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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아다 떼는 망상한 썰 3(완)

먹자핫바 2018.06.26 17:01 조회 수 : 49

수요일 날은 그렇게 끝이었다. 뭘 더 생각해보려고 해도 머리만 아프고, 그냥 묻어뒀지.

 
그리고 목요일도 별 일은 없었다... 

그냥 봉사활동하고, 헬스 쳐하고, 혼자 망상하다가 한 새벽 3시에 잠든 거? 심장이 벌렁대서 잠이 안오더라 ㅋㅋ...
 
그리고 오늘... 시나리오 짜서 갔지... 

옥상가서 내 솔직한 감상을 다 말하면 어떨까? 거절 당해도 시발, 오늘로 봉사활동도 끝나고
 
앞으로 볼 일도 없는데 잘 됐다. 

그리고 또 마찬가지로, 오늘로 끝인데 지금 내 상태를 한 번 말해보고 싶다, 이렇게 묻고 끝내긴 싫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뜨끈한 캔 커피 하나 쥐어주고 옥상에서 다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그 누나가 왔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존나게 쥐어짜내서 나중에 할 얘기 있다고 겨우 한마디했다. 시발... 
 
생각한 거랑 존나 다르더라... 맘만 먹으면 술술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앞에 서니까 타이밍만 재고 있고...
 
가슴에 탁 걸리더라 말이... 아무튼 그 누나는 그래? 나 시간 많아~ 이러면서 받아 넘겼고, 

나는 봉사활동 끝나면 다 고백하리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누나 전문대 다닌다고 말했냐? 쉬는시간마다 짬짬히 얘기해보니까 

내가 머릿속으로 망상을 쳐 지껄였다는 걸 더 확실히 깨닫게 됐다.
 
존나 힘들어 ㅠㅠ 존나 ㅠㅠ 아 존나 숙제 많아 ㅠㅠ...
 
 
존나를 많이 쓰더라 그 누나... 그리고 그 누나 얼굴도 다시 봤고, 

그 누나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왜냐하면 화요일 이후부터 오늘 보기전까지는 그 누나 얼굴을 어렴풋하게만 기억할 뿐이었거든... 

그러면서 아다 때는 상상이나 하고 있었지 ㅋㅋ
 
그리고 19년 동안 예쁘고 탱탱한 여자는 야동에서만 보고, 배우고 자랐기 때문에 

그냥 쓸데없는 마음만 앞서간 건 아닌가 라는 회의가 점점 더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결국 봉사활동을 끝마치고도 그 누나가 할 얘기가 뭔데~~~? 이렇게 큰 눈 똥그랗게 뜨고 물어도 병신같이 음.....
 
이러다가, 할 얘기가 있었는데 제가 착각을 좀 했었나봐요... 이랬다.
 
 
무슨 착각? 말을 해줘야 알지~~~ 이런 소리 듣고도 돌처럼 아가리 쳐닫고 버스정류장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버스 정류소에서 그 누나가 화제를 바꾸더라
어제 영화를 봤는데, 36? 인가 그걸 봤다. 너 아냐?
아. 26년요....
어, 그래~ 근데 끝까지 못 죽이더라? ㅇㅇ...
네...
전문대구나... 라는 생각했다. 영화 제목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니까...
그리고 또 침묵.....
버스에서 내려서 편의점으로 갔다
(복지관에서 잠깐 쉬는시간에 게임을 했는데, 내가 졌다. 그래서 뭘 사주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치즈를 사달라고 하더라.
 
무슨 찢어먹는 봉 치즈 있잖아... 근데 그 편의점엔 그 누나가 원하는 종류의 제품이 없어서 그냥 나왔고,
 
대신에 길에서 파는 붕어빵을 사먹었다.
 
그리고 지하철 역으로 걷다가, 옆에 있는 큰 건물을 보고는 그 누나가 이건 뭐야?
 
라고 물어서 내가 백화점(어떤 게이가 말한 뉴코아 아울렛임)이라고 대답했고, 그 누나는 여기 화장품도 파냐고 묻길래 그렇겠죠, 하고 들어갔다.
 
토니몰리인가? 티아라 왕따사건 터졌을 때 은정이 광고에서 짤린 곳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는 거기가 안경점인 줄 알았다... 닉쿤이랑 CF하던거... 암튼 거기 가
자더라. 근데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옴...
 
그리고 지하철을 탔다. 사실 나는 버스 타야하는데 ㅋㅋ...
 
아까 할 말있다고 했다가 뭔가 착각한 거 같다고 말한 거 기억나냐?
 
그 말은 내가 그 누나에 대해서 별로 알고 싶지 않아서 했던 말임...
 
그리고 별로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붕붕 떴던 게 직접 다시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좀 나눠보니까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굴을 보니까, 역시 혼자서 했던 망상이랑 다른 기분이 들더라...
대화도 별로 안 통할거 같고... 술 좋아하냐고 묻고...
 
근데... 존나 간사한건지 아니면 그냥 나도 한번 고백이란 걸 해보고 싶다! 이런 맘이었는지
같이 계속 걸어가면서 그래도 찝찝한 기분이 남더라.
 
편의점에 들어가기 전에는 편의점에서 말해야지, 라고 생각을 했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면서는 지하철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서 말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타이밍만 재다가 지하철을 탔지... 병신이노?
 
지하철에 타서도... 잠깐만 이 역에서 같이 내려요, 라고 말한 다음에 다음 지하철 기다리면서 다 말해버릴거야 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반대편에 할매 할배새끼들 학생 새끼들 아줌마 등등 우리 존나 꼬라봄... 쪽팔려서 어찌 말하겠盧?
 
그 누나는 피곤하다고 잔다고 했다... 자는 척했거나... 아님 진짜 잤겠지? 아 시발 몰라...
 
자갈치에서 말해야지 남포동에서 말해야지 부산역에서 말해야지... 좌천동에서 말해야지...
 
결국.....................
 
30분이 흘러 서면까지 왔다...
 
 
그 누나는 서면역 되면 띠리리링 암튼 좆같은 음악 소리듣고 깨더니 

깜짝 놀란 척하는 건지 씨발 진짜 놀란건지 왜 안내리냐고 물었다
 
음.. 나는 서면 지나서 연산동에 갈 일이 있다고 얼떨결에 구라를 쳤다...
 
그래서... 그렇게 헤어졌다... 나는 서면 지나서 연산동에 간다고 말했고, 그 누나는 안녕~ 하고 내렸지...
 
번호도 못 물어봤고, 심지어 이름도 모른다... 웃기지 않냐? ㅋㅋ...
 
사실 다음 주에 다시 복지관에 가면 만날 수 있을텐데 그러고 싶진 않다
 
얻어온 건 그 누나가 준 핫팩 하나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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