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언제나 나 혼자였어.
엄마, 아빠, 친구들 내겐 다 소중한 사람이지만
결국 내 나 자신 뿐이었어.
그런 내 앞에 홀연듯 누군가 나타났어.
천천히 누군가한테 녹아든다는 기분 알 것 같아?
그 사람이 날 이용하겠다고하면 이용당해 줄 수 있고
날 떠나버리겠다면 그리하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옆에 있길 원한다면 계속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그 사람은....
-Coming Soon.-
....................................................................................................................
돈이 너무 아깝다.
그냥 걷기로 한다.
그녀가 사는 동네에서 우리 집까지는 10Km 정도?
슬슬 걸어서 5시간이면 가겠지. 난 아직 시간 많으니깐.
오늘 자고 싶지가 않다.
"오빠.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조심해서 가요. 가면서 문자 하구요."
"응. 얼른 들어가."
멀어지는데, 은영이가 계속 손을 흔들고 있다.
내가 안보일 때 까지..
'오빠. 잘 가고있어요?'
'은영아. 우리 헤어진지 3분됐는데.. 하하..'
'오빠 자켓 왼쪽 주머니 봐요.'
이게 뭐야
정사각형으로 접힌 2만원.
'이게 모야.. 왜 넣었어.'
'오빠 택시타요 빨리'
'안그래도 택시타려고했는데..'
'걸어가지말고 꼭 택시타요. 알았죠? 약속~'
'약속.. 알았어. 다음부턴 이러지마. 알았지?'
'난 약속 안할거에요. 오빤 약속했으니깐 집에가서 보내요.'
......
완전 공짜로 얻어먹고, 산책도하고, 집도 편하게 가고..
이거 머지..
은영이는 내게 봉사활동을 하는건가?
아니면 내가 불쌍해보인걸까..ㅠ_ㅠ
'은영아. 나 집에 왔어.'
'답이 없구나. 잘자. 예쁜꿈꾸고~'
----------------------------------------------------------------------------------
6월 말, 복학 신청을 했다.
그리고 은영이와는 여지껏 그 이상의 사이가 아닌
호감을 가지고있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은영이도 날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데
언제, 어떻게, 어디서 고백을 해야
고백 잘했다는 말을 들을까?
정기 동아리 모임.
xx 호프집.
"형. 오늘 향수 좀 뿌렸네요? 항상 맨얼굴이더니 BB도 바른것 같고"
"조용히해."
"크크크크 맞죠? 누구한테 잘보일라그러나? 보통 동아리 나올 때하고 다른데?"
"때가 되면 다 알게될테니까 쉿"
"형. 설마.. 이 중에 좋아하는 사람 있는거에요?"
"야. 조용히 하라니깐.."
'오빠. 급하게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아요.'
'응? 무슨일인데? 괜찮아?'
'네. 잠깐 집에 일이 생겨서요.. 미안해요 오빠. 문자 할게요.'
망했다.
완전 망했다.
내가 왜 나왔는데.
"안녕하세요 봉사활동 동아리 회장 김연수라고 합니다."
와아~ 짝짝짝
"이번 동아리 정기 모임에선 공지도 전달하고 축하할 일도 있네요."
"야. 뭐냐? 축하할 일이? 너 아냐?"
"나 이제 관뒀잖아요. 나도 이제 3학년 반이 지났는데"
"그래도 모르냐?"
"네. 그보다 누군데요."
"본격적인 시작 전에, 공지는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이번 농활 대신에 두 학교 측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다같이 제주도를 가려고 하는데, 의견이 어때요?"
와아아아아아
다들 신났다.
"제주도에 갔다온 뒤에 8월 쯤에 양로원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제주도만 간다면 다 좋아요."
"고고고"
"그럼 공지는 여기까지 전달하고, 축하할 일은요."
또각또각
"신비주의자 xx여대 이은영 학생 등장이요~"
?
남자애들은 본 적이 없단다.
xx여대 애들끼리 봉사활동 갔을 때 딱 한 번 나오고 그것도 당일날 바로 귀가.
