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중국과 홍콩에서 폐렴과 비슷한 괴질이 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괴질로 중국에서 죽어나간 사람이 수백 명이고 공포 때문에 검증 안 된 온갖 민간요법이 판을 친다는 내용이었다. 외신에 소문처럼 간간이 나오는 얘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났다. 3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괴질에 정식 이름을 붙였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바로 사스(SARS)였다. 사스 공포는 한국까지 덮쳤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4월 사스 환자를 치료하던 홍콩 의사가 죽었다는 보도를 봤다. 감염자가 전 세계 수천 명에 치사율도 높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심각하다 느꼈다. 직접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4월 23일 관계차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사스방역대책본부를 가동시키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건원의 사스 전담 인력은 4~5명에 불과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화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 유학생 등이 하루 7000명을 넘던 때다. 공항은 사스 방역의 최전선이다. 해외에서 밀려오는 외국·한국인 관광객 중에 감염자 한 명이라도 공항을 벗어나 국내로 들어온다면 큰일이다.
4월 25일 인천공항으로 갔다. 먼저 사스 발병 지역인 홍콩에서 온 항공기 입국장을 방문했다. 감염 의심자 채혈 현장도 찾았다. 방역 창구 직원들은 고생이 많았는지 다들 피곤해 보였다. “24시간 교대로 일하고 인력이 부족해서 힘이 든다”고 했다.
바로 메모지에 내 사무실 팩스 번호를 적어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간호사에게 줬다. “모든 애로사항은 여기 총리 사무실 팩스로 직보해 주십시오. 바로 처리 하겠습니다.”
현장을 다녀오니 사태가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부 주도의 사스 방역대책본부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대규모 방역은 한 부처의 힘만으로 안 된다. 상위 부처인 국무조정실이 나서 국방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를 총동원해야 했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을 불렀다.
“사스 방역도 국가를 방어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군의관과 군 간호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군 의료진 70여 명을 공항 사스 방역에 투입할 수 있었다.
이날 국무조정실 차원의 상황실을 만들라는 지시도 했다. 박철곤 복지노동심의관에게 실무 책임자 역할을 맡겼다. 여러 부처나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힌 일을 잘 풀어내는 사람이었다.
4월 28일 범정부 차원의 사스 정부종합상황실이 출범했다. 당시 복지노동심의관으로 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던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설명이다.
“사스 방역의 1차 목표가 국내 유입 차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공항 현장에 가봤더니 입국자 체온을 측정하는 열 감지기가 1대뿐이었습니다. 일일이 체온을 재기엔 입국자가 너무 많았죠. 복지부에 예비비를 지원했고 서둘러 이동식 열 감지기 10대를 구입했습니다. 6대는 인천공항에 설치했고 김해·제주공항은 물론 중국 베이징의 공항에도 1대 보냈습니다. 또 착륙한 비행기에서 사람들이 내리지 못하도록 막고 나서 직접 기내로 들어가 열 감지기로 체온을 재고…. 곳곳을 다니며 정말 전쟁하듯이 사스를 막았죠.”
물론 정부만으로도 안 됐다. 민간의 협력도 필요했다. 4월 28일 오전 김광태 대한병원협회장, 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 강문원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장 등 민간 의료단체 대표를 초청해 의견을 들었다. 이어 낮 12시 오찬을 겸한 사스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관련 부처 모두가 나서 대응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오후 2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사스 의심 환자를 10일간 강제 격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필요 시 자택 격리나 병원 격리 조치에 지체 없이 동의해 주십시오.”
그렇게 사스 방역을 전쟁처럼 치렀다. 상황실로부터 하루 두 번 보고를 받으며 직접 챙겼다. 의심 환자는 있었지만 확진 환자는 1명도 내지 않으며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도 사스에 뚫렸지만 우리나라는 달랐다. 2003년 6월 19일 상황실 해단식이 열렸다. 고생한 직원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해단식 자리에서 강조했다. “지난 55일간 상황실 직원들, 국립보건연구원 직원들, 일선 검역요원들, 군 인력 등이 24시간 밤잠 설치며 열심히 방어해준 덕분에 사스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WHO는 우리나라가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내놨다.
7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립보건원을 찾았다. 사스 방역 평가 보고를 받은 노 대통령이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같은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그전 노 대통령과 주례 오찬에서 ‘한국판 CDC’가 필요하다는 김문식 국립보건원장의 건의를 전달했는데 받아들여졌다. 다음 해인 2004년 1월 19일 정식 출범한 질병관리본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스때문에 질병관리본부 만들었는데
메르스 못막고 욕먹는중 ㅎㅎ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675 | ­ | 데기라스 | 2015.08.24 | 1178 |
11674 | 오랬만에 보는 | 헹헹ㅋ | 2015.09.03 | 1178 |
11673 | 구멍에서 하얀것이 막~ | 데기라스 | 2022.05.01 | 1178 |
11672 | 마누라 친정갈때 | 트야님 | 2022.10.18 | 1178 |
11671 | 나는 해본적이 없는데... | 헹헹ㅋ | 2022.10.20 | 1178 |
11670 | 여자 둘이 자취하면... | 데기라스 | 2015.09.11 | 1179 |
11669 | 세레모니를 하기위해 골을 넣는 축구팀 | 봉귀주 | 2015.09.13 | 1179 |
11668 | 시맛따!! | 수파마리오 | 2022.05.21 | 1179 |
11667 | 차안에서 잠들면 익사할수 있음 | 수파마리오 | 2022.11.14 | 1179 |
11666 | 미국이 한국 못버림 | 수파마리오 | 2015.08.18 | 1180 |
11665 | 북두신권 끝없는 방황길 | 수파마리오 | 2015.09.10 | 1180 |
11664 | 오버워치가 하고싶은 여동생 | 수파마리오 | 2023.10.27 | 1180 |
11663 | 사기캐릭 | 봉귀주 | 2024.03.25 | 1180 |
11662 | 최악의 사투리 0위 | 봉귀주 | 2015.08.23 | 1181 |
11661 | 그녀의 진면목 | 봉귀주 | 2015.09.22 | 1181 |
11660 | 식극의 소마는 이런만화 | 헹헹ㅋ | 2022.06.29 | 1181 |
11659 | 재미있는 역대 야구 타법 ~ | 트야님 | 2023.06.22 | 1181 |
11658 | 아침에 여친얼굴 | 수파마리오 | 2022.08.28 | 1182 |
11657 | 무서운 여자 | 헹헹ㅋ | 2022.11.14 | 1182 |
11656 | 커서 크게 될 아이 | 데기라스 | 2022.11.14 | 1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