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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일단 이전 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kancolle&no=1557083에 대해 약간 오해가 퍼지고 있는 듯 해서 보충을.

루즈벨트가 탄 아이오와에 어뢰를 날린 구축함은 플레처급 구축함 USS 윌리엄 D. 포터(William D. Porter, DD-579)임. 포터급 구축함 USS 포터(Porter, DD-356)나 플레처급 구축함 USS 포터(Porter, DD-800), 플레처급 구축함 USS 스테판 포터(Stephen Potter, DD-538. 포터의 철자가 다름)와는 별개의 함임.

DD-356 포터의 경우엔 해면에 불시착한 미군 파일럿을 구조하려다가 불시착한 아군 뇌격기에서 발사된 어뢰에 맞고 가라앉은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함이긴 하지만, 어쨌든 윌리엄 D. 포터같은 트롤러는 아님. 운이 안좋았을 뿐이지. 포터의 명예를 위해서 이건 꼭 확실히 알아두었으면 함.

원래 윌리엄 D. 포터는 줄여서 윌리 D라고 부르는데, 영어로 줄이는 건 왠지 잘 안 오는 거 같아서 그냥 포터로 줄였더니 이런 상황이 생기네….


어쨋든 이번 건 근성의 폴란드 잠수함과 그 선원들 이야기다.


모두 2차대전 잠수함 하면 유보트만 알지만 다른 나라에도 잠수함은 있었다. 잠대잠에서 최강인 영국이라던지 이것도 얘기할 거리가 좀 있는데 그건 일단 넘어가고, 이건 폴란드 잠수함 오졔우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폴란드 해군 오졔우급 잠수함의 네임쉽인 폴란드 잠수함 오졔우는 단찌히 만에서 작전을 펼치며 수차례에 걸친 폭격과 폭뢰 공격을 살아남음. 그런데 출항하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함장이 급환으로 인해 항해를 지속할 수가 없어서 입항해야 할 처지에 놓임. 문제는, 독일 침공 때문에 모항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됨.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책이 중립국인 에스토니아에 들리는 거였음. 그래서 1939년 10월 14일에 탈린 항에 입항, 일단 함장은 병원에 옮겨져서 고비는 넘겼는데 문제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독일의 압력을 받고 국제법을 내세워서 잠수함에 승선해 승무원들을 구속하고 해도 및 항해에 필요한 장비들을 압류, 어뢰를 포함한 모든 무장을 잠수함에서 제거하기 시작함.


그런데 어뢰 20개 중 15개를 제거한 상태에서 운반용으로 사용하던 철제 케이블이 끊어져서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됨. 그냥 사고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오졔우의 신임 함장인 그루진스키가 에스토니아 군인들의 눈을 피해서 비밀리에 케이블을 갈아버린 거였음.


기회를 노리고 있던 오졔우의 승무원들은 날짜가 막 10월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간 한밤중에 일제히 행동을 개시, 에스토니아 위병을 제압하고 잠수함을 탈환함. 항구 내에는 경보가 울려퍼지고 오졔우은 함교에 기관총 세례를 받으며 최대한 노출 면적을 줄이려고 반쯤 잠항, 포격으로 인해 통신장치가 손상받긴 했지만 항구 어귀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 그대로 통과…할 듯 보였지만 수중 장애물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어버림. 함장은 선체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완전부상을 지시, 결국 항구를 벗어나는 데 성공함.


이제 갈 곳은 영국밖에 없다고 여긴 오졔우은 영국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는데, 문제는 아까 말한 것처럼 에스토니아인들이 오졔우의 해도 등을 전부 가져가 버렸다는 것. 결국 지나가는 독일 상선을 나포해서 해도를 입수하자! 는 결론이 나왔는데 시기가 어떤 시기냐… 이미 주변 해역엔 상선 대신 군함들만 바글바글결국 오젤은 해도는 포기하고 등대를 표식 삼아 항해하기로 결정하고 등대의 불빛만을 길잡이 삼아서 해안을 따라서 항해하기 시작.