카페에서만 활동하는 신비주의자 '은영'
"하는 일이 있어서 거의 온라인에서만 활동하고 모임에는 거의 못나왔는데, 이번에 큰 맘 먹고 나왔대요. 박수."
남자애들 아무말도 못한다.
파스텔톤 하늘색 원피스에
어?
머리를 잘랐다.
어깨까지도 안오는 단발머리.
화장도 살짝은 했다.
"와.."
"형. 저도 처음봐요. 진짜 예쁘네요."
"...."
멍 하니 그녀만 쳐다본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다.
"형"
"형"
조용히 해봐 새키야.
"안녕하세요. 이은영입니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모름지기 매번 참여하고 얼굴도 봐야하는데, 한번도 그러질 못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여러분들의 말을 잘 듣지 못해요. 그러다보니 사람을 피하게 되고, 그런 걸 깨보려 동아리에도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전 예전 그대로였어요. 그러던 중,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대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지금 이렇게 여러분앞에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모두의 환호 속에
난 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지
은영이가 들어가면서 날 쳐다보고 웃는다.
그리고는 자기 친구들과 함께 앉는다.
너 뭐야?
그 한 사람이 누구지?
나인가?
아닌데.. 난 한게 없는데
아. 그거보다 너 여기 왜있어?
'너 왜 여깄어? 집에 일있다면서. 와도 돼?'
'오빠 서프라이즈 해줄려고 한건데요? 히히'
'걱정했잖아.'
'오빠. 나 애들하고 얘기좀 할게요. 그리고 1시간만있다가 밖으로 나와요.'
얘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우리 동아리에 저런 보물이 있었다니.. 형 어때요?"
"야. 진짜 예쁘다. 태어나길 잘한 것 같다."
"표현 한번 찰지네요."
난 은영이가 술마시는 걸 본 적이 없다.
항상 만나도 밥을 먹거나 카페에 갔다.
남자애들이 은영이한테 술을 따라주러 갔다가 바로 돌아오는게 보인다.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은영이가 먼저 일어난다.
"저. 엄마가 데릴러 오셔서 먼저 가볼게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뵈요."
난 어쩌지?
"동환아. 나 간다."
"형 어디가요. 2차는 형이 주인공인데"
"내가 왜?"
"형 복학했다고 파티 준비했어요."
"오늘 일찍 가봐야하는데 미리 못말해서 미안하다. 대신에 너 입대파티로 바꿔서 해"
"형!"
밖에 나와서 은영이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어딨지?
두리번두리번 거리고있는데
"저기. 사람찾으시나봐요.'
일부러 굵직한 목소리를 내면서 장난친다.
"머야. 놀랬잖아."
"오빠"
"너 좀 혼나야겠다. 왜 장난쳤어. 걱정했잖아."
꿀밤을 딱 때린다.
"아야. 진짜 세게 때리네요? 와.. 난 오늘 오빠랑 늦게까지 있으려고 일부러 불렀는데.. 집에 갈래."
"미안해.. 미안해. 아팠어?"
눈을 한 번 흘긴다.
"오빠. 나랑 둘이 술 마신적 없죠?"
"어? 응..없지."
"소주? 맥주? 양주? 머 좋아해요?"
"난 항상 소주만 마셨었는데"
"그럼 소주 마시러가요."
은영이의 팔을 잡는다.
"너 괜찮아? 여기서도 좀 마셨잖아."
"나 취하면 오빠가 데려다 줄거잖아요. 나보다 먼저 취할까봐 그러는거죠?"
"그건 아닐걸?"
"헤헤 과연 그럴까요?"
족발집?
"오빠 족발 먹죠? 여기 되게 유명한 집이에요."
"나 족발 좋아하지. 너도 족발 먹어?"
"당연하죠. 순대, 곱창 다 잘먹어요."
약간 얼굴이 빨개진 상태에서
날 보고 계속 웃으니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형. 나 다 봤어요. 배신자. 내일 저한테 말 안해주면 다 불어버릴거에요.'
뭐야 언제 나와서 봤어.
