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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4시 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에서 한 여성(빨간 원)이 가게 앞에 쓰러진 남편 B씨(49)의 상처 부위를 막으며 지혈하고 있다. B씨는 형 A씨(58)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빌린 A씨는 이날 B씨와 담보대출 이자 문제로 말다툼하다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가게 CCTV 캡처]

전직 공무원, 10년 전 전주서 인생 역전,도박판 전전하다 로또 당첨 후 '회장님'
가족 몰래 흥청망청..2년 만에 빈털터리,음식점 사장 부부는 로또 당첨 후 떠나

안녕들 하쇼. 나는 임충식(가명)이란 사람이오. 나이와 직업은 비밀이오. 각설하고, 로또에 관심 있소?

얼마 전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지 뭐요. 전북 전주에서 과거 로또 1등에 당첨된 50대가 빚 문제로 다투던 친동생을 칼부림한 사건 말이오. 동생은 부인과 초등학교 1학년 딸이 보는 앞에서 숨졌고, 형은 살인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으니 비극이 아닐 수 없소.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오. 동생을 살해한 형이 내가 아는 '그 남자'인가 싶어서요. 하지만 뉴스에 나온 로또 당첨금 액수(12억원)와 형 나이가 달라 가슴을 쓸어내렸소. 하지만 교도소에 가지 않았을 뿐 로또 1등 당첨이 '독이 든 성배'가 됐다는 건 두 사람이 다르지 않소.

내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오. A씨(61)는 원래 전북 모 자치단체 토목직 공무원이었소. 비리에 연루돼 파면됐지만 말이오. 이후 도박판을 전전했소. 주머니가 가볍다 보니 끼니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얻어먹었다오.형님뻘인 사람이 A씨에게 4000원짜리 짬뽕을 사주면서 "넌 짬뽕 먹을 자격도 없다"고 구박하는 건 일상다반사였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멸시를 당했다오.

그러다가 약 10년 전쯤 꿈 같은 일이 벌어졌소. 전주 복권집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산 로또 한 장이 1등에 당첨된 것이오. A씨는 세금 빼고 43억원을 움켜쥐었소.도박판에서 '동냥아치' '천덕꾸러기' 소리를 듣던 그는 하루아침에 '회장님' 소리를 듣게 됐다오. 벼락부자가 된 A씨는 그러나 부인(59)과 자녀에게는 로또 당첨 사실을 철저히 숨겼소.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지만, 10원짜리 한 장도 안 줬다고 하오.

대신 A씨는 거의 매일 술집과 도박판을 돌아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썼소. 손안에 자그마치 수십억원이 있는데 뭐가 두려웠겠소.한풀이였을까. 호주머니에 단돈 1000원이 없어 끼니를 걱정했던 A씨는 말 그대로 물 쓰듯이 돈을 뿌렸다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A씨가 조폭이 낀 불법 사행성 오락실에 6억원을 투자했다 경찰에 적발돼 게임기를 몰수당한 일화는 유명하오. '친구에게 외제차를 사줬다'는 등 A씨를 둘러싼 소문은 무성했소. 일일이 세기도 벅찼던 돈은 유흥비와 도박 자금 등으로 2년 만에 연기처럼 사라졌소. 다시 빈털터리가 된 것이오.

남편 대신 술집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던 부인은 뒤늦게 A씨가 '돈벼락'을 맞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오. 하지만 이미 A씨 혼자 43억원을 허공에 날린 뒤였소. 이 일로 이혼은 안 했지만, 두 사람은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로 살고 있다고 하오. 다시 쪽박을 찬 A씨는 요즘도 1000원짜리 고스톱판을 기웃거리며 푼돈을 빌려주는 '꽁지' 노릇을 한다고 하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소.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 같소.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A씨에게 직접 전화하는 건 참아 주오. 연락해 봤자 '겨우 잊었는데 염장지르냐'며 발끈할 게 뻔하기 때문이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화란 사실만 기억해 주시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로또 1등에 당첨된 이가 또 있소. 약 2년 전 일이오. 전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B씨(60)가 한 번에 로또 1등 2개와 2등 여러 개가 당첨됐소. 당첨금은 20~30억원으로 추정되오.B씨 부부는 당첨 직후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고 야반도주하듯 다른 지역으로 홀연히 떠났소. 소문이 나면 주변에서 돈 달라고 할까 봐 선수를 친 거요. 지금은 이들 부부가 어디 사는지 아무도 모르오. 다만 '쪽박은 안 찼다'는 소문은 들었소.주위 사람들은 "로또 당첨이 됐으면 조금이라도 베풀고 가지"라며 B씨 부부를 욕하오. 하지만 B씨 부부가 여전히 전주에 살았다면 당첨금이 아직 남아 있을지 의문이오.

지난 11일 전주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벌어진 '로또 1등' 형제의 비극만 봐도 그렇소.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된 형(58)은 세금 떼고 받은 12억원 중 5억원을 누이와 남동생 등에게 나눠줬다고 하오. 형제간 우애가 얼마나 깊었을까.숨진 동생(49)도 형이 준 1억5000만원을 보태 집을 장만했소. 정작 형은 친구들에게 수억원을 빌려줬다가 떼이고, 정읍에 차린 정육식당도 장사가 잘 안됐다고 하오.최근까지 전셋집에 살던 형은 동생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대출받아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사달이 났소. 친구가 잠적했기 때문이오. 담보대출 이자(월 25만원)가 두어 달 밀리자 형제는 말다툼이 잦아졌고, 사건 당일 동생에게서 "형이 이자를 갚으라"는 말과 함께 '양아치'라는 욕설을 들은 형은 홧김에 살인을 저질렀소.

문득 이런 의문이 드오. 로또 1등 당첨은 대박일까, 쪽박일까.


중앙일보 김준희 기자

※본 기사는 익명을 원한 제보자가 들려준 로또 1등 당첨자 2명의 사연과 최근 전주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형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보자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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