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전이다. 내가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환승해야 했다.
동대문 맞은쪽 길가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깎아 파는 폰팔이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하나 사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맛폰 하나 가지고 할부원금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다른데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폰팔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차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깎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옵티이가 되지, 옵티머스원이 재촉한다고 갤노투가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단 말이오? , 외 고집이시구려. 차 시간이 없다니까……." 폰팔이는 "다른데가 사우. 난 안 팔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늦은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폰팔이는 또 할부원금을 깎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방통위때문에 세상 뽐거지가 다 없어질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맛폰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 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 있던 맛폰이다 .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불친절(不親切) 하고 무뚝 뚝한 폰팔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폰팔이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티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skt공채사원 다워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모습, 그리고 부드러운 눈매와 엉덩이를 덮지 않는 딱 붙는 수트 핏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폰팔이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집에 와서 스마트폰을 내놨더니, 아내는 Vega를 사왔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보면, amoled는 영화를 볼때 쉽게 눈이 피로해지고, 갤삼은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터리가 일체형이면 장시간 폰질을 할때 손에 헤먹기가 쉽다는 것이고,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폰팔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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