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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절한 재판장 발언, 비판하지 않는 언론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랍니다.”

오늘(26일) 한국경제 23면에 실린 기사 첫 번째 문장입니다. 기사 제목이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장의 이례적 당부…“우리나라 대표기업 총수로서 심리 중에도 당당히 할 일 해달라”>입니다. 첫 번째 문장보다 기사 제목이 더 깁니다.

어제(25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렸는데요.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저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판장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했는데 그걸 지적하는 언론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법리적 검토를 거쳐 ‘판결’을 하면 된다





일단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한국경제 기사를 인용하겠습니다.

“그는 ‘1993년 독일, 프랑스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게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삼성 내부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 부장판사의 당부는 5분 정도 이어졌으며 이 부회장은 재판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경제는 이런 재판장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몇 가지를 당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경제 뿐만 아니라 거의 대다수 언론이 ‘이례적 당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저는 언론이 정말로 이 발언을 ‘이례적인 당부’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오늘(26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중에서 그나마 재판장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건 한겨레 정도였습니다. 한겨레가 지적한 재판장 발언의 문제점이 어떤 건지 잠깐 인용합니다.

“재판부가 법정에 출석한 이 부회장을 향해 ‘삼성 경영’을 당부하는 듯한 말을 건네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판장 발언 이후 ‘삼성이 윤리 경영 시스템을 재정비하면 형을 감경해 주겠다’는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장의 발언은 양형 사유를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줬다.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8면 <1년 8개월 만에 법정에 선 이재용…재판장 부적절한 ‘경영 훈수’>)

현재 이재용 부회장 쪽은 파기환송심에서 ‘양형’을 줄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인 2심 형량이 어떻게 바뀔지”가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이 이재용 부회장 쪽을 향해 당부의 말을 남기는 게 온당한 걸까요? 판사는 법리적 검토를 거쳐 ‘판결’만 하면 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언론에 소개된 정준영 재판장의 발언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1993년 당시 만 51살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살이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

“재벌 체제는 우리 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재벌 총수는 혁신 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하는데, 혁신 기업의 메카로 탈바꿈한 이스라엘의 경험을 참고 바란다”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같은 범죄가 재발할 것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만 51살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는 대목은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재판장이 이런 발언을 ‘이례적으로’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저는 놀라울 뿐입니다.


재판장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 열심히 소개해주는 언론

재판장의 이 같은 발언도 놀랍지만 사실 저를 더 놀라게 한 건 언론입니다. 삼성에 대한 한국 언론의 ‘우호적인 태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재판장이 ‘삼성 경영’을 걱정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언론은 이 발언을 열심히 소개해주기 바쁩니다.

오늘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 제목들만 봐도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정준영 재판장 “51세에 이건희는 신경영 선언, 이재용 선언은 뭔가”> (경향신문 10면)
<재판부 “삼성,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필요” 이재용 부회장에 5분동안 강도높은 당부> (동아일보 6면)
<이재용에 경영 훈계한 재판장님> (조선일보 10면)
<“51세 이건희는 신경영으로 위기 극복”> (한국일보 6면)
<이재용 파기환송심…“심려 끼쳐 송구”> (매일경제 15면)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장의 이례적 당부…“우리나라 대표기업 총수로서 심리 중에도 당당히 할 일 해달라”> (한국경제 23면)


조선일보는 한 변호사 말을 인용해 “법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을 꾸짖고 훈계를 하면 판결은 우호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 속설”이라는 말을 전하더군요.

어이가 없습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장이 ‘삼성 경영’에 대해 당부(?) 말씀을 하고, 자칭 ‘1등 신문’이라는 언론이 변호사 말을 인용해 ‘우호적 판결 속설’ 운운하는 게 말이죠.

판사는 판사의 일을 하고, 언론은 언론의 일을, 제발 좀 하시기 바랍니다.



http://m.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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