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를 탐구하지 않고서는 현재를 이해할 수 없고, 또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는 단지 흘러 지나간 시간의 개념을 뛰어 넘는다. 그 속에는 세월을 초월하는 인간의 문화와 철학 그리고 삶이 녹아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 부른다.
거울은 아무리 낡아도 잘만 닦으면 사물을 비출 수 있다. 역사도 그렇다.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일 뿐, 찬란했던 역사든, 혹은 조금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그 자체로 나름의 가치를 갖는다.
사극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최근 종영한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에 시청자가 매료된 이유는 바로 고려말-조선초 정도전이 품었던 이상과 가치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정도전>을 보며 현재를 되새겼고, 그 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역사적 캐릭터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지 반문할 수 있었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시청률 20%를 넘나들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정도전>은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감칠맛’ 나는 퓨전사극이 안방극장을 점령해버린 상황에서 ‘담백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정통사극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시청률이라는 자본논리는 정통사극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졌고, 방송사들 역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하극과 정통사극 대신 한류스타를 앞세운 퓨전사극 편성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줬다. 역사 왜곡과 고증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의 늪에 빠진 사극은 계속해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자극적인 소재 찾기에 열을 올렸다.
이때 힘을 보탠 건 바로 배우들었다. <정도전> 출연 배우들은 자진해서 50%의 출연료만 받고 이 드라마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국은 정통사극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3일 방영된 KBS 2TV <해피투게더3>에 출연한 유동근은 이를 사명감이라는 한단어로 압축해 설명했다. 이날 유동근은 “대하사극은 작가와 연출 배우 모두가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다”라며, “출연료 때문에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이 반값 출연료를 받고 <정도전>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조재현 역시 <정도전> 기자 간담회 당시 “이 드라마가 퓨전사극처럼 포장해서 가는 드라마였다면 출연을 안했을 것”이라며, 본인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도전>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영방송인 KBS가 시청자의 기호만 쫓거나 혹은 시청률만 생각해서 드라마를 만들면 안되지 않겠느냐”며, <정도전>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만약 <정도전>에 있어 유동근과 조재현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과연 지금처럼 많은 이들의 호평 속에 드라마가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드라마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주연배우의 투철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아마도 <정도전>은 극 초반 시청률이 부진할 때 진작 힘이 빠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두 사람의 반값 출연이 빛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동근과 조재현 같은 유명배우가 스스로 몸값을 낮춰 정통사극에 힘을 불어 넣어 줬기 때문에, 시청자는 실로 오랜만에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는 사극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정도전>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통사극을 제작하고 편성하는데 있어 부담은 한결 줄어들게 됐다.
사극이 꼭 무겁고 어려울 필요는 없지만, 역사를 마주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보다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거울’은 때때로 사물을 왜곡해서 비추기도 하기 때문에, 본질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앞에 선 우리. 그 어느 때보다 <정도전>과 같은 정통사극의 부활이 반갑고, 또 배우들의 반값 출연이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거 보고 찔릴 아이들 많겠네요.
연기라도 잘 하면 모를까. 아님 흥행이라도 하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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