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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우선 절대 고의가 아니었고 지금도 너무 안스럽고 미안합니다.

다만 진짜 상황이 너무 골때린 상황이니 애완 동물 키우시는 분들 욕하지 말고 그저 봐주세요!

 

각설하고-

 

약 15년전 풋풋한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재학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원 아파트(?, 기숙사는 아님)에서 살던 때 외국에서 온 박사생 부부와 알게 되었다.

남편과 와이프분이 모두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옆동에 살고 있는 관계로 서로 얼굴 볼일도 많았고

남편분이 운동을 좋아해 같이 운동하면서 서로 일주일에 3번이상 술도 같이 먹고 하는 사이었다.

남편분이 나보다 7살 많은 관계로 형님, 형수님하면서 음식만 하면 서로 부르고 하면서 의좋은 형제마냥 지냈다.

 

그런데 문제는 2002년의 크리스마스. 

사실 박사생 부부분은 애완견을 키우고 있었는데 흰색의 시츄.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일단 츄츄~!

아직 아이가 없는 관계로 형수(그때 형수라고 불렀으므로 그대로 표현하겠음)가 츄츄를 거의 보배단지로 키우고 있었음.

형님은 사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질투하는지 츄츄를 달가와 하지는 않는 눈치.

 

크리스마스에 오랜만에 방학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원인으로 원래는 츄츄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이러저러한 문제로 같이 못가게 되어 불시에 나한테 부탁하게 되었음.

일단 20일 정도 가니 가능하면 하루에 한번 밥과 물만 챙겨주라고 말이다.

(진짜 이렇게만 부탁)

그리고 형님과 형수님은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형님과 형수님이 떠난 둘째날 난 극심한 몸살 때문에 2일 입원을 하고 그다음에 이러저러한(핑계아닌 핑계) 바쁜 일정때문에 그만 츄츄를 저 멀리 에티오피아로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럭저럭 18일째 되던날 형님이 머나먼 바다건너에서 전화가 왔다.

<하이 브라더, 잘 지내? 모레면 들어가는데 선물 머줄가? 아, 츄츄 보느라 수고 했다고 형수가 고맙대... 아러ㅣ너랑라어라어라ㅓㅏ라얾;ㅐ나ㅓㄹ>

사실 츄츄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그 다음 말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친듯이 뛰어 단숨에 형님네 집으로 가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어~ 아니네. 비밀번호가 머지? 알고 있었는데... ㅆㅂ 이건 내 집 번호고, 머지? 머지?

어쨌든 5분동안 지랄 염병을 하면서 겨우 문을 땄는데 비밀번호가 기억안나는 것보다 점점 절망이 나를 옥죄이고 있었다. 웬만하면 츄츄가 뛰어와서 난리발광을 하면서 짖을 텐데.....

 

드디어 문이 열리고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눈에 띄우는 것은 제일 보기 싫어했던 모습....

흑~ 엉엉~ 안돼~~~~~~~~~~~~ 츄츄야~~~~~~~~~ 미안해.

 

한동안 오열하고 그 다음 생각나는 것은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하는 것이었다.

지금 형한테 전화해서 츄츄 얘기를 하려고도 맘을 먹었지만 체육학과 형수를 생각하니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말 없이 츄츄를 바라보다가 문뜩 생각난 것은 바로 바~꿔~치~기~

그 순간 나는 미친듯이 뛰어나가 택시를 잡고 을지로 애완견 시장으로 향하였다.

한겨울 코드도 없이 수없이 애견샵을 돌다가 드디어 발견된 츄츄! 츄츄 쌍둥이

 

흑~ 엉~엉~ 반가워...

애견샵 아저씨의 미친 촉으로 한푼도 못 깍고 거금을 들여서 산 츄츄 아바타.

 

집으로 돌아와 2일동안 미친듯이 츄츄 아바타만 훈련을 시켰다.

다행이 츄츄가 하는 것이 손! 하면 압발 주고. 앉아 하면 앉는 것밖에 없었기에 2일동안 죽도록 훈련시키니 웬만하게 나왔다.

 

다시 거금을 들여 목욕 단장 시키고 난 조용히 형네 집에 츄츄 아바타를 넣어주고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안도했다.

 

드이어 D-DAY, 형수와 형을 반갑게 맞고 나는 저녘에 같이 식사하자는 얘기에 수긍하면서 집으로 들어서는 형과 형수의 뒤모습이 사라지자 집으로 튀어와 2일동안 수없이 빌었던 냉수사발 앞에 무릎꿇고 다시 핞번 경건히 빌었다.

제발~ 이대로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1분, 10분, 30분의 무거운 시간이 지나가자 나도 점차 안도를 할 수 있었다.

너무 힘든 2일이었으므로 잠간 샤워를 하고 눈 좀 붙이려고 화장실에 들어가 겨우 샴프질을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소리~

형이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니 형수의 다급한 목소리.

<광이씨 우리 츄츄 어디 갔어요?>

기절할 뻔 했지만 가까스로 맘을 추스리고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형수 집에 있잖아요?>

<흑흑 빨리 말해요. 저거 츄츄 아니예요. 우리 츄츄... 아러ㅏㅇ너ㅏㅓ러ㅣㄴㄹ>

더이상 평온을 찾을 수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최후의 요행을 바라면서

<그거 츄츄 아니면 누구게요... 형 형수 ... ㅎㅎ... 아니예요? 그거 츄, 츄츄 맞아요>

내가 들어도 횡설수설 경기 일으키면서 아무런 영혼없는 맨트 때리던 찰나

<흑, 우리 츄츄 암컷인데 저건 수컷이에요.........................................>

 

닝기리 조또,이런 개 XX, 어리너랄더리ㅏ저래더조리ㅏ이ㅏㅁ

순간 나는 헤머에 아구통을 맞은 기분이었다.

 

아~~~~~~~~~~~~~~~~~~~~~~~~~~~~~~~~~~~~~~~~~~

근데 사실 누구 집에 가서 키우는 강아지 엎어놓고 아래 확인하는 미친넘이 없잖아...

내가 암컷인지 수컷인지 어떻게 알아~~~~~~~~~~~~~

 

여하튼 우리 집 문을 샌드백처럼 두드리는 형수한테 문 열어주고 나는 샴푸 묻은 머리통을 하고

형과 형수한테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죽여주세요..........

 

그날 평생하는 죄송하다는 말 다 했다.

 

그후 2년동안 형과는 계속 만나서 술한잔 했지만 형수 얼굴은 다시 못봤고

형도 나 만날 때는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작전으로 형수한테 거짓말을 치면서 집을 빠져나왔다.

참고로 츄츄 아바타는 그 집에서 잘 살다가 같이 외국으로 함께 갔다.

 

다시 한번 애완견 키우는 분들한테 죄송합니다... 절대 고의 아니었습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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