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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이야기는 예전부터 자주 나왔지.
나도 굉장히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8

또 블랙 기업 어쩌구 하는 이야기냐.
어차피 그럴 듯한 이야기 늘어놓고 인기 끌면 서적화해서 인세로 벌어먹을 속셈일테지.





12

25살쯤 사고로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막연하게 일자리나 구해볼까 
이런 생각을 했다.

퇴원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신문 광고를 뒤졌 거리다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IT 계통 회사의 구인 광고를 발견 했다.
그때 나는 시스템 엔지니어 이하 SE의 현실 같은 건 전혀 몰랐다.
딱히 PC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잘 아는 것도 아니었지만,
앞으로 시대는 역시나 PC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20

나는 문과 출신으로 PC와는 별 인연 없이 살아왔다.
그저 IT는 굉장해, 우와.
이런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기억도 잘하고 머리가 잘돌아가는 편이라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저 자신감 과잉이었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에 마구 열중한 끝에 2류 대학을 나왔다.
졸업하고 나선 이리 저리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사고가 나서 입원했다.
즉, 25살이 되서야 첫 직장을 갖게 된 것이다.






27

면접을 보러 가니, 그자리에서 채용됐다.

면접관 [출장도 가야 되는데, 괜찮아?]

나 [괜찮습니다.]

면접관 [잔업도 하는데, 괜찮아?]

나 [괜찮습니다만, 잔업은 몇시간 정도?]

면접관 [음...뭐...대략 200에서 300시간 정도 될 거야.]

면접관의 말에 잔업 시간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회 경험이 제로와 다름없는 나한테 있어서 잔업 시간 100 시간대는
어느 정도 힘든 건지 실감되지 않았다.
잔업수당도 나오니까 돈을 더 벌 수 있는데다 힘들면 힘들수록 보람되겠지,
정말 막연하게 이런 생각만 했다.






29

>>27

그거, 그거 나도 그랬어. wwww
IT 하청 업체들은 면접보면 대개 바로 채용되는 편이야.





33

나는 면접 이후 바로 채용되었다.
PC 관련 일을 해본 적 없다는 것도 말했다.

그리고 몇주일 뒤 첫출근을 하게 됐다.
출근해 보니 회사 안 작업장 같은 곳에 두사람이 있었다.
한명은 20대 후반대로 보이는 
T씨.
또 한명은 야이다 히토미닮은 여자로 나랑 동갑처럼 보였다.
부장이 나를 불러서 말했다.

부장 [건강 진단받고 와. 아, 그리고 우리 회사는 건강 진단비 안내줘.]

나는 오전 중에 건강 진단을 받으러 갔다.
갑작스레 돈이 나가는 바람에 괴로웠다.



역주

야이다 히토미








36

오후에 돌아온 뒤 2시간 정도 방치당했다.
뭘하면 좋을지 몰라서 그동안 책장에 꽂힌 PC 관련 책을 읽었다.
그러다 부장이 나를 작업장으로 데리고 갔다.

부장 [여기가 네 책상이야.]

준비된 PC랑 책상.

부장 [아, 이거 LAN 보드 안 꽂혀 있나.]

부장을 2층에서 LAN 보드를 꺼내와 나한테 줬다.

부장 [그럼 부탁할께.]






37

>>28

IT 일을 해본 경험같은 거 없어도 돼.
심지어 집에 PC가 없는 녀석도 채용된다.





39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PC라곤 노트북을 만져본 경험밖에 없었다..
PC 본체를 분해해서 LAN 보드 같은 걸 꽂아본 적 없다.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부장에게 물었다.

나 [이거...어디다 쓰는 겁니까?]

부장 [아앙? 그런 것도 몰라? 그런 것도 모르고 뭐했어. 스스로 알아봐.]

부장은 그렇게 말한 뒤 가버렸다.







45

나는 일단 본체를 분해했다.
어디인지 잘몰라서 아무데나 꽂았다.
아무래도 그걸로 어떻게든 된 것 같았다.
한숨 돌린 나는 일단 메일 계정을 설정했다.
그리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선배 T씨한테 뭘하면 될지 물어봤다.

T [...지금은 할일 없어요.]

선배는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후 몇시간동안 공부하는 척 시간을 때우다 퇴근했다.
첫날은 그렇게 어떻게든 지나갔다.





46

일 안해도 월급 받을 수 있다니, 꿈의 직장이잖아!
좋아, 나도 SE가 될래!





47

부장이 너무 불친절한걸...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내가 여유 세대라서 그런 겁니까?






48

나도 부장같은 소리를 했을 거야.





50

다음날, 나는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신입답게 밝고 쾌활한 어조로 소리쳤다.

나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반응한 건 경리 한명 뿐이었다.
이것 저것 하는 중 부장이 나한테 왔다.

부장 [어이, 모레 출장갈 거니까. 준비해둬.]

나 [어디로 가는데요?]

부장 [그런 건 네가 알 필요 없어.]

부장은 그 말만 하고 가버렸다.






51

>>50

입사하자 마자 출장이냐.





52

>>50

부장 ww






53

이것이 츤데레 부장.





54

야이다가 이따금 말을 걸어준 걸 빼고 나는 이틀동안 완전히 방치되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 것도 몰랐다.
물어봐도 할일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신입이니까 별 수 없다며,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할 시간이 됐을 쯤. 부장이 나한테 왔다.

부장 [지금부터 출장간다. 따라와.]

출장을 가는 멤버는 나와 선배 그리고 부장, 이렇게 3명이었다.
어째선지 야이다는 같이 가지 않았다.

