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인 척? 펭수랑 친한 척? NO!’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이후 본격적인 홍보전이 시작된 가운데 인기 캐릭터 등을 활용한 저작권 침해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문제로, 후보자들은 “이윤 추구나 정치적 목적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우려는 여전하다.
페이스북 등에 캐릭터 무단 활용
이미지 홍보 저작권 침해 논란
EBS “개인 정치 활동 사용 NO”
부산 남구갑에 등록한 A 예비후보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EBS 인기 캐릭터인 ‘펭수’를 활용해 후보자 홍보와 사무실 위치 등을 알렸다.
해당 게시물에서 A 예비후보는 사무실 위치를 알리며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 플래카드를 두 장의 사진으로 소개했다. 또 이와 함께 펭수의 얼굴 대신 자신의 얼굴을 넣은 합성 이미지를 사용해 한쪽 날개를 들고 서 있는 펭수 이미지를 넣었다. 마치 펭수가 A 예비후보를 응원하는 자세다.
게시글에는 펭수와 함께한다는 뜻의 ‘위드 펭수(with 펭수)’를 나란히 적고, 글의 말미에는 유권자들의 응원을 부탁하며 펭수의 인사말인 ‘펭-하(펭수, 하이)!’를 빗댄 ‘남-하(남구, 하이)!’를 언급했다.
A 예비후보는 지난 12일에도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본떠 펭수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다. 게시물 댓글 중에는 “EBS와 사전협의가 안 되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후보 측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SNS 홍보 담당자가 잘 몰랐던 것 같다. 나 또한 홍보에 바빠 저작권 등은 미처 생각지 못했고, 문제가 된다면 바로 내리겠다”고 밝히고 곧바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펭수를 만든 EBS 측은 해당 이미지에 대해 ‘사전에 협의된 적 없는 게시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EBS 관계자는 “교육방송의 캐릭터가 개인적인 정치 활동이나 이익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저작권과 초상권 침해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특히 총선 시기를 앞두고 적극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EBS 측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저작권 침해 관련 제보 요청 글을 올린 상태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B 국회의원의 공식 페이스북에도 ‘펭수 합성 홍보물’이 등장했었다. ‘수험생 여러분, 국회에서 밥 한 끼 해요’라는 내용의 홍보물로, 여기에서도 펭수 얼굴 대신 해당 국회의원의 얼굴이 합성됐다.
정치인 특히 신인 정치인의 입장에서 대중적인 브랜드와 인기있는 연예인 또는 유명 캐릭터를 이용해 눈길을 끌고 표심을 잡으려는 홍보 전략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작인격권을 보장하는 저작권법 13조는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받는다’고 정하고 있다. 펭수의 모습이 온전히 유지되지 않고 합성된 이미지의 경우 저작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 침해 사례와 관련,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임태희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홍보 포스터에 배우 김태희 씨의 사진과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문제가 됐다. 올해 4월 보궐선거에서도 정의당이 정당색인 노란색을 강조하기 위해 피카츄와 곰돌이 푸 등의 캐릭터를 사용해 무단사용 의혹을 받기도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브 'TV홍카콜라'를 선보이면서 상표권 침해 논란을 빚었지만 한국코카콜라 측이 "경쟁업체도 아니고 제품 활용도 아닌 일종의 패러디여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밝히며 일단락됐다.
김경희·남유정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