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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스쳐갔던 인연 1-4

ㅇㅓㅂㅓㅂㅓ 2020.08.14 08:57 조회 수 : 197

이어서 가보자.




더러운 기분을 안고 집으로 갔다. 돌아가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얘가 불여시보다 못한것이 뭔가. 얼굴도 성격도 훨씬더 나은 여자인데

얘랑 잘 해볼까도 생각해봤다. 그럼 얘는 걔랑은 다른 사람일까?

얘도 남자 많이 후리고 다녔다는데 넘어가면 쏠랑 그때부턴 나한테

감정이 없어지는건 아닐까. 군대가면 결국 상처받고 까이는건

나 일텐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다 별다른 해결책없이 집에 도착했다


"언짢았다면 미안하다"


라는 애매모호한 문자한통 날리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문자는 괜히

보냈다는 자책과 함께 일어났다. 염병헐. 하지 말았어야했는데.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아무일 없었다는듯, 또 언제 그랬냐는듯.

분명 기억이 뻔히 날텐데도


"우리 어제 싸웠어요?? 미안해요..기억이 가물가물ㅠㅠ"


이렇게 문자가 왔다. 요망한것.


"아냐~별일 아니었어. 신경안써도 된다."


궁금하다고 알려달라고 오버하는게 불보듯 뻔한 내숭이었지만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고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이때부터였던것 같다. 틈날때마다 내게 연락하고 나있는 곳으로 찾아오고 주변에서 수근수근 대기 시작한 때가.

아주 일상적인 문자들이 오고갔던때였다. 수업이 지루하다는둥, 뭐가 먹고싶다는둥, 영화 개봉한거 보자는 둥. 둥둥둥.


하루는 다음날 오전수업 있다며 내게 모닝콜을 부탁했다.


"아잉~선배~나 못일어나면 책임 질꺼예요?"


"여태까지 1교시수업 잘 댕기다가 뜬금없이 뭔소리야"


"그래두~즈응~말 중요한 날이니까 그르죠~쪽지셤본단말예요!!"


"걍 니가 일어나지? 난 아침 수업도 없는데?"


"쫌!!!!!드릅게 치사하네!!!"


못이기는척. 원래 해주려고 했었는데 그냥 튕겨본거였다. 다음날

아침 난 모닝콜을 했고 자다 받은 목소리였다.


"일어나. 난 분명히 전화했다."


"고마워요~선배덕에 일어났네~"


졸린듯한 얇은 목소리. 설정일까 리얼일까 존나게 생각해봤지만 진실은 본인만 아는것.


"학교에서 보자"


"선배선배!!!"


"왜"


"사랑해~"


심장이 내려 앉는줄 알았다. 침착하자. 장난일것이 뻔하다. 한번속지 두번속냐. 조심 또 조심.


"뭐?"


"히히. 따라해봐요~ 사랑해~"


"꿈꿨냐?"


"아 진짜!! 하라면 좀 해봐요!!!!!"


"일어났으면서 괜히 지랄이야!!!!"


전화를 끊고나서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손이 덜덜 떨렸다. 오후가 되서야 학교를 갔다. 이미 소문이 아는사람은 알만큼 퍼져있었다. 나랑 걔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누가 소문을 냈을지는 뻔하다. 아마 후배가 지랑 친한 친구들에게 넌지시 흘렸을테지. 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으니까. 부담은 됐었지만 혹시 누가 물어본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얘기할 생각이었다. 우린 정말 아무사이도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몇몇 사람이 물어봤고 난 아니다라고 똑똑히 얘기했다. 그리고 두세번 같이 집에가자는 얘기에, 동네에서 술한잔 하자는 얘기에 쿨하게 거절했다. 며칠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후배의 친구였다. 동네친구.


"여기 동네 술집인데 친구가 많이 취했어요~근데 짜장씨 자꾸 찾길래 전화드렸어요. 이쪽으로 와주시면 안될까요?"


갔다. 동정심, 호기심, 측은지심 기타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고 핑계도 댈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100% 욕정 때문에 간것이다. 그땐 아닌줄 알았다. 도착해보니 후배는 약간 취해있었다. 후배의 친구는 날 흘겨보며


"오빠 자랑 많이 해서 궁금했어요~제 친구 속상하게 하지마세요~"


라는 말만 남기고 갔다. 둘만 남았다. 동네 호프집.


"너 업어준거 왜 말하고 다녔어"


"얘기하면 안돼?"


"그런건 아닌데 사람들 수근대는거 싫어서"


"수근대면 어때서..나랑 엮이는게 싫어?"


당장 어떻게 대답하느냐에따라서 오늘 결판이나지 싶었다. 싫다하면

영원히 쌩이요, 좋다하면 적어도 군대가기 전까진 얘랑 외롭지않게 보낼수 있을것 같았다. 중간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남녀사이에 중간은 없다.

지금 생각해도 참 없어보이는 행동이었다.


"군대가는거 알지? 못기다릴거 뻔하잖아. 그래서 난 입대하고 속앓이하기 싫다."


"장담할순 없는데 못만날건 또 뭐야? 그냥 지금 감정에 충실하면 안돼? 선배도 나 좋아하잖아"


"흠...내맘이 뭔줄알고. 나도 너 싫진 않아. 근데 알다시피 불여시한테 데인것도 있고 군입대 문제도 있고해서 조용히 있다가 가고싶어. 물론 너랑 군대가기 전까지 잘 지낼수도 있지만...그뒤는 어떻게된다 보장이 없잖아?"


"일단 나 싫진않은데 뒷일이 걱정된다는 거지?"


"응"


"어쨌든 내가 좋긴 좋은거잖아??!!!!"


"그럼 오늘만 생각해."


단호한 말과 표정뒤에서 난 어렴풋이 오늘 일어날 미래가 보이는것 같았다.





모바일이라 빡씨다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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