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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독도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연일 가열되는 상황이다. 양국 사이 대화는 끊겨 있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일본은 왜 그럴까. 걱정과 함께 궁금증도 커지는 상황이다. 해법은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마땅하다. 일본 정부나 미디어를 통해 재해석되지 않은 진짜 일본인의 속내.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두 명의 청년 기자가 가벼운 백팩을 메고 일본에 갔다. 국민일보는 일본에 터를 잡은 한국인부터 한국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혹은 무관심한 일본인들을 두루 만나 일본에 대해, 또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해 듣고 ‘백팩리포트’를 연재한다.

지난 24일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타워에서 일본 대학생 2명을 만났다. 한 명은 일본인, 다른 한 명은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를 뒀다. 이들은 한국에서 불붙은 일본 불매운동과 한·일 역사 갈등을 감정싸움으로 이해했다. 일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한국인이 배우는 역사와 일본인이 배우는 역사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두 사람은 과거를 중시하지 않는 게 일본의 특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한국 대학에서 1년간 유학생활을 하고 현재 칸다외어대에 재학 중인 다나카(22)씨는 “일본은 초중고 시절에 역사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일본이 식민지배를 했다는 사실만 배우기 때문에 양국 갈등의 배경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배상금(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배상금을 지급한 적은 없다)으로 성의를 보여줬는데 한국인들이 이걸 얼마나 받아들이는지는 의문스럽다”며 “한국에서는 ‘일본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걸로 아는데 사과를 하는 건 감정적인 것 아닌가. 감정싸움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학을 다니다 칸다외어대에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한모(22)씨 역시 일본 학생들은 역사 공부가 부족해 한국 측 주장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학교는 한국에 대해 배우지 않는다”며 “일본이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인은 역사를 모르고 관심도 없는데 한국이 사과하라면서 공격하면 한국이 싫어진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해법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다나카씨는 “일본에서는 동상을 만들 때 성공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며 “피해자분을 대상으로 만든다는 것부터 공감이 안 된다. 역사를 알리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반일 감정을 일부러 일으키려는 것처럼 보여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문제에 대해 지금 뭘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한국인들과는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한씨도 “소녀상을 세운다고 한·일 관계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국의 불매운동에도 관심이 없어보였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문제인데 왜 일본의 기업과 식당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한씨는 “일본 정부의 조치로 일본 정부도 아닌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이렇게(불매운동) 한다고 한·일 갈등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나카씨도 “젊은사람들은 과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 한·일 역사 갈등 같은 이슈가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 이후 수면 밑으로 내려앉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인은 한국인만큼 이번 이슈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나카씨는 “일본 언론에서 한 차례 한국의 불매운동을 보도했는데 지금은 다른 뉴스가 더 많고 한국에 대한 뉴스는 줄었다. 뉴스 흐름이 굉장히 빠르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기존 일본 뉴스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에 대해서는 “(한국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인의 성향도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정치 얘기 꺼내면 잘난 척하는 걸로 본다”는 것이다. 한씨는 “일본에서는 열심히 사는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치나 선거 이야기를 하면 박학다식한 척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정치, 경제 얘기를 함부로 꺼내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나카씨는 “내가 투표를 해도 일본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일본과 한국 기사 모두를 읽는다는 한씨는 “양국 언론이 각자 나라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한국 기사를 읽으면 반일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일본 기사는 한국을 비하하고 비꼰다”며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한·일 갈등에 대한 생각의 격차는 커보였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한국을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다나카씨는 “유학 전에는 한국 음식, 드라마, K팝만 좋아했는데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좋았다”며 “한국에서 차별당한 적은 없지만 누군가 반일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슬프다”고 말했다. 다나카씨는 인터뷰를 한 다음날인 25일 한국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인은 지금 일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일본인들은 한국 아이돌, 음식, 패션, 화장품 다 좋아해서 한국 여행도 자주 간다”며 “요새 JYJ가 일본 TV에 자주 나온다. 두 나라가 싸우는 상황에서 일본 사람 반응이 안 좋을까 걱정했는데 호감이라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부모님 국적 탓에 ‘한국이 좋아 일본이 좋아’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내 행동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에 대해 가진 편견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두 나라에서 모두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지낸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좋아하지만 역사 문제나 정치 갈등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갈등을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 일본 대학생 두 명이 지금의 한·일 갈등을 바라보며 가진 생각들을 요약하자면 이 정도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다나카씨가 희망을 품어볼 만한 말을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본인에게 한·일 역사의 골이 깊다는 걸 알리고 심각성을 인지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222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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