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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10살때 수갑차고 파출소 간 .ssul

gunssulJ 2016.06.26 13:02 조회 수 : 53

당시는 87년의 여름이었어. 

당시에 난 10살인 3학년이었고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이였고 

두세살 터울의 삼형제가 있는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말썽이 끊이지않는 그런 집안이었어. 

어느 평범하고 한가로운 일요일 10시 무렵이었어.

우리집은 일요일엔 다들 늦잠을 자고 아침겸 점심으로 때우는 집이었기에

그날도 안방에서 3형제가 뒹굴면서 놀고 있었고, 아버지는 티비를 보고 계셨지. 

그러다가 동생새끼가 문갑의 서랍을 열더니 뭔가를 꺼내더라.

지금도 기억나는데 담배갑만한 파란박스에 뭔가 묵직한 것이 들어있었고..

그걸 형이 뺏어서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내용물이 수갑이었지.

그러더니 갑자기 형이 최불암으로 빙의해서 

"야 이 도둑놈아 꼼짝마라" 하면서 수갑을 채워버리는거야

당시에 수사반장이 유행이었거든 ㅠㅠ



동생새끼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옆에서 깔깔대고 웃고

형 역시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마냥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어. 

3형제중에 그나마 내가 좀 얌전한 편이었기에 나도 그냥 실실 웃으면서

이제 그만 풀어달라고 형한테 말했는데...

형이 "어? 어?" 이러면서 결국은 티비에 집중하고 있는 아빠를 부르더라. 

나를 본 아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어? 뭐야 이놈들아!! 이거 열쇠도 없는건데!!"

장난인줄 알았는데 수갑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이쑤시개도 꽂아보고 하는데 안열리더라..

아버지께서 현장에서 뛰는 경찰이 아니고 사무직 보시는 경찰이었는데

수갑이 신형으로 대대적으로 교체되면서 기념으로 집에 하나 갖다둔 거였음

난 수사반장에서 수갑을 찬 나쁜놈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기에

눈물이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밥상을 들고 온 엄마에게 혼날까봐

울음을 참았지.

"일단 밥부터 먹어" 라는 아버지의 심각한 말투에 

밥상에서 맨날 까불던 우리 3형제는 조용히 밥을 먹어야 했고, 

난 경찰서에서 범인들이 밥을 먹듯이 양손이 묶인채로 밥을 먹어야 했어.

밥 먹는 내내 우리 3형제는 엄마에게 꾸중을 들어야 했지만 

난 밥먹는 내내 이걸 풀수 있을까?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지. 

밥을 다 먹고 아버지는 어디론가 몇군데 전화를 해보더니

수갑을 찬 나를 데리고 집에서 한 10여분 정도 되는 파출소로 연행(?)를 해 갔어.

연행 당해가는 길에 친구새끼들을 봤는데 이 새끼들이

무슨 나쁜짓했냐며 놀리던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파출소에 들어가니 경찰아저씨들이 신기한듯이 나를 쳐다보고 의자에 앉게 하더라. 

그리고 아버지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뭐라 뭐라 대화를 나구고 뭔가를 종이에 적었어

그리고 집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하더라. 

"이거 옛날거라서 열쇠가 지금 없는데 큰일이네.. 방법이 있긴한데.."

"뭔데요? 아저씨 빨리 풀어주세요..."

파출소에도 열쇠가 없다는 말에 존나 좌절한 풀어달라며 애써 울음을 

참고 말했지만 그 경찰아저씨의 다음말에 결국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 

"전기톱으로 자르는 수밖에 없어. 근데 그렇게 하다가 잘못하면 손도 짤릴수가 있는데 괜찮겠어?"

ㅠㅠ

우리 뒷집이 목공소를 하고있어서 톱이나 전기톱 이런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미 알고있던 나는 전기톱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기에

억지로 참았던 눈물을 결국엔 터뜨리며 대성통곡했음

"아흑아흑 안 할래요 무서워요....ㅠㅠ 그냥 이렇게 살거예요"

하면서 파출소 구석으로 도망을 가버렸어. 

눈물 콧물 다 찔찔 짜면서 도망가서 숨어있는데 아빠랑 경찰아저씨랑 다들 웃고

나를 달래서 데려오고 옷핀인가 클립인가 비슷한걸로 

쇽쇽 하더니 열어줬어. 

그때의 심정은...진정한  자유를 얻은 기분이랄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방생활을 하다가 

쇼생크 감옥을 탈옥한 앤디 듀프레인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수갑을 풀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장난을 안하겠다는 굳은 약속을 경찰아저씨들에게 하고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지. 

나 몰래 아빠와 경찰아저씨들과의 어떤 모종의 장난에 대한 계략이 있었겠지..

지금 생각하면 빡친다. 

그때 처음으로 느낀 것 같다

양손을 자유롭게 쓸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3줄 요약

어릴때 장난으로 수갑을 찼다가 열쇠가 없어서 
파출소에 가서 전기톱으로 손목 자를뻔함
자유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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