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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daum 장진택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K9은 과연 명차일까?
 
 기아 K9을 잠깐 시승했다. 정말 잘 만들었다. 좋은 차다. 깔끔하게 잘 나가고 구석구석 편안하며 마무리나 품질도 수준 이상이다. 특히 뒷좌석은 BMW나 벤츠 등의 명차보다 편하고 안락하다. 기아자동차가 벼르고 별러 만든  최고급 자동차답다.
 
잘 만든 K9이지만, 어느 부위가 독일 명차를 닮았다는 식의 구설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BMW를 닮은 기어노브나 헤드램프, 전체적인 실루엣, 아우디를 닮은 휠 등이 국제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벤치 마킹'이나 '경향 분석' 등이 난무하는 요즈음, 그 정도 비슷한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잘 만든 차를 잘 따라 만드는 것도 능력이고, 이렇게 해서라도 좋은 차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더구나 대한민국처럼 자동차 역사가 짧은 나라에겐 '따라하기' 전략도 나쁘지 않다. 독창성보다는 좋은 차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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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토요타 입섬, 아래는 기아 카렌스.  
 

199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에선 ‘따라하기’가 꽤 주요했다. 기아자동차는 물론, 현대나 대우 등, 대한민국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그렇게 살아왔다. 당시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던 기아자동차는 조속한 불황 탈출을 위해 신개념 미니밴인 카렌스를 개발하면서 토요타 입섬의 뒷부분을 비슷하게 만들었다. 품질과 내구성까지 보장된 디자인을 차근차근 개발할 시간이나 예산, 노하우 등이 총체적으로 부족했었기 때문이다.
 
‘따라하기’는 단시간에 얻는 것이 꽤 많다. 짧은 시간에 꽤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을 뿐더러, 그에 관련된 노하우까지 주워담을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뭔가를 ‘따라 만들었다’는 소문 이 여러 모로 명예를 떨어트린다. 뭔가를 베끼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저열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않는 것처럼, 디자이너들은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남의 디자인을 닮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루머는 사실 관계가 어떻건 간에 디자이너나 브랜드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아우디 디자인 디렉터인 슈테판 질라프는 일전에 트렌드와 디자인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아우디도 트렌드 분석을 한다. 하지만 그걸 따르진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하는 디자인을) 피해가기 위해 트렌드를 분석한다는 표현이 옳다”며, “독창적인 디자인은 아우디에서 철저하고 단호하다”고 말했다. 명차의 명예로움을 지키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자존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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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 아우디 A7, 기아 K9 휠.
아래 왼쪽부터 BMW 5시리즈, 기아K9, BMW Z4 기어노브
 
잘 만든 차와 명예로운 차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잘 만든 차를 잘 따라 만들면 잘 만든 차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다. 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명예가 함께 생기는 건 아니다. 명예로운 차는 잘 만든 차이기도 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해서 모두 명차가 되는 건 아니다. 더구나 베껴서 만든 것이라면 명예는 저 멀리 달아날 수 있다. 한 마디로 ‘잘 만든 불명예 차’가 되는 것이다.

명차(名車)는 말 그대로 ‘이름 값 하는 차’다. 이름만 들어도 뭉클한 울림이 있어야 한다. 이런 감동 속에는 편안함과 안락함, 성능, 품질감 외에 켜켜이 쌓인 믿음과 가치, 그리고 약간의 존경심까지 곁들여지게 된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에겐 이런 것들이 있다. 하지만 기아에겐 이런 것이 부족하다. 아직 그런 것이 쌓일만한 시간이 안 됐고, 그 동안 뭔가를 후련하게 보여주지도 못했으며, 대한민국 독점 자동차기업으로서 관용도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뭔가를 따라 만들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도는 상황 속에서 명차의 가치는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 디자인을 얼추 비슷하게 따라 만들었다는 루머는 적어도 믿음직스럽고 신사적인 느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대 명차들은 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런 루머들을 일부러 피해가면서 디자인되고 있다. 또한, 이름 값이 쌓인 명차들에겐 (좀 비슷하게 생긴 부위가 있어도) ‘카피 논란’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기아 K9은 분명 잘 만든 차다. 하지만 아직 명차는 아니다. 독일 명차 못지 않게 잘 만든 차이고,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그만한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차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 K9은 명차가 되고 싶어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언덕에 올라 독일 명차들에게 뭔가를 묻는 광고 속에 이러한 포부가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 곳까지 가서 “무엇이 명차를 만드는가”는 식의 질문을 던질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K9의 질문을 들어 줄 자동차 회사가 없다. BMW는 뮌휀에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슈투트가르트에 있고, 아우디는 잉골슈타트에 있으며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국제모터쇼가 열리고, 몇몇 부품회사나 연구센터가 있고,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오펠 본사가 있으며, 기아차 유럽연구소가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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