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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사상최악 실적에도 "반성하지만 위축은 안된다"
"상장기업 주가 성적 2승 5패" 손정의式 투자 우려 목소리에
"손익으로 따지면 3승1패" 반박, 위워크 '돈으로 살리기' 계속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새빨간 숫자다. 엄청난 적자(赤字)"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날 3분기 7001억엔(약 7조4300억원) 적자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2시간 넘는 기자회견에서 손실을 추궁하는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손 회장은 "반성은 하고 있지만 위축되지는 않는다"며 "비전은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전략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손정의식 투자의 몰락'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손 회장의 태도는 강경했다. 손 회장이 손아귀에 쥐고 있는 500조원이 넘는 투자 자산이 그 같은 자신감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식(式) 투자의 몰락 우려

이번 손실은 손 회장 탓이 크다. 그가 단행한 미국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의 기업 가치가 폭락해 소프트뱅크그룹이 약 5000억엔(5조3000억원)의 장부상 손실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발표장에서 한 기자는 "위워크의 각 지점을 얼마나 돌아다녀 봤나. 현장을 제대로 챙겼나"는 날 선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하지만 손 회장은 "700개 지점을 다 본 뒤에 투자 결정하라는 것이냐. 맥도널드는 3만개 점포인데 그걸 다 보고 투자하나"고 반문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손 회장이 투자한 기업 가운데 상장한 7곳 중 5곳이 주가가 떨어졌다"며 "주가로 본 성적은 2승 5패"라고 했다. 그러면서 "규모를 추구하는 '손류(孫流)'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손류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을 말한다.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2017년 설립된 이래 투자 자금 10조엔(106조원)을 활용해 2년간 88개 기업, 매주 평균 1000억엔(1조600억원)씩 투자해왔다.

일본과 미국에선 이런 투자 전략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한 신문은 "비전펀드 1호에 투자한 큰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직 2호 펀드엔 돈을 안 넣고 있다"며 "손 회장의 투자 방식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손 회장이 미국에서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500조원의 엄청난 투자 자산

하지만 손 회장은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요즘 사업과 경영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우려가 계속 나오겠지만 이 비즈니스에선 10승 무패식의 성과는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37사가 합계 1조8000억엔(19조원)의 평가 이익을 올렸고 22사가 6000억엔(6조4000억원)의 평가 손실을 냈다"며 "손익 면에선 3승 1패"라고 했다. 본인의 투자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단위의 손실에도 꿈쩍 않는 이 당당함의 원천은 역시 돈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중국 알리바바와 자회사 소프트뱅크의 주식 가치만 27조엔(286조원)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보유 현금은 1조엔(10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비전펀드 1·2호의 운영 자금도 20조엔(212조원)에 달한다. 손 회장이 좌우하는 투자 금액만 48조엔(약 512조원)이다.

손 회장은 위워크도 '돈으로 살린다'는 입장이다. 위워크는 건물을 통째로 빌려 스타트업 등 기업에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위워크가 연간 건물주에게 줘야 하는 금액만 20억달러(2조3000억원)다. 공실이 생기면 모두 손실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달 총 95억5000만달러(융자 포함·11조원)를 투자해 위워크 지원에 나섰다. 앞서 투자한 금액까지 합치면 무려 186억5000만달러(21조5600억원)를 쏟아부은 것이다.





조선비즈 성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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