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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 일이 30년 넘게 살면서 제일 북끄러웠던 일이다.

10년전쯤...
나름 부족한거 없게 자랐고, 대학2학년에 준중형차도 있었지. 팔에는 칼자국이 있는 아주 약간 엄한 아버지가 비상용카드라고 주유할때만 쓰라고 주신 카드를 가지고 다녔었지. 절대 무조건 주유만 했어. 다른데 썼다간 죽을수도 있었어.

첫사랑한테 4번을 차이고, 정신을 좀 차려보려고 친구를 조르고졸라 소개받은 여자애랑 두번째 만나는날. 잡지모델일도 하던 애라 예쁘긴 했다.

삼청동엘 갔지. 그때만해도 지금처럼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지도 않았고 조용히 데이트하기 좋았지. 스카이웨이도 드라이브하고.

근데 문제는 이 씨1발놈의 레스토랑이었어.
난 지갑에 7만원이 있었고, 당당히 갤러리 레스토랑에 들어갔어. 의자도 빼주고 나름 멋지게 착석을 했지.

아니 그런데...
메뉴판에 가격이 없어................

그때부터 식은땀이 나는거야.
'가격이 애미 없으면 어쩌지... 뭘먹어야되나... 배고프다고 얘기해놨는데 어쩌지...'

여기서부터는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나.

"XX야 여긴 씨저샐러드가 유명하데."

어렴풋한 기억에 이렇게 얘기하고 씨..저샐러드 2개를 시켰던것 같다.

5만원쯤 냈던것 같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발렛비를 주고...

말없이 대학로 맛나 ㄷㄷ볶이를 먹으러 운치있는 성북동 길을 달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주유용 카드를 왜 안썼나 싶지만 그땐 참 순진멍청 했던것 같다.

요즘도 와이프랑 종종 삼청동가는데 거기지나칠때면 등줄기에 땀이 난다.

그여자는 잘 지낼까?

1. 현금7만원들고 여친이랑 비싼 레스토랑감
2. 메뉴에 가격이 없음
3. 샐러드가 유명한 집이라고 구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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