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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께로 훅훅 끼쳐오는 뜨거운 기운. 나는 그곳을 탐험하기로 결심했어. 내 중지손가락 끝은 어느새 혜진이 핫팬츠의 사타구니 틈새까지 닿아있었어. 심리적 마지노선이지. 만약 내가 이 선을 넘어 손가락을 진출시킨다면 혜진이는 요격을 할 것이 뻔한 이치였어. 혜진이는 내 여자가 아니었으니까, 이미 헤어진 전 남친에게 쉽게 몸을 허락할만큼 타락한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그냥 섹스로 이어지게 된다고 해도 이번엔 내쪽에서 서글퍼질 것이 분명했어. 섹스를 한다고 해서 다시 혜진이가 내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 그러면 나는 그냥 혜진이의 육체만을 탐하고, 떠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혜진이는 죄책감에, 나는 아쉬움에.. 우리 양쪽 둘 다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 뻔했어.


그리하여 나는 현우를 생각했어. 병신같이 생긴 그 얼굴이며, 경박한 말씨, 조폭 아들의 옆에 붙어 먹으며 교실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던 그 행태를 하나 하나 떠올렸어. 당시 내 불알친구가 우리 반 통이어서 내가 속한 패거리와 현우새끼 패거리는 교실 뒷편을 양분한 채 그저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평화를 유지했었어. 이런 인연이 될 줄 알았다면 시원하게 주먹이나 한 방 갈겨줄 걸 그랬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나자, 나는 현우에게 더럽혀진 혜진이의 육체를 정화하고자 하는 심정마저 들었어. 머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야. 내 손가락은 마침내 그 마지노선을 넘을 동력을 얻었어. 나는 손가락으로 핫팬츠가 드리운 그늘을 넘어 팬티 가장자리를 쓰다듬었어.


"하지마 오빠"


"뭘"


"안돼"


나는 대답없이 다시금 혜진이 허벅지에 입을 맞췄어. 지금껏 왼 허벅지를 빨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을 위해서는 오른허벅지에 입을 맞춰야 했지. 자연스럽게 나는 혜진이 양반다리 위에 엎어진 모양새가 됐어. 혜진이는 그저 내 목덜미며 등짝을 내려다 보고 있었겠지. 


"오빠 그만해. 우리 이러면 안되는거 알잖아"


말로는 설득될 것 같지도 않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어. 난 그저 혜진이 오른허벅지를 부드럽게 빨아올라갔어. 그리고는 머리를 들어 혜진이 아랫배를 강하게 누르며 입을 맞췄어. 모양이 추했을 거야. 아기 거인이 인간 여자의 자궁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모양새였으니까. 만약 손을 뻗어 혜진이 ㅂㅈ를 만졌다면 탁 쳐내거나 손을 잡아 뺐을거지만 머리로 그렇게 누르는 데야 혜진이가 방어할 수단이 없지. 그저 엉덩이를 뒤로 빼며 질질 도망가는 것 밖에.


조금씩 뒤로 물러나다보니 혜진이는 어느덧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모양새가 됐어. 뒤가 막힌 것을 확인한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혜진이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다시 손을 뻗어 혜진이 아랫배를 쓰다듬었어. 혜진이는 어쩔줄 몰라하는 눈빛을 짓고는 약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어. 마치 거기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손가락을 아래방향으로 한 뒤 쓸어내려갔어 혜진이의 그곳 둔덕 곡선이 자연스럽게 내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빚어냈어.


얼굴로 다가가 입을 맞추려 하자 혜진이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어. 거부한거지. 다시 따라가 입술을 들이댔지만 이번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혜진이는 내게 입술을 허락할 의사가 없었어. 내 왼손은 혜진이의 그곳을 밀착해 감싸고 있었지만 내 입술은 갈곳을 잃고 공중에 표류했어. ㅂㅈ는 만져도 되지만 키스는 할 수 없다는 것인가.


키스를 포기한 나는 알아달라는 듯 괜한 한숨을 내쉬며, 혜진이 둔덕을 게으르게 덮고 있는 손에 채찍질을 했어.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옆으로 방향을 틀어 아까 그 사타구니 옆쪽 틈새로 손가락을 넣었어. 까슬한 소재의 팬티 겉감이 느껴졌어. 혜진이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냥 눈을 감아버렸어. 팬티 위로 ㅂㅈ를 만지던 나는 이번엔 아예 한겹 힘겹게 남아있는 방어막마저 열어젖히기로 했어. 팬티위를 더듬던 내 손가락이 옆으로 비껴나 팬티 가장자리를 걸어 올렸어. 그러자 혜진이는 눈을 뜨더니 내 손목을 두손으로 잡았어. 빤히 쳐다보는 두눈. 무슨 뜻일까. 말을 해. 말을 하라고.