그냥 씹는다.
"여기. 족발 대자 하나하구요. 쟁반국수 나오죠?"
"네"
"참이슬 두 병 주세요."
"야. 나도 그렇게 안시켜. 한병씩 먹어도 되는데"
"쉿"
내 입술에 자기 검지를 가져다 댄다.
"오빠. 내가 족발 먹으러 오자니깐 깼어요?"
"아니? 난 오히려 이런거 잘먹는 여자가 좋더라."
"진짜죠? 나 족발 나오면 뼈부터 뜯는데.. "
"하하 그런건 누구한테 배웠어? 족발 먹을 줄 아네."
"오빠도 족발 뼈부터 먹어요?"
"난 아니야. 너 내가 뺏어먹을까봐 그러지? 너 먹어."
"앗싸~♥"
"은영아"
날 빤히 쳐다본다.
"너.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돼?"
"어떤거요? 아. 아까 동아리 모임에서요? 숨길 필요가 없었어요. 난 모임 나가고 싶은데, 숨기면 나만 피곤해지니깐.
그리고 내가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안갖게 행동하면 되겠죠?"
"그래두.."
"자~ 족발 대자 나왔습니다."
"끼야~ 맛있겠다아~~"
"넌 말야. 모든지 다 맛있게 먹는 것 같다."
"음식 남기는거 제일 싫어해요. 자~ 오빠 술 한잔 받으세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따라준다.
근데, 왜 딸한테 받는 기분이 나는걸까
"자 너도 한 잔 받아."
"네 오빠 히히"
"뭐가 그렇게 좋아?"
"그냥요. 나 술 되게 오랜만에 마셔봐요."
"내 얼굴은 볼 수 있을 때까지 마셔야하는 거 알지?"
"헤에~ 알고있습니당~"
쨘~
진짜 뼈부터 뜯고있다.
조그마한 입술로 어떻게 저렇게 잘먹는지
몇 일 굶다 나온 애 같다.
"오빠. 잔 비었잖아요."
"아.. 그래. 미안해."
"오빠 요즘 멍 때리는게 늘었네요."
"어? 그냥 생각 좀 하다보니.."
"무슨생각요? 나랑 둘이있는데 딴 생각하다니.. 나쁘네요."
"아니. 너 생각."
무심결에 튀어나왔다.
"제 생각요?"
이런건 또 다 듣네..
"어? 어? 어.. 어"
"오빠."
"응?"
"오빤 나 좋아요?"
하.. 이 친구 너무 당당하다.
그래서 자주 당황한다.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고개를 끄덕인다.
"오빤 거짓말을 못 하는 것 같아요. 팅길 줄도 알아야하는데"
"좋은 걸 좋다고 해야지. 싫다고했다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되잖아."
"전화도 할 수 없는 여자인데두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목소리야 더 자주 보면 되는걸."
"내가 저 멀리 있을 때, 오빠가 날 불러도 못 쳐다볼 수도 있는데두요?"
"그럴 땐 내가 너한테 뛰어가던가, 마주보고있다면 네 눈에 띄는 행동을 해야겠지?"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짠~
"오빠. 난 오빠덕분에 이렇게 말도 잘하게 됐고, 남자랑 술도 마시고, 크게 웃기도 했어요.
그전엔 내가 언제 그렇게 크게 웃었는지 기억도 안났어요.
내가 아까 동아리 모임 때 한 말 기억해요?"
한 사람..을 말하는 걸까
"응"
"오빠. 그 한 사람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
"왜 나만 이렇게 길게말해요? 오빤 나한테 할 말 없어요?"
"사실.. 은영아. 나 있잖아."
"네"
"은영이 널..."
말 없이
내 입술에 또 다시
그녀의 가느다란 검지손가락이 올라와있다.
"오빠. 술 마셨잖아요.
맨 정신에서 듣고싶어요.
그리고, 오빤 아무 말 하지 마요."
....................................................................................................................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있어서 멀리 나와있네요. 매일 하나 이상은 쓰겠습니다.
항상 격려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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