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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거지근성 음대년 만났던 썰

먹자핫바 2016.07.23 16:59 조회 수 : 175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던 2000년대 중반 썰이다.

요년은 고등학교 때까진 촉망받는 연주자였는데 집이 아주 윤택하진 않아 백양로가 가로지르는 대학으로 4년장학받으며 진학했다고 해. 들인 돈이 아까워서인지 부모님이 대학2학년생이나 된 잡년에게 여전히 극성이셨는데 집안 연습실의 잠금장치는 바깥에서 잠그도록 설치되어서 걸핏하면 감금, 연습당했다고 하더라. 요년 생겨먹은 건 몇 달 전 유출된 'x솔'이라는 몰car있잖아? 걔랑 분위기나 몸매가 판박이였다. 

간혹보면 말이야 부모가 너무 간섭하는 여자애들 중 더 걸레같이 노는 애들이 있어. 얘가 딱 그런 타입이었지. 더군다나 남자가 지한테 원하는게 뻔히 ㅅㅅ란 건 잘 알고있어서 군소리 없이 벌려주긴 하는데 그렇다고 ㅅㅅ를 즐기는 편도 아니야. 그냥 즐기는 척 보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타입이랄까? 시끄럽기만 하고 기계적인 느낌이었지. 어려선지 특급호텔 스카이라운지 따위의 멋부린 어른들 세계의 단편만 보여줘도 6만원에 숙박 끊는 ㅁㅌ로 데려갈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년이었다.

요년한텐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너마는 지네 학교 총학 회장인가, 부회장인가 그랬어. 여자친구를 퀴퀴한 자취방에 데려다놓고 사회정의를 논하며 소주를 연방 권하다가 이불 깔아놓고 박아댔을테니 얼마나 무드가 없었겠냐 이기야. 그덕에 나와 여덟, 아홉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나이차도 아니긴 하다)

언젠가 하루는 퇴근무렵에 질질 짜면서 그년한테 전화가 오더라고. 엄마랑 크게 싸웠다고, 같이 있고 싶다고. 함 주겠다는데 안만나면 직무유기 아니겠노. 신촌으로 차를 몰아 픽업을 하고 바로 객실부터 잡았는데 대실가능시간대가 지나버려서 숙박 끊었다. 

오바질 해주는게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편으로 믿는 뻔한 ㅅㅅ가 끝나고 난 주섬주섬 옷 입고 뜰 타이밍만 찾고있는데 그날따라 요것이 끌어안고 앙탈부리면서 오늘은 같이 계속있어주면 안되겠냐고 앙망하더라고. 

지금까지도 외박하는데 눈치 볼 정도로 보수적인 부모님 슬하에서 빌어먹는 나인지라 진짜 난감하더라고. 요년은 눈치가 집에 들어갈 순 없고 그렇다고 혼자 ㅁㅌ방에서 하룻밤 지내긴 싫은, 좀 딱한 처지에 그날따라 안되어보여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어.

고민 끝에 좀만 기다려보라고 말을 남기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집에 전화를 해서는 회사일로 외박이 불가피하다고 구라치기 시작했지. 순순히 납득시켜드리진 못했지만 어영부영 외박을 공인받게 되었고 전화를 끊은 뒤 화장실 밖으로 나가니까 요년은 통화 중이더라고, 검지를 입 앞에 갖다대더니 조용하란 싸인을 보내면서 말이야.

통화를 들어보니까 남자친구한테 자취방에서 하루 신세져도 되겠냐는 내용이던데 아까 나한테 시전한 불쌍한 연기가 고스란히 전화로 재연되는걸 보니까 아까 내가 인간적인 연민, 동정 따위의 감정을 느낀게 부끄러워지더라고. 마음 한편으론 얘랑 어색하게 밤을 보내지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다행스럽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론 이미 외박한다고 집에 알려드렸는데 어떻게 귀가를 설명해야하나 고민이 됐다.

남자친구가 산다는 신촌로터리쪽 잡다한 빌라촌에 그년을 떨궈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헛헛한 기분과 내가 ㅂㅈ 하나 먹겠다고 이딴 짓거리하면서 살아야하나 류의 자기혐오가 찾아오더라고.

근데 당장은 그 저열한 밑바닥 감정과 악전고투를 하면서도 불과 내일만 되어도 적당히 반반한 년이 벌려주겠다고 싸인만 보내면 수원, 의정부까지라도 달려갈 내 자신을 알기에 더 혐오스러운거지. 자기혐오 감정이 드는 내 자신에 위안을 받고 그걸 즐기는 모습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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