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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중국 당국이 최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지 추태’를 근절하겠다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공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도덕을 법률로 규제하려는 발상”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8일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관광지 조형물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한 중국인 4명의 실명과 이들의 ‘비문명적 행위’를 전격 공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국가여유국은 이 중 3명에 대한 기록을 2년간 보존하고, 나머지 한 명의 기록은 10년간 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초 앞으로 관광지나 기내에서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자국민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커의 비문명 행위에 관한 기록관리 임시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항공기 등에서의 소란이나 질서위반, 공공시설물 및 공공환경 위생 훼손, 관광지 관습에 대한 무시, 역사 유적지 훼손·파괴 등은 블랙리스트 등재 대상이 된다. 

또 “필요하면 공안기관, 세관, 출입국관리소, 교통당국, 금융기관 등에도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혀 블랙리스트에 오른 유커는 출국, 은행대출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해 10월3일 서울 경복궁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 규정이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베이징 소재 보런법률사무소 정춘나이 변호사는 9일 관영 신화통신에 “비문명적 행위라는 것은 도덕에 관한 문제로 이걸 법률 규범의 범위에 포함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유커의) 비문명적 행위는 문화, 사회, 가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해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근절하려면 유커의 소양을 보편적으로 높이는 길밖에 없다”며 “국가여유국의 규정 하나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규정의 효력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비판과 함께 ‘이중처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광둥성 포산과학기술학원 타오양 부교수는 당국이 블랙리스트 등재 기준으로 설정한 ‘사회적으로 불량한 영향 조성’ 등은 너무 모호하다며 관광지에서의 새치기나 쓰레기 무단투기, 화장실이 없는 관광지에서의 어린이 무단방뇨 등도 블랙리스트 등재 대상이냐고 반문했다.

야오하이팡 런민대 법학과 부교수는 기내 등에서 법률규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유커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불이익을 준다면 사실상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이 묵고 간 서울의 한 특급 관광호텔 객실 내부 모습. 관광호텔들은 최근 요우커들이 객실에 버리고 가는 각종 쓰레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렇다고 요우커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레지던스호텔이나 불법 숙박업소가 늘면서 빈 객실이 날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무리한 덤핑을 요구해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난달 2월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내국인이나 일본인이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쓰레기 배출량은 10배 가까이 많다”며 “게다가 요우커들은 객실료를 최소 50% 이상 할인해줘야만 유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을 유지하기 위해선 요우커들을 안 받을 수 없어 이런 상황인데도 여행사에 와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사진 독자 제공


하지만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는 중국인 유커들이 국내외 관광지에서 일으키고 있는 각종 추태가 도리를 지나쳤다며 이번 규정과 같은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논란이 커지자 블랙리스트에 등재된다고 해서 당장 어떤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가여유국 펑즈카이 감독관리국장은 이날 북경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명단작성과 공개는 유커의 비문명 행위를)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규정의 취지는 유커를 교육하고 (비문명 행위에 대해) 경고한다는 데 있다”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유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의견을 수렴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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