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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카공족'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곳에 그 카페] 안내문 붙일 수밖에 없는 카페 주인의 깊은 고민

[오마이뉴스 글:이현웅, 편집:이주영]

전북 군산 지곡동 549-2번지에 그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비틀스가 있고 멜로디 가르도가 있으며 '짙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인디 가수도 있습니다. 여러 단골도 있습니다. '그곳에 그 카페'는 카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카공족 때문에 죽겠어요."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원호씨가 하소연하듯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카공족'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카공족과 비슷하지만, 카페를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코피스(coffee+office)족'도 있다. 원호씨는 그들이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이 두세 시간은 기본이고 대개는 그 이상이라고 했다.

카공족이 카페를 선호하는 이유는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 접근성이 좋아서다. 공부하면서 동료들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것도 카페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와이파이 사용의 용이함과 비교적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 또한 카공족이 많아지는 데 한몫을 했다. 손님들의 말소리나 음악 소리 등 적당한 백색 소음이 있어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는 말도 있다.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중에는 카공족들을 위한 자리를 따로 둔 곳도 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쳐서 1인 좌석을 마련하고, 스탠드 조명과 전기 콘센트를 편하게 쓰도록 제공하는 식이다. 이른바 '카페브러리(Cafe+Library)'라는 새로운 마케팅으로 카공족을 공략하기도 한다.

카공족 때문에 울고 싶은 카페 주인  

작은 동네 카페의 사정은 다르다. 테이블 수가 몇 개 되지 않는 곳은 한 사람이 한 테이블을 장시간 차지하고 있으면 매출에 영향을 받기 십상이다. 여러 사람이 한 팀으로 카페를 찾았는데 빈 테이블이 없어 그냥 돌아가면 카페 주인은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4인석을 혼자 몇 시간째 차지하고 있는 카공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된다.  

카페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두고 펼쳐지는 갑론을박도 만만치 않다. 카페는 지인들과 대화하는 곳이라는 주장이 있다. 카페에 지불하는 돈에는 단지 마시는 음료값만이 아니라 공간 활용의 비용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식선에서는 공부를 하든 업무를 보든 그것은 손님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그 대립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카페 주인의 입장에서는 더 속상한 것이 있다. '카공족'과 다른 손님들 사이에 시비가 발생하는 일이다. 대개는 손님 중에 목소리나 웃음소리가 큰 경우로 인한 것인데,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니 조용해 달라는 '카공족'의 요구로 시비가 시작된다. 이 경우에도 손님의 목소리 크기의 기준이 과연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관해 저마다 다른 말을 한다.

카공족으로부터 조용히 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손님 중에는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꼭 공부 못 하는 것들이 카페에 와서 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렇게 갈등이 고조되고 때로는 말다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보니 어떤 경우에는 카페를 찾았다가 공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담이 돼서 빈자리가 있는데도 도로 나가버리게 된다. 카페 주인으로서는 마음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합리적 노력은 효과가 있을까

그런 까닭에 나름 에티켓을 지키는 카공족까지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쯤 되고 보니 이 문제를 바라보는 몇몇 네티즌이 지혜를 모아 카공족의 카페 이용 에티켓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나름 합리적이면서도 일종의 묵시적 규범처럼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어떤 카페는 아예 안내문으로 크게 붙여놓거나 메뉴판에 써놓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다.

- 테이블은 최소한으로 차지하자.
-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추가 주문을 하자.
-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자.
- 핸드폰이나 노트북 충전기는 자체적으로 해결하자.

이런 노력과 협의가 명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규가 아니어서인지 여전히 카페 주인과 카공족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생긴다.

어떤 카공족은 그 에티켓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자리에 물건을 둔 채 외출을 하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밖에 나가 밥을 먹고 오거나 다른 볼일을 보면서 긴 시간을 비워두는 것이다. 심지어 밖에서 산 음식을 가져와 카페에서 먹는 사람도 있다. 오래 있을 경우 메뉴 하나를 더 주문하는 대신, 그것으로 마치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처럼 또 다른 권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의 문화와 풍토를 이루어가는 일시적 과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호한 입장도 있다. 스터디 카페 형식의 공간도 있는데 왜 굳이 작은 카페에 와서 민폐를 끼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동네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너무 야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공부나 업무를 위한 공간을 찾는 분께는 인근의 넓은 카페를 추천합니다.

원호씨는 비교적 순화된 표현의 문구를 카페 출입문에 붙였다. 그 문구에 발길을 돌리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그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원호씨는 말했다. 카페라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긍정의 마음과는 다르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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