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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20살때 교양녀랑 사귄 썰 2

동치미. 2024.04.08 19:56 조회 수 : 123

그렇게 허무하게 기회를 놓치고 나니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 가슴 한 곳이 텅 빈 느낌이었고 매사에 의욕이 없었으며 동기들의 걱정
섞인 안부에 나 자신이 왠지 점점 더 나락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일주일간 정신놓고 술마시고 놀았던 것 같다.
 
이제 여름방학은 거의 코앞까지 와 있었고 그녀를 찾을 희망은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이유 에서인진 모르겠는데 기가막힌 아이디어
가 떠올랐다. 어쩌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고 미쳤을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다간 범죄자로 오인 받을 수도 있는 그런 방법이었다.
 
평소 난 그녀와 함께하는 수업시간에 그녀의 이름을 잘 들어 뒀었기에 교수님에게 가서 그녀의 이름을 대고 무슨과인지 물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교수님에게 물어보자 "아 ㅇㅇ?(여기서 ㅇㅇ은 그녀의 이름) 걔 xx학과인데 왜? 아 번호 알려달라고?
 
왜? 관심있니? ㅎㅎ 번호는 나도 잘 모르고 정 알고 싶으면 xx학과 건물에 들러봐" 라는 교수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xx학과
사무실로 달려갔다. 그리곤 능청스레 연기를 했다.(ㅇㅇ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미친놈이었고 미안하다)
 
이번에 같이 조별과제 했던 사람인데 연락이 안되서 ㅇㅇ씨 번호좀 여쭙고 싶습니다. 라고 스토커 새끼마냥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남은 동아줄 이라도 잡으려고 발버둥 쳤다. 하늘도 이런 나의 노력에 감격한 것인지 서서히 돌파구가 보이더라.
 
난 그녀의 번호를 저장함과 동시에 어떡하지..어떡하지.. 라는 마음이 들면서 소심한 본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서면 그건 바보병신 이기에 난 그녀의 번호를 추가하고 카카오톡 친구 창에 새로 뜬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역시 이쁘다 라는
 
잠깐의 실소와 함께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저기요"
 
"네?"
 
"저번에 같은 교양 들었던 사람입니다"
 
"아ㅎㅎ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일로.."
 
"발표 하신게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거 같아서 어쩌고 저쩌고..." 정말 병신같은 말도안되는 소리 였지만 그런건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나에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과 예상외로 그녀는 나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가 잘된 다는 점이었다.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그녀와 카톡을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 동안 카톡으로만 대화를 이어갔고
그녀를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이제 어떡하지..라는 막막함이 교차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여자들은 당연히 키가 큰 남자들
 
을 좋아한다. 난 키가작다. 그녀랑 비슷한 정도니까. 그녀는 이쁘고 키가 크다. 당연히 주위에 남자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 이라는 것쯤은
예상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난 그녀와 구체적으로 날짜를 잡고 학교 정문에서 만나서 대화를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7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여전히 내가 다니는 학교의 정문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놀곳도 많았다. 6시 55분.. 56분..57분.. 조금씩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녀와 단 둘이 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레임에 가슴속에서 에밀레 종이 쉴새없이 울려대듯 뜀박질이
 
멈추지 않았다. 7시가 되자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어디시냐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당연히 예상 할 수 있었다. 그녀도 이미 정문에
도착 했다는 것을. 나는 그녀옆에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 안녕하세요 ㅁㅁ입니다." 그녀는 처음 살짝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고
 
카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살짝 어색한 기류와 함께 우리는 대화를 하며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서 그녀와 대화를 하는데 정말
천사같았다. 너무 이뻤다. 내가 그녀와 단둘이 대화하리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내 앞에서 그녀가 웃으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천국에 있던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녀와 처음 만나서 대화를 할때 당연히 망 할줄 알았지만 의외로 대화가 술술
잘 풀리는 게 아니겠는가. 그녀와 나는 어느정도 관심사가 일치했다. 정치 이야기를 해도, 연예 이야기를 해도, 책 이야기를 해도,
 
이상하리 만치 잘 맞았다. 그렇게 우린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카페에서 노가리를 까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첫만남에 바로 들이 대는건
오바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일단은 첫 마무리를 굉장히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끝맺었다. 아 그리고 대화 하다가 안 사실이지만 나는 20살 이었고 그녀는 22살 이었다. 나는 연상이 좋기때문에 이런점도 내가 그녀를 더욱더 좋아하게 된데에 일조한 셈이다.
 
그 뒤로 나는 그녀와 더욱 더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고 이내 그녀에게서 먼저 "뭐하세요?" 라는 문자가 오기까지 이르렀다.
그녀에게서 "선톡" 이 온것이다. 기쁨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만나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선톡이 온 그날저녁, 나는 처음으로 그녀와 술 약속을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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