부장 [우리는 회사차로 갈 거니까, 너는 네 차로 따라와.]






56

부장은 엄청난 속도로 차를 몰았다.
뒤에 내가 따라 가는데도.
이제 곧 빨간불이 될 것 같은데도 아랑곳 않고 달렸다.
나는 어디 가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신호무시.

그러다 중소규모 공장에 도착했다.






58

이 후의 참상이 엄청 기대된다.






59

공장측 사람과 선배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엄청난 양의 시방서를 건네 받았다.
무슨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는데,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이야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는지
엄청 빠른 속도로 진행되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부장이 입을 열었다.

부장 [이 안건에 대해선, 이 친구가 맡아서 해줄겁니다.]

부장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응? 설마? 나?
공장측 사람 옆에 있던 공장장이 날카로운 눈으로 날 훎어본 뒤 
부장에게 말했다.


공장장 [이 젊은이, 정말 괜찮습니까?]

부장 [괜찮습니다. 벌써 이바닥 경력 2년된 베테랑이에요.]







60

부장 wwwwwww





61

>>59

이건 웃을 수 없어...






62

아...안돼.
두근거리기 시작했어.






64

2년이라니. wwww
이틀을 잘못 말한 거겠지. wwww
공장장이 다시 물었다.

공장장 [2년 정도로 정말 괜찮습니까? 최소 5년 정도면 믿을 수 있는데.]
공장장 [이건 마감기간까지 못맞추면 곤란해요.]

부장이 말했다.

부장 [아하하하! 괜찮습니다. 이녀석은 우리회사 기대주니까요.]

나는 일단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65

IT 관련 이야기는 왜 이렇게 인간적으로 망가진 녀석 이야기밖에 없는 거야.






67

그 날은 저녁 9시까지 협의를 나눴다.
다음날 출근하니 부장이 나한테 와서 말했다.

부장 [어제 협의는 잘들었지, 그럼 이거 부탁해.]

부장은 두꺼운 시방서를 내 책상에 놓았다.
나는 아연실색했다.

나 [이건 뭡니까, 이거랑 이건 또 뭡니까?]

부장 [PLC 제어 알고 있어? 책 어디있더라. 아, 여기있네.]
부장 [이 책 빌려주는 거니까 가지고 가지마. 그럼 잘 부탁해.]

부장은 그말만 하고 가버렸다.




역주

PLC =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흔히 자동화 생산 라인에서 기계의 작업 순서를 제어하는 장치







69

사용 언어랑 몇년 전 일인지 가르쳐 줘.






70

책만 건네 받았다.
PLC 제어. 생전 처음듣는 말이었다.
이런 시방서도 읽어본 적 없다.

일단 시방서랑 책을 보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건 대체 뭘까, 내가 어떻게든 해야 되는 건가, 언제까지 해야 되는거지.

여러가지 물음이 솟아올랐지만, 우선 공부를 계속했다.







71

>PLC 제어 알고 있어?

그렇게 전문적인 걸 경험도 없는 녀석이 알리가 없잖아. wwww






73

시방서에는 생전 처음보는 말만 적혀 있었다.
선배한테 물어봤다.

T [에...이건 말이죠. 그겁니다. 그거.]

도움이 되질 않았다.
2~3일 정도 공부하는 중 선배가 나를 불렀다.

T [이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입사하고 1주일, 처음으로 선배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거기다 처음으로 일다운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주 조금 기운이 솟았다.







74

서적화 된 블랙 회사의 >>1과 달리 PC에 대한 건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라서 되려 호감이 가네.






76

선배는 연상이었지만, 누구한테나 존댓말을 했다.
거기다 내심 사람을 혐오하는 것 같았지만, 나름 좋은 사람이었다.

선배가 나한테 부탁한 일은 무슨 배선에 200개 정도 핀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선 200개 정도를 같은 길이로 자르는 일도 맡았다.

나는 의욕만만하게 일했다.
야이다는 옆에서 뭔가 커다란 기구같은 걸 만들었다.
그걸 보고 나도 언젠가 저런 걸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77

이런 이야기도 서적화가 되나?
몰랐는데.








79

야이다는 사무 직원 아니었어?






80

SE = 뭐든지 한다.






81

그렇게 1주일 정도 선배에게 부탁받은 잡무를 처리했다.
PLC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선배도 PLC 제어 프로그램 안건을 맡았지만,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질 않아서 나도 안해도 되려나 싶었다.
나는 배선 단말 처리에 몰두했다.







84

프로젝트는 어쩌고. wwwwww






86

입사하고 1달이 지났다.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예전에 출장 갔던 공장에서 걸려온 거였다.
진행 상황을 물어보는 전화였다.

선배는 거의 다되어 간다면서 대충 둘러댄 뒤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전화를 끊은 선배한테 물었다.

나 [그때 협의한 안건, 다 끝났습니까?]

T [아뇨, 저언혀~]

나 [괘, 괜찮은 겁니까? 저도 계속 이것만 했는데!
나 [이것만으로도 바빠서...저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입니다.]

T [벌써 끝낸 거 아니었습니까?]

나 [아뇨. 저 그때 이야기를 들은 이후 하나도 건들인 게 없어요.]
나 [언제 시작할지 되려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T [조금 전에 전화로 3일 뒤까지 해달라던데...]







88

끝났다. wwwwwwwwwwwwwww





89

3일 뒤. wwwwwww






90

PLC를 3일....

끝났군.






91

나 [3일 뒤...? 어, 어떻게 해야 됩니까?]

T [일단 부장한테 말해보지요.]

