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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모애모애 조선유학 리뷰

트야님 2015.08.24 18:08 조회 수 : 859

출처 - DC 판갤





<첨부 1> 피고 모애모애 조선유학




변호사: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가 라이트노벨 독자들을 기망하고, 정가 6800원의 제값을 하지 못했다는 원심판단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처벌이 화형이라는 것은 불필요하게 잔인하고 지나치게 엄한 처벌입니다. 이는 그저 다른 라이트노벨 독자들의 관심이나 좀 끌어보려는 어그로질에 불과하며 무의미한 징벌적 처벌입니다. 이것은 작가의 멘탈에도 치명적이고 크게 보면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단지 관심을 얻기 위해 보란듯이 자극적인 처벌을 하는, 중세시대에나 있을법한 이 작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판사:원고측, 발언하세요.


검사:변호사는 지금 흔들리기 쉬운 감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판갤에 와서 앙망(삐-)문을 쓰든 환불하든 우리는, 라이트노벨 독자들은! 글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미 글에서 모든것이 드러났는데 단지 인정에 기대어 마땅한 처벌을 참작해달라는 것은 판법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판사:글에서 무엇이 드러났다는건가요.


검사:피고인 모애모애 조선유학은 한국적 라노벨을 표방하는 출판사로부터 나온 라이트노벨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라이트노벨 독자들을 속이기 위한 기망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조선유학을 운운하며 어그로를 잔뜩 끌어놓았지만 막상 피고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조선유학> 이었습니다. 이 조선유학이란 사회통념적으로 알려진 <유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완전히 다른 고유명사입니다. 그저 가슴드립이나 치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줏어들은 조선시대 예송논쟁 패러디를 옮겨다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추리소설이었지만 사실상 전혀 흥미롭지 않았고 시작부터 끝까지 점철된 드립들만이 인상을 찌푸리게 했을 뿐입니다. 어차피 이렇게 드립질이나 칠 것이었으면서 굳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을 패러디하여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할 주제를 장난스럽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아주 악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훗날 이어질 한국 역사 모에화 라이트노벨의 행보에 아주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이상입니다.


판사:이미 나와 호랑이님이라는 작품이 나와있는데 시장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라이트노벨 독자들은 그 작가를 정점이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그 내용으로는 로리를 물고빨고 하는 것이 주구장창 이어지는데 피고 역시 비슷한 라이트노벨이라 판단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원고측, 발언하세요.


검사:차이점은 물론 명백합니다. 라이트노벨은 일러스트가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와 호랑이님이 나왔을때 반응이 어떠했는지 기록에 따르면 '내용은 쓰레기같지만 랑이가 귀엽다.', '치이쨩 카와이이.'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일러만 기본적으로 받쳐주면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분노를 표할지언정 겉표지가 예쁜 종이뭉치를 샀다고 생각하고 만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누구라도 귀여운 랑이가 그려진 종이뭉치를 불구덩이에 집어넣고 싶어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피고를 보십시오. 컬러 표지는 당연하고 흑백 내지 일러스트 역시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기대하는 기대치의 절반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더더군다나 역사를 다루는 중요한 라이트노벨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이한 태도와 결과물을 보였다는 것은 그야말로 라이트노벨 독자들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판사:일러스트의 수준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심미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많은 일러스트들을 보고 자란 덕후들에게 상식적인 수준의 마지노선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피고의 일러스트가 그 상식적인 기준에 미달한다는 검사의 주장은 인정합니다. 피고측, 발언하세요.


변호사:일러스트에 대해선 피고 역시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이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마냥 언제나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검사:헛소리입니다. 결과란 투자하는 만큼 나오는 것입니다. 곧 공을 들여야 할 작품을 소홀히 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판사:원고측 발언하지 마세요. 피고측, 계속하세요.


변호사:피고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발언하겠습니다. 검사는 피고가 조선유학이라는 새로운 고유명사를 사용함으로 라이트노벨 독자들을 기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전 그것이 예민한 주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사:어째서 그렇습니까.


