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리니깐 마음이 드럽게 싱숭생숭하더라
좀 더 말도 잘할 수 있었을텐데 하면서 머리 쥐어 뜯었다
담배 연달아 두 가치 피우고 멍 때리다가
어차피 123 제낀거 그 여자애 학교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에
다시 버스 탔다..가봤자 볼 수 없을 확률이 99%지만
왠지 그냥 연락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더라
k대 언덕배기 헠헠거리면서 올라가서 학교 안에 카페 있길래
핸드폰 계속 들여다보면서 커피만 쪽쪽 빨았다
걔 전공이 뭔지도 안물어봐서 사실 찾으러다닐 수도 없었음
에효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면서
존나 우울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다시 학교로 수업 들으러 왔음
계속 새벽까지 잠도 안자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결국 그날은 연락 안오더라
다음날이 주말이어서
그냥 스마트폰 뒤적거리다가
혹시나 해서 카톡 친구추천 봤는데
그 여자애 뜨더라ㅋㅋ꾸민 사진 배경으로 해놨는데 헠헠 더 이쁜거..
그리고 카톡친추 뜨면 내 번호를 저장해놨다는 건데 왜 연락을 안하지
하면서 애가 존나 탔는데
열두시쯤에 문자가 띡 오더라
"저기..안녕하세요 연락처 주셔서 고마워요"
헐 ㅅㅂ 이게 무슨 뜻이지?
내가 절을 해서 걔한테 연락처 주는것만 해도 고마워해야할 거 같은데
연락처 줬다고 고맙다고 하니깐 그 동안 걔 생각하면서 쌓였던 심란함이 한 번에 싹 풀어지더라
"연락해주셔서 제가 고맙죠..ㅎㅎ 주말인데 뭐 하세요?"
"그냥 영화나 보고..할 게 별로 없네요ㅋㅋ"
"괜찮으시면 점심 같이 드실래요?"
이렇게 되서 같이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많이 하다가 영화보고 왔다
처음 봤을 땐 성격같은 걸 잘 몰랐는데 그 날 만나보니깐
애가 약간 소심하긴 하지만 엄청 겸손하더라..
점심 사줬는데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엄청 귀여운데..자기를 엄청 보잘것 없다고 생각함
내가 좀 상냥하게 해주니깐
진심으로 감동하더라.. 고맙다는 말 엄청 많이 씀..
나이는 21살 나 25살 둘 다 같은 과(어문계열)라서
말도 잘 통하고 관심사가 정말 비슷하더라 듣는 음악도 그렇고 좋아하는 영화나 책도 그렇고..
그 이후로 4번 더 만났고 마지막 만났을 때 내가 반지 주면서 고백했다
어제 같이 버스 종점 데이트 하다 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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