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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그렇게 잠자리가 끝난후 나는 점점 이여자가 탐이났어. 나에대한 배려와 나를 바라봐주는 진지함. 또 밤에는 요부. 남자들의 더할나위 없는 이상형이었다. 실제로 나말고도 추근덕 대는 놈들 더 있었다. 그렇지만 난 이미 여친이 있었지. 그런데 성격상 얘는 화끈한 스타일이라 시원하게 나한테 욕한마디하고 쿨하게 떠날것 같았어. 어떻게든 곁에 두고싶었다. 그때부터 돌이킬수없는 거짓말의 시작이었다. 여친에겐 한없이 자상한 남친. 얘한테 역시 늘 자상한 남자로 남고 싶은 나의 욕심 자체가 말이 안되는거였지. 그래도 여친에겐 늘 한결같은 남친이었어. 문제는 이친군데 이친구는 날 점점 더 좋아하는게 보이더라고.


그러던 어느, 꼭두새벽부터 전화가왔어. 너무 보고싶다고.

"이따 끝나고 보자~"

"너 회사 도착하면 몇시야?"

"8시 쫌 넘을껄?"

"좀 일찍와"

"왜~ 왜 니가 맘대로 내 출근시간을 땡겨"

"아침도 먹지말고와"


대충 감이 오더라. 회사 앞에서 샌드위치들고 있다가 주더니 볼에 뽀뽀해주고 갔어. 난 확신했다. 이제 이여자 나 좋아한다. 날아갈듯 기뻤다. 그 도도했던 여자가 출근전에 도시락 싸다줬다는게 감동이었어. 슬슬 그 무렵즈음. 그 여자도 내가 온전히 자기 남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나봐. 연락의 빈도가 확연히 늘어났다. 하지만 난 그럴수록 부담이 커졌어.

다른 이유는 없고 그녀가 전화를 자주 할수록 난 여친과 함께이니 상대적으로 전화를 못받는 일이 잦아졌거든. 그녀는 날 의심하기 시작했어.


"솔직히 말해. 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물어봤어. 너 여자있지"

"무슨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고있냐"

"근데 왜 연락이 안돼. 회사 있을때 말고는 한번에 전화받은적이 없어"

"말이되냐. 그런건 너도 있었잖아. 집에가면 전화기 잘 안쳐다봐."


적반하장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야. 그래도 기분은 좋앗다. 이여자가 날 좋아해주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으니까. 그리고 그럴땐 겉으로보면 따지는 사람이 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발뺌하는 사람이 갑이다. 열이 받는다는것도 상대방이 좋아야 화가나는 법이거든. 난 원래 전화기 잘 안쳐다본다는 핑계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래? 좋아. 그렇다쳐. 넌 집에가면 내가 안궁금하냐? 어떻게 퇴근은 잘했는지 집에는 조심히 잘들어가는지 밥은 챙겨먹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래서 그동안 내가 전화 안했어? 매일같이 전화하고 문자하고 했잖아. 그랬더니 그때 너 귀찮아했었잖아. 말 안했다고 내가 그거 모를줄알아? 근데 너같으면 계속 그짓 하고 싶겠어?"


그녀가 나중에는 적응해서 별 말 없었던거지 처음에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던건 사실이었다. 난 약간은 비겁하게 옛날일을 꼬투리 잡았다.


"얘기해봐. 너같으면 계속 하고 싶겠냐고"

"하...내가 언제"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봐. 한번도 귀찮은적 없었다고? 티낸적 한번도 없다고?"


한참을 말이없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있어. 미안해. 그치만 지금은 아니야"

"뭐라고?"


난 어린 마음에 나의 승리라 확인하고 싶어 되물었다.


"지금은 아니라고. 그니까 전화 잘 받으라고"

"알았어."


이긴것 같았는데 뒷맛이 씁쓸했다. 여자 이겨서 뭐하겠다고. 그냥 솔직히 얘기할껄. 속여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그여자가 날 떠나는게 싫어 더욱 성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얘기했지. 손가락질하려거든 지금이라도 읽는거 스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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