선배가 부장한테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걸 알렸다.
선배는 그동안 예전에 납품한 것의 버그 수정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거기다 버그 수정 뿐만 아니라 신규 안건이 몇가지 더 들어와서
1달 정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92

나 SE지망 그만둘래.






93

선배가 그동안 퇴근하지 못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나는 늦어도 10시쯤되면 퇴근했으니까.

부장은 파견 근무중인 와타나베씨라는 35살 선배 프로그래머를 불렀다.
듣기론 와타나베씨는 PLC 제어 전문라고 했다.







94

>>93

10시라도 엄청 늦게 퇴근하는 건데...
잔업 수당은?






95

나 이번에 SE로 취직하는데...
갑자기 불안해졌어...






96

나도 올해 중소규모 IT기업에 취직했지만 제대로 교육받았어.
올해 취직한 동기중에 문과도 있었지만 경험이 없는 녀석은 안 뽑혔어.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 볼때마다 진짜인지 의심스러워.






97

>>96

중소 블랙 기업이라는 건 원래 다 그래.
잔업 수당을 안주는 건 기본, 휴일이 없다던가, 노동조건이 열악하거나 해서
경험자가 들어와도 금방 그만두는 일이 잦아. 
그래서 경험 없는 녀석을 뽑아서 굴리는 거지.
애초에 신입을 육성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뽑아놓고
불합리한 일을 마구 시킨다. 그러다가 견디지 못하면 결국 그만둬.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거야.






98

>>97

과연...악순환이라는 거네.







99

와타나베씨가 파견 나가 있는 곳은 여기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거기서 오후 5시에 퇴근한 뒤 와주기로 했다.

부장이 공장에 전화를 걸어 납기일을 1주일 늘려줬다.
이 일주일동안 해결해야 됐다.

와타나베씨랑 처음으로 얼굴을 맞이했다.

나[PLC 한 적 있습니까?]

와타나베 [에? 이거...예전 회사에서 2주일정도 연수받은 적 있어요.]
와타나베 [5년 전이지만.]

부장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진실을 말했다면 도우러 오지 않았을 테니까.







102

어쨌든 나는 이런 일을 해본 적도 없다.
어쩌면 좋을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러나 선배는 아직 버그 수정에 바빠서 PLC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나랑 와타나베씨, 선배.
그리고 야이다한테도 일을 부탁했다.

이렇게 4명이서 매일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했다.
와타나베씨는 파견처에 출근해야 되기 때문에 1시간 정도 먼저 퇴근했다.

정말 안개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나도 야이다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돌아갈 수도 없다.
유일하게 의지할만한 선배는 버그 수정에 바쁜데다 다른 일도 하고 있었다.







105

나는 선배한테 물어봤다.

나 [선배는 PLC 한 적 있습니까?]

T [2년전에 1번 했습니다만...]

나나 선배 어느쪽이나 아마추어랑 다를 게 없다는 게 그때 밝혀졌다.
와타나베씨는 끙끙 소리를 내면서 작업을 했다.

나는 선배가 잠시 짬이 날 때마다 물어보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물론 근본적인 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106

우리 회사의 SE 8할은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PG라고 생각해...






107

나도 문과에다가 경험 없이 SE가 됐는데, 이렇게 차이가 날줄이야.
우리 회사도 >>96처럼 기본 교육 기간이 있었고,
현장에 투입된 뒤에도 이래 저래 자상하게 가르쳐줬는데.






108

난 IT 업계 사람은 아닌데, 내가 보기에 이 세계는...

거대 소프트 메이커 회사가 1차 하청업체에 시방서를 내려줌.
1차 하청 업체가 2차 하청업체로, 2차 하청업체가 3차... etc   

이렇게 생각하는데, 맞아?






109

>>108

거의 맞아. 
그런데다 상세 시방서가 도착하지 않기도 해.
애초에 시방서 자체가 엉망인 경우, PG들이 협의해서 다시 짜내기도 하니까.






110

시방서가 자체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111

>>108

우리가 흔히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만 그런 게 아냐.
예를 들어 은행의 ARM이나 편의점에서 쓰느 POS 같은 것도 그렇게 만들어.

그런데 애초에 코딩은 SE가 할 일이 아닌데 말야...






112

일주일 지나 부장이 우리한테 와서 초조한 듯 말했다.

부장 [어이! 어떻게 됐어!]

T [아직 못 끝냈습니다.]

부장은 그저 어쩐다, 어쩐다.
이 말만 연신 중얼거렸다.

T [어떻게 할까요?]

부장 [오늘은 일단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야 해.]
부장 [일단 대충 오류나서 안 풀리는 압축 파일 하나 준비해놔.]
부장 [만들긴 했는데, 그쪽에서 오류내서 안풀리는 거라고 하지, 뭐.]
부장 [일단 갔다 와.]

선배 [...알겠습니다.]

대체 뭐라는 거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도 해결 될리가 없잖아.
설령 해결된다해도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거야?







114

부장 [어이, 준비해라. 너도 가야되니까.]

나 [예? 어디로?]

부장 [넌 알 필요 없어!]

부장이 평소처럼 알 필요 없다며 소리쳤다.
나는 선배가 운전하는 고물 웨건에 타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꽤 먼곳에 위치한 공장이었다.
무슨 일을 해야 될지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 납품한다는 말만 들었다.
물론 소프트웨어 제작은 하나도 해놓은 게 없지만.

아마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었던 건 내 예상을 초월하는 지옥이었다.
입사하고 1달쯤 지났을 때였다.







121

공장 한구석에서 10명정도되는 사람들이 PC를 노려 보고 있었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짐작도 안갔다.