변호사:우리나라의 역사를 그려내는 창작물들은 명량 수준으로 국뽕을 빨아주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해도 욕을 먹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본 피고는 우암 송시열을 TS시키면서 국뽕과는 먼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아도 욕을 먹을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송시열을 송시연으로 유학을 조선유학으로 치환하고 당시의 시대관만 빌려온다는 것은 매우 영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판사:원고측, 발언하세요.


검사:변호사는 지금 조선의 시대관을 빌려왔다고 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선이라는 이름과 관계되는 단어 몇개만을 차용했을 뿐입니다. 세계관은 굳이 조선이 아니라 청나라여도 상관없고 일본이어도 상관없었을 겁니다. 우암 송시열은 강경파인 노론이었는데 대체 왜 송시뽕이 되었습니까. 대체 왜 조선인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너무 조악하고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명량 이순신 역으로 고창석을 쓰는 격입니다. 고창석 역시 훌륭한 배우이지만 이순신 역을 맡았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피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이나 한국적 라노벨을 표방하던 출판사에서 당당하게 낸 책이라기엔 너무 형편없고 눈가리고 아웅 식의 방법인데 이것을 영리하다고 포장하는 것은 세상 모든 사기꾼들에게 영리하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판법상으로 사기죄를 적용시킬 수 없다 한들, 이후 건전한 라이트노벨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엄벌을 내려야 할 사안입니다.


판사:피고가 말장난을 친 것은 분명하나, 그렇게 하지 말고 TS된 송시열로 정말 유학드립을 치며 공자왈 맹자왈 했더라도 쇄도하는 비난을 피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라이트노벨 작가가 조선시대의 유학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지니고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썼다 한들 라이트노벨 독자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음이 분명하니 아예 추리소설로 노선을 잡은 것은 그리 틀리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판단됩니다.


변호사:그리하여 피고는...


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소재를 똑바로 소화해낼 자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목과 소재로 어그로를 끈 것은 뭇 독자와 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모두가 알듯 우리나라에서 역사를 다루는 창작물은 무척 관심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의깊고 예민하게, 남보기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져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고는 가슴에 미친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야기로서 굳이 조선이라는 세계관을 넣을 필요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여 끌어다 쓰고, 실패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변호사:수긍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용기를 가지고 도전함에 대한 미래가 화형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독자들의 지갑사정에 대한 가혹함은 어디 갔습니까?


판사:사실 화형선고를 내린 원심판단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피고측 역시 자세히 조사하지도 않고 래핑이 되어있는 상태로 화형선고를 내렸다는 것에 반발해서 상고를 하였는데. 본 사건과 피고를 자세히 조사한 결과, 사형이라는 판결 자체는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화형이라는 것은 불필요하다 판단했습니다.


변호사:재판장님.


검사:그렇다면 재판장님, 화형 대신 현대적이고 인도적인 약물형을 제의합니다.








<첨부2> 라이트노벨 약물형에 사용되는 검은색 잉크와 주사








<첨부3> 라이트노벨 약물형의 집행




변호사:사형에 인도적인 방법이 어디 있습니까!


검사:화형이 지니는 영향력과 그 비인간적임을 지탄하는것이지 않습니까?


변호사:모든 사형은 비인간적입니다.


검사:세상에 필요없는 책들은 없어져야 합니다. 아마존강 삼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변호사:하지만 이미 나온 책을 사형시킨다 해서 나무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세상에 나온 이상, 우리가 만들어낸 이상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검사:우리가 아닙니다. 그들이지.



-땅땅땅



판사:판결하겠습니다.


판사:본 피고가 정가 6800원의 값어치를 하지 못하고 사회에 크나큰 악영향을 주므로 마땅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검사측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판사:하지만 피고가 고의성을 지니지 않았다는 점, 아무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에 용기있게 도전했다는 점, 깊이 반성하고 합당한 배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점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 모애모애 조선유학과 그의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를 사회봉사형에 처합니다. 폐정합니다.







<첨부4> 사회봉사형을 이행중인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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