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생각난다.
작년, 갓 성인이 되고, 입시를 준비할 때, 한 사람을 만났다. 이제는 만남은 물론 말 한 마디 못하게 되었지만 항상 생각나고, 고맙고 또 설렌다.
낙엽이 슬슬 떨어질 무렵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날씨였겠지만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겐 또 겨울이구나.. 라
며 동면 준비를 하는 곰마냥 몸을 웅크리는 시점이었다.
당시 난 대한민국에서 학원! 교육열! 학부모 치맛바람! 하면 떠올릴만한 동네에서 학원조교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일주일에 쉬는 날 없이
몇 탕씩 각기 다른 학원들에서 일을 했는데, 이 이야기는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나름 ‘기업’이라고 불러 줄 만한 학원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방학을 맞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들이 본래 자리로 돌아간 직후여서 학원측에서 새로운 조교들을 왕창 뽑았는데, 대개 영어
특기자, 재외국민 특례를 준비하는 유학생들이 들어왔다. 그때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 이후로 같이 일하면서 만나면 인사는 하는 사이, 지
나가면서 업무상 부탁도 할 수 있는 사이, 짬 날 때 약간의 잡담도 나누는 사이가 되고 나서야 그녀의 카톡 아이디를 알게 되었다.
심성이 삐뚤어지지도 않았고, 잘 웃고 활발한 점이 참 좋은 사람 같아서 자주 메시지를 보내곤 했는데, 그녀는 항상 짧으면 5분 길면 1시간
이 넘어서야 답장을 하곤 했다. 처음엔.
점점 서로 카톡으로 대화하는 횟수와 시간은 늘어갔고, 그와 반대로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내가 보낸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있는
모습이 이질감이 들 정도로 줄어갔다.
일하다가 마주치기라도 하면 전날 카톡으로 했던 이야기를 하며 빙그레 웃는 그 여자가 참 좋았다. 그녀한테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사람
으로 보이고 싶었고, 다른 남자조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라도 보면 질투아닌 질투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 그녀가 내 머릿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을 때, 조그만 해프닝이 하나 생겼다.
나와 그녀가 일하던 학원은 원생들 중 중학생이 거진 90퍼센트 이었는데, 겉멋에 간댕이 까지 부은 중학생 한 명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듣기로는, 그 학생이 쪽지시험을 보는데 컨닝을 하자 그녀가 주의를 주의를 주었는데, 이 녀석이 자기가 공부 안 하여 모르는 문제에
대한 분노를 그녀에게 표출한 것이다. 상관하지 말라느니, 왜 자기한테만 그러냐며 욕지거리도 내뱉은 모양이다. 활발한 겉모습과 다르게
마음이 여렸던 그녀는 속상하기도 하고 같은 교실에 있었음에도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40명분의 채점을 하느라 바쁜 내게 서운하
기도 하여,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그날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눈가가 아직도 촉촉한 그녀를 보며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단
순히 안타까움이나 연민이 아니라, 그 중학생 녀석과 그 순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났다.
그렇게 내 감정을 확인한 다음부터는 한 밤중에 잠시 불러내어 그녀가 무척 좋아했던 이온음료 한 캔과 따뜻한 커피 한 캔을 같이 주고 가버
리기도 했다. 바로 그날, 그녀는 사실 자기도 날 좋아해왔다고 고백했다. 자기 친구들과 한 카톡 대화창을 보여주며.
흔히 사람들이 말하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고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고 한다. 그런데 그 희박한 확률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날 난 그녀가 보내준 카톡 대화창 (내 이야기로 도배가된)을 몇 번씩 읽다가 잠을 설쳤다.
하지만 내가 까먹고 있었던 점은, 지금 생각해도 이걸 잊어버리나.. 싶을 만큼 멍청한데, 난 내 마음이 어떤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
다. 그녀가 날 한 달 넘게 짝사랑 했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나도 널 좋아해” 라고 말해줬어야 했겠지만, 그녀의 고백이 가슴 떨리게 좋았
던 난 그걸 까먹고 말았다.
그녀 입장에선 내가 참 어이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몇 일 후 그녀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내가 얼굴 잠깐 보자고, 지금 밖이라고
잠시 불러냈다.
그녀는 꽤나 취해있었고, 고개를 푹 숙이고 내가 준 따뜻한 꿀물 병을 양손으로 쥔 채 중얼중얼 잠꼬대인지 술주정인지 모를 행동을 했다.
그 모습이 내 눈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녀의 볼을 살며시 잡고 나를 쳐다보게끔 들었다. 졸린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깜박대는
눈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얼마나 오래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본건지 짐작도 못할 즈음, 그녀는 그 조그마한 입을 열고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나에게 물었다.
“우리는 무슨 사이인 거야?”
그 순간 난 그녀가 지금까지 나 때문에, 고백을 받고도 별다른 리액션이 없는 놈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또 헷갈렸을지
알게 되었다. 미안해 나도 너 좋아해 라고 말하는 것이 모범답안인 상황이었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어 버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약간의 소리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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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다보니까 재밌길래.. 좀 긴편이라 3편정도로 나눠서 올릴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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