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 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지.
그때 그냥 친구 두 녀석과 우리집으로 놀러가고 있었어.
우리마을이 한 한쪽면에 있어서 마을로 들어가면 무조건 오르막길인데 하필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 경사가 45도는 족히 되었지.
강렬한 태양 아래 낑낑거리며 4족보행을 하고 있는데 내 눈앞에 만원짜리가 나타난거야.
난 소리를 지르면서 "야야야야! 만원이다, 만원!!"하면서 친구들과 이 큰 돈으로 뭐할까? 생각했지.
그땐 안성탕면이 350원이였으니까. 설날에도 세배하다가 허리가 나가도 5000원이 한계던 어린 꼬마한텐 무지막지하게 큰 돈이였지.
집가던 길을 멈추고 다같이 동네 슈퍼로 갔어.
나름 우두머리였던 내가 돈을 쥐고 뭐살까 뭐살까? 고민을 하다가 돈을 나누자는 의견이 나와 동의하고 뽀빠이(200원)을 샀지.
그때 슈퍼주인이 아닌 점원(지금 생각해보면 장사가 졸라 잘됐던 듯. 슈퍼에 점원도 있었던걸 보면.)이 어리숙해보였는데 느릿느릿 9800원이라는 거금을 주었지.
만원짜리 한장보다 장 수 가 많아지니까 돈이 더 커진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
근데 슈퍼주인이 정리하다가 이상하게 본거야. 어린 꼬마들이 만원짜리를 쓴다는게.
마을이 작고 슈퍼주인은 교회의 독실한 신자라 교회 다니면 죄 다 친해졌는데 우리집이 교회 다녔음.
누군지도 아니까 집에 전화를 해본거임.
우린 슈퍼 문 앞에서 지금 좋게 너한장 나한장 하면서 돈을 나누고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가 문열고 나와서 "이놈들, 그 돈 어디서 났어?!"하고 물어보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초등학교에서 바른생활길잡이시간에 돈은 물건은 주인을 찾아줘야한다는걸 배웠지만 욕망에 눈이 멀어내 주머니로 넣으려고 했으니까.
결국 슈퍼로 엄마가 오고 뽀빠이는 먹지도 못하고 환불하고 다시 돈 받아서 마을 돌면서 주인 찾아다님.
저때만해도 만원은 어마어마한 돈이 였는데. 지금은 만원짜릴 비싸다고 생각하질 못하겠어.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변한걸까, 세상이 변한 걸까?
친구집에서 친구가 엄마저금통에서 만원 꺼내서 새콤달콤하나 사고 남은돈을 보면서 슈퍼집아줌마계산 잘못해서 돈 더줬다ㅋㅋㅋㅋ하면서 좋아했엇는데..
집에가서 아빠한테 돈 들키고 돌려주고 종아리 맞은 기억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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