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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점심도 다 굶었다고 부자(父子)가 그러니까요.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한 방송국 카메라를 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소속 이재익(50·방송화면) 경위는 슬그머니 눈물을 훔쳤다.지난 10일 오후 4시10분쯤, 절도사건 신고를 받고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한 마트에 출동한 이 경위는 절차에 따라 범행 동기 등을 묻던 중, 사과 여섯 개와 우유 두 팩 등을 훔친 30대 남성이 임대아파트에서 홀어머니와 두 아들(12세, 7세)을 데리고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을 알았다.

남성이 택시기사 일을 했지만, 당뇨와 갑상선 질병으로 6개월 전쯤 일을 중단해 수입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알았다.몸을 덜덜 떨던 남성 옆에는 열두 살 아들이 함께 서 있었다.사연을 접한 마트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훈방조치를 결정한 이 경위는 이들 부자를 집으로 돌려보내기에 앞서 인근의 한 식당에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한 그릇씩 시켜줬다.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눈물을 훔친 이 경위의 모습에 14일 아침 뉴스를 보던 시청자들의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졌다.

인천 중부경찰서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 경위를 칭찬하는 민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칭찬합시다’ 페이지에는 이 경위를 칭찬하는 글 40여개가 등록됐다.누리꾼 최모씨는 글에서 “따뜻한 마음이 가슴을 울렸다”고 말했으며, 이모씨는 “경찰관님의 모습을 보고 딸에게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이야기하게 됐다”고 칭찬했다.서모씨도 “요즘 경찰관들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울먹이는 모습에 따라서 같이 울컥했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해당 방송기사에 댓글 수천개가 달린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훈훈한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경위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측은하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서 홈페이지에 칭찬이 쇄도한다는 말에 “아이고, 그럴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이 경위는 뉴스를 본 어머니에게 혼났다고 했다. 담담하고 의젓하게 말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번 소식을 접한 부인과 자녀들에게는 따뜻한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인지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이 경위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속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닌 공정하고 형평성을 갖춘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연은 마트 선처 외에 국밥집까지 따라와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부자에게 건네고 재빨리 사라진 신원 미상의 한 남성도 등장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 남성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부자를 국밥집에 데려가는 모습을 모두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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