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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장이 한창 불거지던 6월 1일, 박민식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냈다. ▲일명 'SNS 감청법’이란 이 법안은 통신사들이 감청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강제하는 이상한 법이다. ▲박 의원 등은 “범죄자 검거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보인권단체는 “인권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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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 감청설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강제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건 6월 1일이었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이한성 김태환 김성찬 황진하 김광림 홍일표 권성동 안효대 여상규 경대수 이채익 의원 등 11명이 동참했다. 핵심 내용은 통신사들이 ‘의무적’으로 감청설비를 갖추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설비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되, 통신사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출의 3% 범위에서 이행 강제금을 물린다 △수사기관의 감청 목적은 살인이나 유괴 같은 범죄수사와 간첩과 테러범 등 국가안보 수사로 제한하고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로도 수사기관은 감청 영장을 받아, 범죄 용의자의 휴대전화 음성통화를 엿듣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통신사 교환기 시설에 감청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 법안의 요지다.

새누리당이 ‘감청설비 의무화’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서상기 의원은 2014년 1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당시 발의 내용은 전화 등 통신사업자에게 감청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었다. 이번 공동발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과 SNS에도 감청장비를 의무화 하자’는 것이 다르다.

정보인권단체들 “SNS 감청 의무화는 세계 최초… 인권침해다”

인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보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1일 성명을 내고 “SNS 감청 의무화는 세계 최초로 알려져 있으며, 감청장비 구비 의무화는 세계적으로도 인권침해 논란이 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사생활과 통신비밀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하여 2014년 10월 출범한 단체. 이 단체는 “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자신을 상시적으로 감청하는 장비를 다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대표 발의 박민식 의원 “국민 안전 지키자고 하는 것”

박민식 의원은 공동발의를 하면서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이라도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고, 국가기관의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 차단하고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했다. 박민식 의원은 인권단체의 반발과 관련,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반박 글을 올렸다. 

<흉악범, 간첩, 테러범죄자 등이 자기들끼리 작전 짜고, 컴퓨터로 어쩌고 저쩌고, 휴대폰으로 전화 주고 받으며, 나 잡아봐라고 할 때 우리 수사기관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세월호 유병언 같이 온 국민들이 빨리 잡아라 이렇게 매일매일 빌고 빌 때도 수사기관들 하는 방법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검문하는 정말 60년대 한심한 수준이었죠.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잡힐 수가 없죠. (중략) 이 법은 흉악범 테러용의자 등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일반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 안전을 지키자고 하는 것입니다. 제발 혹세무민하지 마세요. 미국 영국 프랑스 대부분 선진국가들 이미 다 하는 것입니다.>

논란 ①/ “어디까지를 국가 안보로 봐야 하느냐” 

박 의원의 말처럼 미국과 영국, 독일, 호주는 현재 통신사 협조를 얻어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논란이 만만치 않다. 논란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어디까지를 국가 안보로 봐야 하느냐 하는 것, △수사기관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국민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것, △감청 영장 목적을 벗어난 수사기관의 불법 감청을 어떻게 통제하느냐 하는 것의 3가지다. 

논란 ②/ 사생활 침해 논란

사이버 사찰이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불거진 최근의 일은 노동당 전 부대표였던 ‘정진우씨 사건’이다. 정씨는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그의 카카오톡 내용을 압수했다. 

그런데 한달 뒤 열린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제공된 사람들의 숫자가 2368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나절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했는데 같은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었던 2368명 정보가 그대로 제공됐다는 것이다. 

논란 ③/ 스마트폰 암호 푸는 SW 보급… 영장 목적 벗어난 경우엔 어떻게?

한겨레신문은 “경찰이 범죄 피해자·목격자·신고자의 스마트폰 속 내용을 압수수색영장 없이 들여다보고, 스마트폰의 패턴·숫자 비밀번호를 푸는 소프트웨어를 전국 경찰서에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5월 24일 보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일선 경찰서까지 스마트폰을 열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깔겠다는 것은 수사의 신속성과 국민 편의를 핑계로 국민의 사생활을 국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겠다는 빅 브라더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41%대 반대 42%

이에 대해 박민식 의원실은 15일 팩트올과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1일 발의된 이후 심의위에 상정된 상태”라며 “앞으로 공청회나 공론화를 통해 반대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으로 안다. 법집행 과정에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실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16~17일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감청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 감청과 관련, 찬성 41.1%, 반대 42.4%로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석 의원실은 “찬성과 반대 비슷한 퍼센트가 나와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다”면서도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한 법제화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걷어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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