아 응.. 어떻게 알았어?"


"오빠 자켓에 택도 안떼고 왔잖아요. 하하"


"헉 이게 왜 붙어있지. 다 제거한 줄 알았는데"


"오빠 얼굴 완전 빨개졌어. 하하"






"은영아. 나 궁금한게 되게 많아."


"천천히 하나씩 물어봐요."


"너 성이 뭐니?"


"그거 궁금했어요? 싸이에도 은영 이라고만 되어있어서? 내가 말 안해줬구나. 저 이은영이에요."



1초동안 생각하고 말하는 게 너무 귀엽다.


눈을 계속 마주치고 대화해서 설렌다.


그런데 내 말에 생각하고 대답해야 할 만큼 내가 불편한 건 아니겠지?





오늘따라 말이 너무 잘들려.


오빠.


나 주변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물론 오빠 목소리도.


그런데, 가슴속에서 울리는 거 있죠?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일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듣고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다는 거 말이에요.


이런 날 오빠는 이해해줄 수 있을까요?





"오빠. 우리 밥 다 먹었는데, 조용한 카페 가고싶어요. 오빠가 밥 샀으니깐, 커피는 제가 살게요."


"그래? 좀 걷고싶었는데"



안돼요. 어두운 곳에선 오빠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카페 갔다가 걸어두 되는데.. 오빠 일찍 들어가야해요?"


"아니, 그건 아닌데.. 미안해서 그렇지. 괜히 돈쓰게 해서."


"커피 머가 비싸다구 그래요. 가요"






난 귀로는 오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기억하는 남자목소리는 우리 아빠 뿐이에요.


그런데, 상상속의 오빠목소리가 계속 울려요.




"은영아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빠. 전 그린티라떼 먹을게요. 오빠는요?"


"응? 은영아. 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죠? 네 알았어요."







빨대 빠는 모습도 참 귀엽다. 아니 너무 예쁘다.


그런데,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내 얼굴만 쳐다본다.


왜 이렇게 두근대지?


그나저나 커피 좋아해서 카페오자고 한 것 같았는데, 그린티 라떼를 먹다니 의외네.




"너 그린티 라떼 좋아하니?"


"네. 커피는 안좋아하는데, 이건 정말 좋아해요. 오빠는 커피 좋아하나봐요?"


"아니 그냥 난 아메리카노가 그래도 잘 맞더라구."


"헤헷"






"오빠."


"오빠는 정말 내가 자기소개글 쓴거보고 나랑 지금까지 연락 한거에요?"


"응. 얼굴보다 마음이 예뻐지고 싶다는 말. 아직도 기억해. 그건 왜?"


"생긴건 어때요?"


"어? 그런걸 갑자기 물어보면.. 예쁘지. 정말"


"끝?"


"다른 표현이 안떠올라. 예쁘다는 그 자체."


"오빠 연애해본 적 없죠?"


"그렇게 보였어? 응.. 어떻게 알았지?"


"솔직하잖아요. 뭔가 막 꾸며낼려고 하지도 않고."





"오빠. 내 핸드폰 번호 가르쳐 줄게요. 대신 그 전에 약속하나만 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뭔데?"


"정말 꼭 지키기에요?"


"응. 약속할게. 말해봐"


"온라인에서 대하던 그대로, 그리고 두 번 만났던 그대로 날 대해주기."


"더 잘해주는 건 안되고?"


"그건 그때 가봐서요. 약속했어요."




그녀가 1분동안 망설인다.



그러더니 귀를 가리고 있던 긴 생머리를 젖힌다.



귀는 처음본다. 은영이는 짧은 머리를 해도 어울리겠구나.



어?



내 앞에 파란 물체를 내려놓는다.



이게뭐지? 요원인가? 스파이인가?



아니지.





"오빠."


"응"


"이제는 이거 없어도 될 것 같아서요."



아무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 이건 보청기야.



"오빠. 왜 그렇게 날 쳐다봐요? 약속했잖아요."



가슴 속에 뭔가 움찔한다.





은영이가 그 동안 모임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내가 뒤에서 불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은영이.



내 얼굴을 빤히 보고, 잠깐 생각하면서 얘기했던 이유.





"오빠. 오빠 왜 울어요."



아. 울면 안되는데..


이건 동정의 눈물이 아닌데





단지


미안함과 그동안 힘들었을 너를 생각해서 나는 눈물인데.





그래서


공원에 가기 싫어했구나.


공원에가면 내 얼굴이 안보이니깐




아무 말 없이 은영이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은영아."



아무 말 없이 내 눈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핸드폰에 네 번호 찍어줄래."



그녀가 미소지으며 자기 핸드폰 번호를 입력한다.



"이게 있으나 없으나 똑같아요. 아니, 오히려 아무 소리도 안들려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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