예전에 공장에서 만났던 사람도 섞여 있었다.
그 사람이 우리를 발견하곤 이쪽으로 왔다.
상당히 초조한 안색이었다.

?? [그거, 끝나습니까?]

선배는 이리 저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이런 게 정말로 통하려나, 걱정됐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 어디선가 나타난 대머리가 나한테 위협하듯 소리쳤다.

대머리 [너희들, 노트북 한대 밖에 안 가져온 거야?!]
대머리 [두사람이 와서 노트북 한대?!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엄청 화가 난 것 같았다.







124

부장이 너무 무능해. wwwww






125

나는 선배한테 이야기를 한뒤, 회사에 노트북을 가지러 갔다.
3시간 정도 걸려서 회사에 도착했지만, 회사에도 남는 노트북은 없었다.

부장이 집에 가서 자기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다시 공장에 갔다. 왕복 7시간 걸렸다.
도대체 그 공장에서 무슨 일을 해야 되는 건지도 몰랐다.

나는 그냥 소프트웨어를 상대에게 건네주고 끝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만들지 못한 게 들통나서 다시 만들어내야 된다...
대충 그렇게 예상했다.

공장에 가니 사람들은 이미 전부 퇴근한 상태였다.
선배한테 전화하니 거기 있던 사람중 누군가의 아파트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126

왕복 7시간. wwwwwwww





129

나도 내년에 저쪽 계열로 가는데...
이 스레를 보니까 마음이 무겁다...






130

아파트에 도착했다.
거기엔 선배와 대머리, 그리고 공장 사람 세 사람이 있었다.

선배랑 단둘이 남았을 때, 일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선배는 술에 취한 상태로 입을 열었다.

T [우리가 할 일은 저 큰 공장 전체 라인을 제어하는 겁니다.]
T [우리 회사도 그 중 한부분을 맡게 된 거죠.]
T [그 공장에 있었던 사람들 전부 전국에서 끌려온 PLC 엔지니어에요.]
T [덧붙여서 이 프로젝트 앞으로 반년 정도 해야 될 것 같아요.]

나 [반년...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T [공장 라인을 멈추는 게, 토요일, 일요일, 주말 뿐이라네요.]
T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어요.]
T [그러니까 반년 뒤에 납품할 때까지는 귀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단 거죠.]
T [거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들도 해놓은 게 별로 없었어요.]







131

거기 있는 사람들 전원 노예. wwwwwwwwwwwwwwwwwww







133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 [반년이나 귀가하지 못하다니, 말도 안되잖아요!]
 

T [납기일이 반년 뒤에요. 헌데 이 상황을 보면 좀 더 걸릴 것 같네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일에 대한 건 아무 것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도 가져오지 못했다.
그걸 떠나서 반년 이상 휴일도 없이 일해야 된다.
토, 일요일 주말이 메인이니까.

그걸 생각하니 말문이 막혔다.
 

생전 본 적도 없는 대머리랑 뚱보와 같이 동거 생활.
 
눈앞이 깜깜해졌다.
 






134

반년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






135

이건 그냥 노예네.






138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지옥이야...






140

그 날부터 지옥의 날이 시작됐다.

아침 8시에 공장에 나가서, 저녁 9시까지 일했다.
 
그마져도 사람들이 퇴근하기 시작하면 그에 맞춰서 퇴근하는 식이었다.

물론 숙소로 돌아가서도 일은 계속 됐다.
 

이런 날만 계속 됐다.
 
너무 급작스런 상황인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와타나베씨랑 야이다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선배도 그 두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141

숙소에선 대충 새벽 1시까지 일을 했다.
선배는 알콜 중독이라서 술에 취하면 거기서 내 일은 끝났다.

휴일은 없다. 지금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른다.
 
선배도 뭘하는 건지 몰랐다.

모두 PC 앞에 앉아서 뭔가 하는 척 흉내만 내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1주일이 지났다.







144

노예 생활이 계속 되면서, 선배와 나 사이에 이상한 신뢰 관계가 생겨났다.
회사에 있을 때는 이야기를 자주 않았는데, 술을 마시면 말을 많이 했다.

T [나 몇살로 보여요?]
 

나 [아마...30대 초반?]
 

T [마흔 넘었어요.]
 

나 [정말로요? wwwwww]
 

나 나름대로 어떻게든 심적 고통을 완화시키려고 노력했다.
 






147

이건 >>1이 훌륭한 SE로 성장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이건 SE가 할 일이 아니잖아. wwwww
애초에 프로그램 언어도 모르는데, 뭘 시키는 거야. wwww


뭐...현실은 이런 거지만...






150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연대감도 생기지. wwwwwwwwwwww






152

이 생활이 2주일 정도 지났을 쯤, 우리에게 하청을 준 회사에서 사람이 왔다.

프로젝트가 진행되질 않아서 상황을 보러 온 것 같았다.
 
이때 한 SE가 우리가 무능하다는 걸 그 사람한테 알렸다.

우리가 불려나오자, 그 SE는 마치 광고하듯이 우리의 무능함을 폭로했다.
 

SE [이녀석들, 진짜 쓸데가 없습니다. 애초에 기본이 되있질 않아요.]
 
SE [그저 프로그램을 만질 줄 안다고 끝나는 게 아닌데!]
SE [물건을 완성시킬 생각이나 있는 건지!!]
SE [이녀석 필요없으니까, 짤라 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짤렸다.
 
애초에 넘어온 시방서에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고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154

선배...마흔살인데 짤렸나...불쌍하게도...






157

>>154

이 프로젝트에서 짤렸다는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159

우리는 하청을 준 회사 사장한테 불려갔다.
그 회사 사정은 엄청나게 화를 냈다.

