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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또라이랑 후회될짓 한 썰 2

먹자핫바 2018.10.12 16:54 조회 수 : 101

그렇게 난 입대를 했고 이등병때쯤 편지가 왔어. 

 

그간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지낸일들, 말 안하고 군대가서 서운한일들..

그리고 큰일을 겪고보니 나를 좋아하면서 마음앓이 했던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이젠 괜찮아졌다고 하더라.

다음에 휴가 나오면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하고 편지는 끝이났어. 장례식 못가봐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해서 휴가 나가면 꼭 밥이라도 한번 사야겠다 생각했어.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휴가나가도 

 

못보게되었고 결국 상병 정기휴가때 누날 보게되었어. 보자마자 팔짱을 휙! 끼더니

"오늘 팔좀 빌리자!" 씩씩하게 말하는 모습이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게 좋아보여서 나도 흔쾌히 오케이했다. 밥도먹고 커피도 마시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다음번에 보기로하고 헤어졌지.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어. 누나도 그늘이 어느정도 벗겨진것 

 

같았고 날 이뻐하는 동생으로 대해주는것 같았거든.  다시 복귀하고 아주아주 가끔 전화도하는 그런 사이가 된거지. 

 

그 뒤로 제대를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더라. 군대있을때 있었던 수첩도 잃어버리고

외국도 잠시 다녀오고 모임했던 멤버도 뿔뿔히 흩어져서

누나와 연락할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한동안 내인생에서

없었던 사람인거지. 그러다가 예전에 모임에 있었던 형과

연락이 닿아서 술 한잔 하기로했는데 누나도 거기 나온거야.

난 솔직히 너무너무 반가웠지. 근데 누나는 예전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어. 다른 사람 같달까..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정말 인간적인 부분으로 반가웠어. 그동안 잘 살았나 궁금했고.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서 밤늦어가는줄 모르고 유쾌한 술자리를 이어갔다. 

 

하나둘 취해가고 나도 누나도 모두 취했을 무렵. 반쯤감긴 눈으로 누나가 물었어.


잘살았냐고. 그동안 사람들이랑 얘기할때 뭐들은건가 싶었지만 뉘앙스가 그 뉘앙스는 아닌것 같았어. 

 

그냥 뭐..라는 시시껄렁한 대답을 하고서 침묵이 이어졌다. 나중에 밥이나 한번 먹자고해서

 

 연락처주고 헤어졌고 며칠뒤 정말로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고 밥 먹기로하고 가로수길에서 만났다. 

 

밥먹고 술한잔 하는데 좀 더 깊게 얘기해보니 이누나 예전이랑 너무 달라졌더라. 

 

말투도 달라졌고 행색도 많이 달라졌고 생각하는것도 달라졌어. 예전에는 약간의 

 

허언증은 있었지만 자기자랑도 잘 안하고 가식인지는 몰라도 어느정도의 매너와 배려는 갖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옷도 너무 야시시하게 입고 말하는것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가득했다. 

 

좋게 말하면 없어보였고 나쁘게말하면 저렴해보였지. 대화의 내용도 온통 남자얘기밖에 없었어. 

 

자기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몇명이며 오늘 어떤 남자가 자기한테 데쉬를했고 자기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내가 재밌을리 없는 내용을 듣다보니 리액션도 영혼없는 것 같이 느껴졌는지 내가 안믿는다고 생각했나봐. 

 

또 그런 대화내용을 굳이 핸드폰까지 보여가며 믿으라고 얘기하더라.

"알아~누나 이쁘게 생겼으니까 따라다니는 사람 많겠네~
좋은 사람 골라잡으면 되겠다~"

애써 올라오는 지루함과 짜증을 꾹 누르고 기껏 좋은말 해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

였어. 무슨소리냐니까

"남자 얘기만해서 질투나는구나?"

진심으로 고래도 너보단 똑똑하겠다는 생각이 치밀어올랐다.

 

정말 정신병자랑 얘기하면 이런기분일까. 대화가 안되는것도 정도가있지.

 

이건 너무하다 생각했어. 근데 한편으론 자존심이 상하는거야. 이런 사람한테 무시아닌 무시를 

 

당한것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그리고 얘가 내가 질투를 할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것 같은데 

 

그건 질투가 아니라 오기였던거야.

'옷 그따위로 입고 다니면서 클럽 들락날락하니까 어디서 어중이 떠중이들이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 

들이대는걸 좋아한다고 착각하나본데 눈물 쏙빠지게해주마'

이런 오기. 그리고 기본적인 와꾸는 원래부터 싫지 않았기에모텔 데리고 간다면 나도 나쁠건 없다생각했어. 

"질투는 아니고 그냥 부럽네~좋아해주는 사람많고"

"누나 쫌 잘나가지?"

"그러게~어디서 그런 페로몬이 나올까~."

"음..얼굴?"

점입가경이었어. 내 참..

그래도 이루고자하는 바가 있었으니 꾹 참고 보조맞춰줬어.

수많은 남자 얘기, 내가 질투할거라 생각하는건지 본인을 어필하고싶은건지 모를 

 

긴 얘기들을 다 들어주고서야 좀 조용해지더라.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다이렉트로 물어봤다.

"음..내가 너랑 다시 만나줄수도 있다고"

개풀뜯는 소리는 여전하구나.

"다시만나준다고?"

"응..."

"우리가 언제 만나서 뭘했는데 다시 만나줘? 우리가 연인인적이 있었나?"

"음..정식으로 그런적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좋아했던 사이잖아.."

"언제?"

"옛날에.."

얘를 어떻게하면 좋을까. 정말 하룻밤은 땡기는데 얘랑 사고라도 친다면 수습하긴 정말 어려울것 같고..

 

고민되기 시작했어. 누구나 알고있는 결말이지만 눈앞의 하룻밤이 먼저아니겠음?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민을 했고 난 오늘 이 누나랑 사고쳐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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