참고로 얘네가 등대에만 의지해서 길을 찾아야 하는 발틱(발트. 스톡홀롬과 오슬로 사이의 해를 말합니다) 해가 어떤 바다냐 하면




저기 에스토니아 북부에 Tallin(탈린) 보이지? 거기에서 시작해서 저기 지도 왼쪽에 빼꼼히 보이는 영국 제도까지 해도 없이 등대만 가지고 항해해야 한다는 거임. 에스토니아 꼴 날까봐 중간에 항구엔 들를 수도 없고.


참 대단한 건 승무원들이 잠수함을 탈환할 때 에스토니아 경비병 2명이 인질로 잡혔는데, 그 와중에도 스웨덴 해안에 들러서 두 명을 내려줌. 그냥 보낸 것도 아니고 옷과 음식까지 챙겨서. 각각 미화 50달러도 챙겨줬는데, 폴란드 선원들의 말에 따르면 "지하 세계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일등석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나 뭐라나. 그 때 에스토니아랑 독일 신문에선 "폴란드 애들이 인질을 잔인하게 살해했어요 빼애애액!" 이러고 있었음.


항해하면서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하면, 국적을 나타낼 만한 수단이 모조리 상실되었기 때문에(무선 장비는 고장났고) 독일 해군 뿐만 아니라 영국 해군의 눈도 피해야 했다는 것. 항해 중에 오졔우가 상선을 공격하지 않은 것도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소련 애들은 "쟤가 우리 상선 격침시켰대요 빼애애액! 이게 다 에스토니아가 중립국의 의무를 저버리고 저 폴란드 잠수함 일부러 놓쳐서 그런 거임 빼애애애애액! 저 놈들은 중립도 아님!" 이러면서 에스토니아를 병합하는 데 구실로 써먹음. 아니 상식적으로 지금 등대에 의지해서 경로 잡기 빠듯한데 상선을 공격할 여유가 있을 리가….


폴란드를 떠난 지 40일째 되던 날, 드디어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에 도착. 진짜로 해도 없이 등대에만 의지해 군함이 우글대는 발트 해를 횡단하는 데 성공



이 분 최소 고급 항해술 찍으신 듯.


앞에서 말한 대로 국적을 나타낼 수단이 없어서 발견될 경우 공격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해저까지 잠항해 무선 장비를 긴급수리함. 수리를 마친 후 부상해서 엉터리 영어로 무전 신호를 보냄. 신호 상태는 별로 안 좋았지만 영국 측에서도 이걸 수신하고 마중으로 구축함을 한 척 보내서 오졔우는 겨우 입항할 수 있게 됨. 영국 해군은 오졔우을 보고 유령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랐는데, 이미 가라앉은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듯.


오졔우은 그 이후로 영국 제2잠수함대로 편입해 노르웨이 전역에서는 독일군 수송선 리오데자네이루를 격침. 참고로 그냥 어뢰 쏴서 격침시킨 게 아니라 제대로 먼저 위협사격을 가해서 정선명령을 내렸는데 이에 불응하자 어뢰를 쏜 거임. 캬 오졔우 인성 좀 봐라. 참고로 리오데자네이루의 생존자들을 노르웨이 해군과 어부들이 구조했는데, 자기나라 침공하러 온 애들을 구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짐.


이렇게 전과를 올린 오젤이었지만 결국 7번째 항해에서 실종됨. 기뢰로 인한 침몰이 유력하긴 하지만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름. 필사의 대탈주극을 벌이면서 국제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친 잠수함 치고는 너무나 허망하게 가 버렸다…슬프다 엉엉.


출처 : Nathan Miller, War at Sea, DC 칸코레 갤러리 개념글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kancolle&no=1636967&



P.S : 당시 국경선으로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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