헌데 선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평소같은 태도였다.
 

나는 좀 위험하단 생각이 들어, 우는 척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진짜로 눈물이 흘렀다.

울면서 미안합니다! 하고 소리쳤다.
 

운 보람이 있었는지, 그 회사 사장도 용서해줬다.
 
되려 날 위로하면서,

사장 [난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앞으로도 힘내라!]

이렇게 말했다.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이제 해방이란 생각에 귓전으로 들었지만.






161

앞으로도 힘내라. wwwwwwwwwwwwwwwwwwww






165

우리는 본사로 돌아왔다.
마치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 입사하고 1달 반 밖에 안됐지만, 선배가 전우처럼 여겨졌다.
 
회사에 돌아오니 와타나베씨가 있었다.
와타나베씨는 파견처에서 일을 끝낸 뒤 저녁 7시쯤에 오는데,
왠일인지 그 날은 일찍 와 있었다.

나 [응? 왠일입니까?]
 

와타나베 [이야, 파견처에 감기걸렸다 말하고 쉬고 있어.]
 
와타나베 [거기 일이 끝나질 않는다구. 벌써 3일이나 못잤어.]
와타나베 [아마 이대로 가면 잔업 시간만 300 까지 갈걸?]

나는 그 말에 웃었다.
 

나 [300인가요. 아하, 아하하. wwwwwwwww]

그 말이 이상하게 이해되서 웃었다.
 
계속해서 웃었다.







166

그런데 지금부터 나한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다음날, 부장이 날 불렀다.

지금부터 어디 어디에 있는 공장에 갔다 오라고 했다.
 
그리고 CD 하나를 건네 받았다.

나 [이거 뭡니까?]
 

부장 [스스로 알아봐.]
 

부장은 그 말만하고 가버렸다.
또 설명도 못듣고 일이 시작됐다.

왜 저 녀석은 매번 매번 일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는 거야.
 
점점 울화가 쌓이기 시작했다.
 






167

300시간 wwwwwww 
대략 12일. wwwwwwwwwwwwww
말도 안돼, 낚시일 께 뻔해. wwwwww

...이렇게 적고 싶지만, 나도 그렇게 일한 적 있기 때문에
낚시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170

잔업만 300시간...SE는 가축 이하냐...






171

>>169

그런데 사용 언어는 뭐야?






172

덧붙여서 잔업수당은 1000엔
와타나베씨의 실수령액이 20만.
그런데 그 달 와타나베씨 월급이 50만 정도였으니까
진짜 300시간 넘었다고 생각해.







173

지금도 SE로 일하는 거야?





174

>>171

그것도 언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로더 라는 거였어.






175

>>173

물론 그만뒀어. wwwww 






185

나는 공장까지 CD를 가지고 갔다.
뭘 하면 좋을지 몰라서 일단 담당자를 불렀다.
그러자 과거에 우리 회사에서 납품한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생겼기 때문에
그걸 처리해 달라고 했다.
애초에 무슨 소프트웨어인지도 몰랐다.
분명 선배가 만든 거 였을 텐데, 그 날따라 선배가 없었기 때문에
미리 물어볼 수 도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바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저기 이러쿵 저러쿵 해서 CD를 건네 받았는데요.]

T [그걸 인스톨하면 끝나요.]
 

나는 안심했다. 그리고 인스톨을 했다.
공장 사람이 체크를 해서 버그가 사라진 걸 확인했다.

바로 돌아가려는데 공장 사람이 날 불렀다.
그리고 이건 뭐냐, 저건 뭐냐 하면서 꼬치 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교환을 대충 4번 정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전문 용어를 최대한 섞어서 말을 했더니,
공장 사람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건 잘 모르는지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었다.







184

만일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SE를 지망하는 내 친구랑 
IT 계열에서 일하려는 내 미래는 없다는 소리네.






186

>>184

걱정하지마. wwwww
최근 들어서 꽤 개선됐으니까.
아마....






187

다음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더더욱 끔찍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단 걸 알 수 없었다.
 






193

이번에 내게 내려진 업무는 무슨 공업용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건 회로도에 적힌 부품을 주문, 조립한 뒤 배선을 납땜하는 일이었다.
물론 전부 수작업.

소프트웨어하고 관계없는 일이었다.
 
필요한 건 납땝 실력과 회로도 읽는 방법, 디자인 센스였다.







198

그 일 전부 나 혼자에게 맡겨졌다.
물론 난 회로도 읽는 방법도 모른다.
그걸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다.

여기에서부터 내 지옥이 시작됐다.
 

우선 부품을 공구로 가공한 뒤, 디자인대로 상자를 만들었다.
 
그 상자에 LED를 100개, 스위치를 30개 정도 붙인 다음,
거기에 배선 하나마다 약 6 m.
그걸 회로도 대로 300개 정도 빽빽하게 붙여야 했다.

지금에야 순서대로 적을 수 있는 거지, 그때는 시작하는 방법조차 몰랐다.
아무도,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질 않았으니까.

내 이미지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었다.
납기일은 2주일 뒤, 그런데 이걸 3개 만들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건 숙련된 사람도 1주일정도 걸릴 물건이었다.
 
그런데 경험도 없는 내가 2주일동안 3개, 
애초에 나한테 맡겨진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199

>>1

이건 완전 내 이야기인데.
내가 있었던 회사같아...나는 7년 전에 관뒀는데.






197

그나마 잔업수당은 꽤 나오니까, 블랙 회사는 아닌데.







200

>>197

선배는 애초에 그런 계약을 맺었으니까 그렇게 나온거야.
나는 절반 정도밖에 못받았어.








