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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11년간 바둑 공부한 이야기

썰은재방 2024.03.31 08:55 조회 수 : 31



강원도 출신인 나는 사실 어릴때부터 바둑공부를 했었어

 

아마 내가 2학년쯤이 처음 바둑을 접한 시기였던것 같아

 

지역 내에선 꽤나 인정받는 기재였는데


어느날 서울에 있는 바둑도장에서 한번 와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어

 

그때가 아마 5학년때쯤 됐을거야

 

그렇게 서울로 유학 비스무리한걸 가게 됐는데


부모님은 나를 바둑에 올인시킬 생각은 없으셨는지

 

겨울방학 1~2월만 다니게 하고선 3월에 다시 집으로 오게 했어

 

그렇게 나의 서울 진출기는 허무하게 막을 내리는가 했어

 

근데 내가 바둑을 웬만큼 좋아해야 말이지. 완전히 미친 수준이었어

 

바둑이란게 진짜 한번 재밌다 열심히하고싶다 생각이 들면


술중독 담배중독 게임중독 저리가라야

 

그 뒤로 나는 집근처 바둑학원 다니면서 애들하고 바둑둬주면서


혼자 독학을 하기 시작했어. 특히 인터넷바둑을 많이뒀어

 

한번 앉았다 하면 30판씩 내리 하루종일 두고 그랬는데

 

중학교 입학하니까 이제 아버지의 압력이 들어오더라

 

사실 내가 공부도 그리 못하는 편은 아니어서

 

평소에 공부하는거 진짜 싫어하고

 

수업할때만 열심히 듣고도 중상위권에는 있었거든

 

그래서 맘잡고 공부나 하는게 어떻겠냐고 그러셨어

 

우리나라 바둑도장은 서울에 집중돼있고


달마다 내는 학원비도 최소 100만원 이상이야

 

그런데 지방에서 조그만 사진관 하나 하시는 아버지한테는 부담이었던가봐

 

나도 우리집 형편이 어느정도인가는 알고 있었는데


이 못난놈이 바둑이 너무나 하고싶어서


아빠 없을때는 몰래몰래 두다가 많이 걸려서 많이 맞고 그랬어

 

그러다가 중2 겨울방학때 인터넷바둑을 두다가


나랑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1대1대화를 걸고서는 나이랑 이름을 묻더니


서울에 다른도장에서 다시 해보지 않겠냐고 입질을 하더라

 

그래서 나는 차마 아버지한테는 말씀 못드리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린 다음


허락도 받지않고 서울로 상경했어

 

그런데 내가 바둑을 조금씩 멀리한 사이에 나는 실력적으로 너무 후퇴해 있었어

 

한참 약했던 애들은 이길수 없을만큼 강해져있었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애들이 나랑 비슷하거나 한단계 위의 수준을 갖고 있었어

 

내가 도장에  나타나자마자


'쟤는 누구야? 잘두나? 이름 들어본적 없는데?' 하는 수근거림이 정말 거슬렸어

 

하지만 그런 주위환경에 굴하지 않고 진짜 열심히 했어

 

집안형편을 잘 알기 때문에 부모님을 실망시킬수가 없었어

 

그래서 결국 상경한지 4개월만에 한국기원 연구생 선발전을 통과했어

 

이 연구생이라는게 그 당시에는 한 조당 12명에 1~10조까지 구성돼있었어

 

조별 풀리그를 해서 각 조 상위성적 4명은 다음조로 올라가고


중간 4명은 잔류하고 하위 4명은 떨어지는 식이었어

 

처음 연구생이 되고서는 10조에서 다섯번을 겨우겨우 잔류해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계속 버티다보니 실력이 늘었는지 적응이 됐는지

 

여섯번째부터 7조까지는 바로 뚫리더라

 

하지만 거기가 또 벽이었어

 

7조는 진짜 도저히 어떻게 안되겠는거야


아무래도 자꾸 12명중에 9위나 10위쯤 하는거야

 

주위에서도 내가 7조보다는 실력이 세다고 말하곤 했는데


부담감때문인지 내가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느낌이었어

 

그렇게 7조 문턱에서 무려 1년반의 세월을 보내고 드디어 열아홉이 됐어

 

연구생이라는게 또 연령제한이 있어서 만 18세면 퇴출이 되고


1조부터 5조, 소위 1군에서는 연장신청을 하면 만 19세까지 연장하는게 가능했어

 

그때 드디어 내가 6조로 올라가게 된거야

 

거기서 7위한번 6위한번 하고 나서 드디어 7승 4패 3위로 5조로 올라가게 된거야

 

근데 날벼락이 떨어졌어

 

규정이 바뀌어서 내 또래부터는 3조부터 연장이 가능해진거야

 

결국 5조를 넘기지 못하고 연구생 자격을 상실하고나서

 

시작한 지 11년이 된 지금까지 도장에서 바둑공부를 하고 있어

 

정말 바둑 프로기사가 된다는게 1년에 단 7명밖에 안뽑는


진짜 사법고시 행정고시보다 뚫기 힘들다는 거지만

 

부모님이 뼈빠지게 내 뒤를 받쳐주시는게 정말 너무 죄송해서 반드시 프로가 되려고 해

 

그런데 진짜 안됐을 경우가 너무 걱정돼

 

그동안 보낸 세월도 너무 아쉽고 이뤄놓은것 없는 현재에 닥쳐올 미래까지 너무 두려워

 

나 말고 바둑공부 하는 친구들 모두 나와 같은 상황이야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서로 정말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피나게 경쟁할수밖에 없는거야




3줄요약

 

1. 나는 한때 기재로 인정받던 소년이었음.


2. 가정형편상 바둑을 쉬다가 도저히 포기할수 없어서 다시 상경.


3. 11년째 공부중, 정말 너무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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