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낸지 약 7년 정도 되어가는 누나가 있다. 착하되 현명하고, 타인을 배려하되 자기주관이 뚜렷한, 누가봐도 매력적인 여자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지. 우리동네에서 얼굴만으로도 유명한 누나였다. 물론 여긴 지방이긴 하다.
어쨌든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임. 우연한 기회로 친해져서 서로 마음을 트고 연락 했는데, 그러다가 어느새 누나를 좋아하게 됐던 거 같다. 언제부터 누날 사랑하게 됐는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지금은 누나를 사랑했다는 기억만 생생하게 남아 있을 뿐.
매일 같이 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는 같이 놀러다녔다. 누가봐도 연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내 친구들은 내가 당연히 그 누나하고 사귀는 줄 알 정도였다.
뭐, 어쨌든 나보다 한살 많은 누나였으니 먼저 졸업했고, 서울로 대학을 가게 돼 헤어지게 됐지. 서울 가던 날, 꼭 나한테도 서울로 대학교 와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지.
내가 고3 때, 누나는 신입생이라 한창 바빴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연락해주고, 한달에 한번 내려와서 놀아주고 다시 갔었지. 특히 수능 땐 직접 와서 선물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주고 감.
근데 수능 ㅈ망함ㅠ
더 미안한건, 나 재수할 때도 누나가 매일 연락해주고 응원해줬다는 거다.
근데 재수 ㅈ망ㅠ
삼수하던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둡던 시기였을 거다. 계속되는 실패로 인한 자존감의 하락. 내 짜증 다 받아주면서 그 누나는 1년 더 날 응원 해줬다. 의아한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누나는 누가봐도 매력있던 여자였다. 그 시기, 누나의 싸이를 가도 알듯이 미니홈피 내에서도 직접대는 남자가 굉장히 많았거든. 혹시 누나가 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은 이유가 날 기다려주지 않는게 아닐까하는 망상이 잠깐 들기도 했다.
근데 삼수도 시원하게 말아먹음. 아! 내가 또 말아먹었다.
그래서 사수 했는데, 이쯤되니까 누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넘어서 내 자신에 대한 혐오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핸드폰 번호 바꾸고, 미니홈피까지 삭제. 그리고 집 떠나 기숙학원으로 갔으니 누나가 날 찾을 수가 없었지.
근데 사수도 ㅈ망. 난 수능과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기 보다, 실은 공부를 안했거든. 그래서 사수 끝에 결국 허접한 지잡대에 가게 됐다.
지잡대에서 정신없이 1년 보내고, 문득 그 누나가 떠오르더라. 아니, 매일같이 생각했다. 근데 ㅂㅅ 같은 내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 누나의 존재를 부정한거지. 그 누나를 찾는다는건, 결국 내가 쓰레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되는거니까. 그게 싫었거든. 도피하고 싶었달까.
어쨌든 술 진탕 먹고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그 누나의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누나의 싸이월드 주소만 알고있던 나지만, 페북 URL을 알아내는건 일도 아니었지.
역시나 남자친구가 있더라. 그것도 연상, 연세대 나와서 삼성 다니더라. CC인가? 나이 차이 생각하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더 생각하기 싫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건 이 ㅅㄲ가 나의 누나를 나에게서 훔쳐간 ㅅㄲ라는 거다.
후회만 하고 있다. 아니, 그때 내가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하.. 그냥 신세한탄좀 해봤다 내 인생이 너무 답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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