202

납땜을 한 건 중학교 이후 처음이었다.
손에 화상을 입으면서도 어떻게든 붙여나갔다.
회로도 읽는 방법을 몰라서 선배한테 물어보니,

T [써있는대로 하면 되요.]
 

그게 안되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배선을 200개 이상 붙이니 책상 위가 배선으로 덮였다.
배선이 꼬인 걸 고치는데만 2시간 이상 걸렸다.

납기입을 2주일, 제작을 시작한 지 일주일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1대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204

이건 이미 IT 회사가 아니라 공장에서 할 일이야. wwwwwwwwwwwwwwwww






206

집에도 못가고, 2주일 지났다.
어떻게든 1대를 만들어냈다.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부장이 나한테 고함을 쳤지만, 납기입을 1주일 늘려줬다.
 
나는 울상이 되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선배가 가끔씩 도와주기도 했다.
남은 1주일 동안 2대를 만들어야 했다.

남은 2대는 조금 단순한 구조라서 다행이었다.
 
잠도 잘 못자고 작업에 매달렸다.
1주일동안 집에도 못갔다.
스트레스가 모여서 참을 수 없게되면 하드를 쾅하고 내리쳤다.








209

1주일 뒤, 일단 3대가 완성됐다.
물론 동작 체크는 안했지만, 나는 하늘에라도 날아오를 듯 기분 좋았다.
한동안 일이 끝난 기쁨을 맛본 뒤 납품처에 물건을 건네주러 갔다.

그리고 거기서 새롭게 2대를 더 제작해달란 주문을 받았다.
 

물건을 납품한 뒤 회사에 돌아와서 새 부품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 날은 저녁 9시, 정말 오랜만에 빨리 퇴근할 수 있었다.
 






214

다음날 출근했더니, 납품처에서 클레임 전화가 왔다.
단말 처리가 엉망 진창이었다는 것 같다.

어제 납품한 물건이 너무 엉망 진창이라서 상대가 화를 내고 있었다.
 
당장 물건을 반품 받으러 갔다.
또 이러면 거래를 끊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우리 사장도 클레임 전화를 받았는지 나한테 엄청 화를 냈다.
 
그렇다면 경험이 있는 녀석한테 시키란 말야!!

3대를 반품, 거기다 새로 2대를 더 만들어야 되니...
 
합계 5대를 2주일 뒤까지 납품해야 됐다.

숙련된 사람도 1주일은 걸릴 물건.
 
그게 5대니까, 도합 5주일이다.

나는 순간 자살을 생각했다.
 






215

>>214

이건 너무 하잖아. www
이렇게 회사 운영하면서 용케 도산하지 않았네. wwww






216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매일 2주일 동안 철야해도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거기다 반품된 물건은 내가 봐도 너무 끔찍해서
 
수정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쪽이 빨라보였다.

도망가고 싶다.
 
입사하고 3개월 되던 날,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217

이건 확실히 블랙. www






218

SE의 자살율이 높은 건 이래서 였나...






220

우선 철야를 시작했다.
그러다 야이다가 맡은 개발이 끝났는지 1대를 맡아서 도와줬다.
나는 그게 너무나 고마웠다.

야이다가 1대 맡고, 나는 나머지 4대를 맡았다.
야이다는 여자인데도 철야하면서 도와줬다.

그리고 이틀 뒤, 야이다의 모습을 회사에서 볼 수 없었다.

야이다에게 파견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221

>>220

야이다아아아아아!!






222

아직 일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지금 파견 명령이?!
미친 거 아냐?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야이다도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이걸 거절하면 바로 해고였다.
 
야이다는 그렇게 팔려갔다.

나는 사실 야이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고백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빌어먹을 일이 어디있어!
 
부장은 이렇게 지껄였다.

부장 [내 말을 순순히 들었으면 될 텐데 www 그래도 팔아치웠겠지만. ww]
 

진심으로 죽이고 싶었다.
 






224

그 회사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운영하는 거야.






229

이 부장이란 인간, 엄청 터무니없는 인간이었다.

자기 자신을 노예 거래상이라 부르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팔아치웠다고 떠들곤 했다.
나한테도,

부장 [넌 반항하지 마라. www 너도 팔아치울 수 있으니까. www]
 
부장 [이 회사 인사권을 가진 건 나라는 걸 명심해. www]

이후 나는 부장을 피하기 시작했다.
 

내가 엄청 힘들어 하는 걸 알면서도 부장을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 즐기는 것 같았다.







228

회사로 성립되는 게 이상한데.






231

>>228

나도 이상하다 생각해.






233

내가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으면 부장이 나한테 와서

부장 [지금 나가서 에로 비디오 사와. www]
부장 [저기 있는 여자 사무 직원, 한번 덥쳐봐. ww]

이렇게 웃을 수 없는 이야기만 했다.
 
내가 거절하면 신입 주제에 말이 많다며 시끄럽게 굴었다.

덧붙여 부장이 한 것 중 제일 괴로웠던 건 사원 교류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사원이 모인 앞에서 부장은 나한테,

부장 [너, 여자친구랑 첫경험한 이야기. 여기서 이야기해봐.]
 

내가 못한다고 말하자, 욕을 하며 억지로 하게 시켰다.
 
정말 구제불능인 쓰레기같은 인간이었다.






234

그렇게 힘든 시기가 3달 정도 계속됐다.
어느새 입사한지 5달이 됐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실력도 늘어서 클레임이 날아오는 경우도 사라졌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부장과 선배는 2주일 정도 출장을 나갔다.
 
