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XEDITION

유머

고 1이 홍 지사한테 보낸 편지

봉귀주 2021.12.25 14:05 조회 수 : 4

홍준표 경남 도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태봉고등학교 1학년 이현진이라고 합니다. 

지사님께서 무상급식을 폐지하신 후부터 저희들은 꽃피는 봄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단식을 시작하셨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의 걱정 가득한 표정과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를 보다 못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지사님은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하셨지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지사님께도 분명히 학창시절이 있었을 텐데 정말 모범생이셨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학생들은 오로지 공부 하나만을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거든요. 학생들에게 학교는 그냥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닌, 삶 전부가 담긴 작은 우주입니다. 만약 어른들께 회사는 일만 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해집니다.

점심시간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지 잘 모르시는 지사님께 그 시간의 의미를 설명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학교는 작은 기숙학교라 삼시세끼를 모두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하루 세 번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친구와 싸워서 서먹서먹하더라도 고기 한 점을 얹어주면서 화해하고, 특식이 나오는 날은 서로 아옹다옹 뺏어먹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돌아보면, 학교 안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있는 공간은 급식소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똑같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사님에게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밥 먹는 것도 공부입니다. 어릴 때 아는 스님께서, “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밥알을 지저분하게 남기지 않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책상 못지않게 식탁에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길게 늘어져 속 터지는 배식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느리게 먹는 친구에게 내 속도를 맞춰가며 배려를 익힙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힘도 식탁 앞에서 기릅니다. 지사님은 학생들의 공부를 그토록 걱정하신다면서 정작 공부할 힘을 빼앗고 계십니다.

사람이 한자리에서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처럼 먹성 좋은 나이에는 매 끼니가 잔치고 축제입니다. 이렇게 뜻깊은 것이 공부가 아니라면 대체 공부란 무엇인가요? 

가난한 아이에게 더 복지 혜택을 준다는 선별복지를 우리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실제로 가난한 당사자도 정말 그렇게 느낄지 생각해보셨는지요. 지사님도 낙인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적어도 가난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습니다. 함께 노는 데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같은 밥을 먹는데 좀 못살면 어떻고 잘살면 어떤가요. 하지만 무상급식이 사라지면 그것은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 아니게 됩니다.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 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 내고 밥 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 분위기는 확 바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가난을 식사 때마다 느껴야 하는 아이가 과연 복지 혜택에 감사할까요?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가난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별복지가 시행되는 순간, 대상자는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버립니다. 지사님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복지라고 하시지만, ‘괴롭고 불편한 복지’가 될 게 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평등해야 할 급식소에서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사님. 무상급식을 돌려주세요. 요즘 봄 햇살이 따뜻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식판을 들고 평상이나 벤치에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이 평화로운 모습을 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5년 3월29일. 이현진 올림 

이현진 경남 마산 태봉고 1학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64 아빠의 흔한 촌지 트야님 2023.02.04 3677
6563 다음 노벨상 수상 예상자 수파마리오 2023.02.04 3465
6562 공부 못하는 나라. 수파마리오 2023.02.04 3681
6561 미스 섹.시.백에 출현한 50대 동안녀 수파마리오 2023.02.04 3709
6560 오늘자 대학교 여자화장실 몰카 ㄷㄷㄷ 수파마리오 2023.02.04 3730
6559 두산 베어스 AV진출 수파마리오 2023.02.04 3765
6558 오늘만 사는 웹툰작가. 수파마리오 2023.02.04 4090
6557 여자친구 우주체험 소원 예린 등등 수파마리오 2023.02.04 4092
6556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지 데기라스 2023.02.05 3773
6555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트야님 2023.02.05 3160
6554 눈물겨운 비상금 트야님 2023.02.05 3157
6553 주인이 날 부르는군 가봐야겠어.gif 수파마리오 2023.02.05 2937
6552 저기 남조선 아새끼들 보이네?ㅋㅋㅋㅋㅋ 수파마리오 2023.02.05 2935
6551 고양이를 괴롭히면 안되는 이유.gif 수파마리오 2023.02.05 2957
6550 소라눈 수파마리오 2023.02.05 2403
6549 한국 음식을 먹은 미국 어린이들 반응 수파마리오 2023.02.05 2348
6548 재미있는 동영상! 세상에서 가장신기한동영상 #59 수파마리오 2023.02.05 2256
6547 소 다리 거대종기 고름제거 영상 수파마리오 2023.02.05 2376
6546 이후 바둑계에서도 벌어질 일 데기라스 2023.02.06 1908
6545 i'm your father 데기라스 2023.02.06 180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