본사에 남은 사람은 나 혼자뿐.
입사하고 5달이 되서 정시 퇴근의 기쁨을 맛보았다.







235

그런데 한층 더 괴로운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237

야이다는 어떻게 됐어!!






239

이제야 따라 잡았네.
오늘 SE 직업 설명회 갔었는데, 역시 그냥 자고 있었던 게 정답이었네. wwwww






241

입사하고 6달이 지났다.

부장은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술자리에 자주 불러냈다.
 
정말 가기 싫었지만 사회인으로 별 수 없었다.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도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며 끌려갔다.
 

그리고 얼마 뒤, 부장 직속 부하로 임명됐다.
 
이번에는 또 뭘하게 되는 걸까.

부장 [다음주부터 DB 개발 관련 일을 하게 될 거야.]
 

나 [DB...라면 무슨 일을 해야 되죠?]
 

부장 [넌 말해줘도 몰라. 아무튼 일단 협의는 할 거야.]
 






247

협의하는 날 이런 말을 들었다.

부장 [이번에는 액세스를 쓸 거야.]

나 [액세스...입니까? 그건 뭐죠?]
 

부장 [액세스는 2~3일 정도 써보면 알 수 있으니까, 몰라도 돼.]

그리고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장 [내일부터 3달동안 휴일은 없다고 생각해라. w 지옥을 보여주마. w]
 
부장 [납기일은 3달 뒤지만, 아마 그때까지 못끝낼걸. 그러니 쉴 생각 버려.]
부장 [내일 6시까지 출근해라. 난 9시에 나올 거지만. 침낭도 준비해둬.]

응?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녹음기를 준비해서 이 회사를 노동 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해버릴까,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248

그리고 이거 절대 낚시 아냐.






249

그럼 회사 이름 알려줘.






250

낚시가 아니라면 왜 회사명을 안 적는 거야?






251

3개월 동안 휴일 없이 나 혼자만 6시 출근.
더 끔찍한 건 부장이랑 같이 있어야 된다는 것.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6시가 아니라 평소 출근하는 시간이 나왔다.
 
그러자 부장이 노발대발 화가나서 나한테 설교를 늘어놓았다.
덕분에 점심도 먹지 못했다.







253

>>250

그러면...문제가 커지니까...






259

그리고 2주일 동안 부장한테서 매일 매일 설교당했다.

어떤 때느 7시간동안 설교당한 적도 있다.
 
1시간 어디 나갔다 온 것 빼고 계속 들러붙어서 설교를 늘어놓았다.

이 녀석은 일도 없나?

너무 끈질겨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덕분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 내 상태를 보고 부장은 한층 더 설교에 박차를 가했다.
 
이렇게 일할거면 관둬, 좀 더 제대로 하란 말야.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죽이고 싶었다.
몇년 징역을 사는 한이 있어도 죽여버리고 싶었다.





260

>>259

7시간 설교라니...거짓말이지?






261

내가 고민한 건 언어 습득이나 DB에 대한 지식 습득 같은 게 아니었다.
이녀석을 언제 죽일까.
내 머리속에는 그 생각만 가득했다.
나랑 친하게 지내던 사무 직원한테 그 이야기를 하니,
그 사람도 부장을 언제 죽일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얼마나 부장이 싫었으면 아예 부장이랑 시선도 안 마주치고,
부장 방에 들어가기 싫어서 부장에게 편지가 와도 문앞에 방치해둘 정도였다.
그 정도로 부장을 싫어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그 주의 주말.
부장에게 한마디 쏘아주기로 결심했다.







264

일부러 1시간 출근했다.

예상대로 그녀석이 나한테 왔다.
 

부장 [너 집에 가. 일할 생각없으면 집에 가라고. 쓸모없는 식충이]

녀석은 그렇게 말한 뒤 부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핏대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266

두근 두근 거려!






269

나는 부장실 문을 부셔버릴 듯 열어제꼈다.
부장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나 [야, 이 새끼야! 누가 식충이라고?!]

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273

이성을 잃었어. w
좀 더 해라. www






278

부장은 큰소리로 소리쳤다.

부장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나도 다시 소리쳤다.
 

나 [하아?!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고?!]
 
나 [넌 뭘 잘했는데? 너 지금까지 주말에 출근한 적도 없잖아!]
나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일하는데 혼자서 늦게 출근하고!]
나 [그런 주제에 누가 식충이래? 어디 말을 해봐, 이 새끼야!]







282

>>1의 갑작스런 변화에 뿜었다. wwwwww






284

나 [어이, 어이! 이 안경쟁이 새끼야! 사람 우습게 보지마!]
나 [사원을 보고 노예라고? 너 이 새끼 미친 거 아냐?!]


나는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욕을 퍼부었다.
부장은 딱딱하게 굳은 채 아무말도 못했다.
부장을 패주고 싶었지만, 그 모습을 보니 그럴 생각이 사라졌다.

나 [집에 가라고 했지? 그래, 가줄께. 어디 잘해봐, 새끼야.]
 

나는 문을 발로 쾅하고 찬 다음 방에서 나왔다.
 






292

물론 나는 다음날 사표를 준비했다.

입사하고 고작 8개월, 직업 경력치곤 너무 짧은 게 걸렸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곤란하게도 다음날부터 부장이 회사에 나오질 않았다.
 






295

>>292

생각보다 심약한 부장. wwwwwwwwwwwwwwwww






296

사표는 썼는데 제출할 사람이 없었다.
부장이 안 오니까 나도 그냥 회사에 남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부장은 2주일 이상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 둘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도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다 2주일 뒤 부장이 왔다.
 







299

갑자기 2주일이나 쉬다니, 그 회사 뭐야. ww






300

너무 심하게 좌절했어. wwwwwwww






304

부장이 날 불렀다.

부장 [xx군, 잠시 이야기 좀 하지.]
 

어이, 어이. 이제와서 경칭 쓰는 거냐. wwww
 
부장은 나한테 파견 명령을 내렸다. wwww
내가 반항했으니까 이번엔 나를 판다는 소리였다. wwww

2주일 동안 뭘했는가 싶었는데, 날 팔아치울 곳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파견처는 엄청 먼 곳이었다. www

부장 [내일 거기로 면접 받으러 가.]
 

나 [예, 알겠습니다.]
 

나는 쾌히 승낙했다.
 






305

부장. wwwwwwwwwww






306

그런 거 찾아다닐 시간에 일해라. wwww






307

이게 어른의 방식. wwwwwwwwwwwww






313

이건 완전 초등학생 이잖아. wwwwwwwwwwww






314

면접 받는 날은 내일이라고 했다.
IT 업계는 파견 근무라는 인신매매업으로 유지되는 세계다.

부장은 날 엄청 괴롭히면서도
 이 일이 있기 전까진 
나를 본사에 두고 싶다고 사장한테 말했던 것 같다.

아마 부장 나름대로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걸테지.


이제 파견 근무를 하게됐다.
면접은 내일.







319

>>314

...뭐라고?!!





320

또 이성을 잃으면 재미있을 거 같은데. wwwwwww






321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기전에 준비를 하기 위해 본사로 출근했다.

부장 [어때? 준비는 끝났어?]

나 [예, 다 끝났습니다. 이거 봐주세요.]
 

나는 준비해간 사표를 던졌다.
 

부장 [어? 이게 뭐야?]
 

나 [그만 둘겁니다.]
 






325

이것은 부장 각성 플래그. wwww







328

부장은 또 표정을 굳혔다.

부장 [아니...그러면...이미 상대방이랑 1시에 예약해뒀는데...]
부장 [어쩌지...어쩌지...오늘 1시에 간다고...]

부장은 중얼 중얼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부장 [...알았어...그럼 이만 가봐.]
 

나 [예.]
 

2시간 뒤, 부장이 날 불렀다.
 

부장 [퇴직하고 싶다는 건 잘 알았어. 그럼 지금 당장 나가.]
 
부장 [더이상 너한테 쓸데없는 돈을 주고 싶진 않으니까.]

뭐? 오늘 당장 나가라고? 무슨 헛소리야!!
 






329

>>328

부장의 승리






333

끝까지 치사하네. wwwwwwwwwwwwwwww






334

나는 마지막 유급 휴가를 쓰고 관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당장 나가라니.

나 [예...알겠습니다.]
 

이래 저래 귀찮았기 때문에 그냥 승낙했다.
 
나는 패배했다. 역시나 부장. 
과연 20년 이상 IT 업계에서 노예 매매를 해온 만큼 치사한 인간이었다.

나의 SE 생활은 이렇게 끝났다.
 






337

그리고 세상에는 또 한명의 니트가 탄생했다.







339

>>1

지금은 무슨 일 하는데?





340

야이다와 부장은 무슨 관계였지?






341

>>1

회사 이름은 몰라도 어디 있는 회사인지
그리고 언제적 이야기인지도 알려줘.






342

>>339

지금 새벽 3시야. 
이렇게 늦게까지 PC를 하고 있으면 당연히. wwww


>>340

별 관계없어.

>>341

그 회사에는 2007년 9월까지 있었어.
이바라키에 있는 회사야.






343

그 후 내가 신세를 졌던 선배랑 야이다, 와타나베씨.
이렇게 4명이랑 송별회를 했다.
단 8개월 일했을 뿐인데도.

IT 업계는 파견 산업 때문에 정붙일 구석없는 조금 고독한 세계였어.
 
그러니 짧은 기간동안 신뢰할만한 동료를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생각해

야이다한테는 끝까지 고백할 수 없었어.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해.
고백하지 못했지만.

이제 나는 다른 업계로 여행을 떠나는 거니까.
 
그때 또 인연이 있다면 만나고 싶어.







350

수고했어!!!

네 덕분에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됐어.
그 부장만 특별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359

세끼 밥보다 PC를 사랑하고,
PC를 다루는 능력을 자랑하고 싶고,
PC에 대한 지식이라면 누구한테도 지고 싶지 않고,
코딩만 할 수 있다면 잔업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392

스레 자체는 낚시 같지만...
마지막 말만큼은 나도 추천한다.
단지 취직이 목적이라면 프로그래머 생활은 오래 할 수 없어.






399

참고가 됐어.
SE 지망하는 거 그만 둘래.





400

>>399

이런 걸 참고로 하지마.

사실을 말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중요한 건 네 판단과 각오야.
이런 이야기 하나로 결심을 바꾸면 안돼.






401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전조사야.
어디든지 최악은 있는 법이니까.



아. 나도 컴공인데 이런 씨1바!


출처-http://vip2c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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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38 집에 들어왔는데 이모가... gunssulJ 2022.01.16 580
48037 15살 차이나는 애인과 ㅅㅅ 썰 gunssulJ 2022.01.16 917
48036 치과에서 있었던 썰 gunssulJ 2022.01.16 278
48035 과외누나랑 한 썰 gunssulJ 2022.01.16 1093
48034 딸래미 친구가 울집에 오면 가끔 벌어지는 상황 참치는C 2022.01.15 411
48033 사회/인간 [혐] 중국의 8대 혐오스런 음식 참치는C 2022.01.15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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