단호한 거부의 표시인지, 사정을 봐달라는 간청인지 나는 구분할 길이 없었어.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야겠지. 난 나머지 한 손을 움직여 내 손목을 감싼 혜진이의 두손을 풀어낸 뒤 어깨로 혜진이의 가슴을 눌렀어. 혜진이는 내 어깨와 벽 사이에 끼게 된 거지. 그리고는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혜진이 팬티 가장자리를 걸어올린 뒤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어. "하아" 하는 짧은 한숨이 내 뒷덜미에 느껴졌고, 그걸로 끝이었어.


혜진이의 그곳은 섭섭하게도 전혀 젖어있지 않았어. 뜨거운 기운을 느꼈던 건 그냥 내 흥분이었던 거지. 중지손가락 옆부분으로 길게 찢어진 혜진이의 계곡을 쓸어올렸다 내렸다 반복했어. 작은 날개를 살짝 젖히니 그제서야 내 손가락은 촉촉하게 젖어왔어. 잘했다는 칭찬을 들은 어린 아이처럼 손가락은 힘을 내기 시작했어. 귓가엔 불편한 숨소리가 나직하게 울려왔고, 그건 손장난에 대한 제지가 더 이상은 없을 거라는 신호와도 같았지.


더 이상 제한된 각도에서 옆으로 할 필요가 없어졌어. 난 손을 빼서 손에 묻은 것을 내 입술에 슬쩍 닦고는 아예 핫팬츠 허리춤으로 손을 넣어 두겹 방어선을 바로 뚫어버렸어. 문잠금 방지용 쐐기를 박는 것처럼 얼른 손가락을 비밀스런 구멍에 박아넣었어. 나는 출입이 정식으로 허용된 사람이 아니니까, 열린 문이 다시 닫히게 해서는 안되잖아. 그리고는 나머지 한손으로 혜진이 하의를 벗겼어. 앉아있는 상태라 잘 안벗겨지더군. 박아넣은 손가락에 힘을 줘 위쪽으로 들어올렸어. 불편해진 혜진이가 엉덩이를 들어올린 틈을 타 바지를 마저 벗겼어.


그렇게 혜진이는 끈나시에 팬티만 입은 상태가 됐고, 나는 그 팬티 속에 손을 넣어 손가락을 박아넣고 무릎을 꿇고 있는 이상한 자세가 됐어. 누가 그 광경을 봤다면 아이스댄싱 남녀 페어를 하다 넘어진 걸로 착각했을거야. 팬티속 손은 그대로 유지한 채 혜진이를 옆으로 밀어 뉘었어. 키스를 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진행이 됐겠지만 그건 허락되지 않았어. 나머지 손으로 혜진이 등을 더듬어 후크를 끌렀어. 그리고는 나시를 밀어 올리자 혜진이의 가슴이 드러났어. 거기까지 일이 진행되자 혜진이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한 듯 했어. 확신이 선 나는 나시를 완전히 벗겨버리고 박아넣고 있던 손도 빼낸 뒤에 혜진이 배에 입을 맞추며 팬티를 벗겨냈어. 


나는 2년 반만에 혜진이의 알몸 위에 버티고 서게 된거야. 하지만 고등학생이었던 우리가 첫경험을 나누었던 때처럼 달뜬 숨결과 발개진 두 뺨, 기쁨에 넘쳐 어쩔 줄 몰라하는 서투른 몸짓 같은 건 더 이상 거기엔 존재하지 않았어.


"할게"


발가벗겨진 채 누운 혜진이는 대답 대신 그냥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어. 나는 옷을 벗고 혜진이 위에 엎드렸어. 매끄러운 가슴과 배가 맞닿는 느낌에 나는 단단하게 발기했어. 혜진이 얼굴을 정면으로 돌리려했지만 혜진이는 목에 힘을 준 채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어. 하는 수 없이 아래로 내려가며 가슴에 입을 맞추고, 꼭지를 혀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최대한 혜진이가 흥분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 혀를 뾰족하게 세워 옆구리 라인을 찌르듯 쓸어내리고 치골을 타고 내려가 입술로 혜진이의 수풀을 물어 당겼어.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길게 찢어진 곳을 핥아올렸어. 한번..두번..몇번이나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부드럽게..


시선을 위로 돌려 혜진이를 바라보자 옆으로 떨궈져 있던 턱이 천장을 향해 솟아 있었어. 허리와 엉덩이에는 간헐적인 떨림이 감지됐고, 어느덧 그곳은 내 침인지 혜진이의 분비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축축하게 젖어버렸어. 


"내 것도 먹어줘"


참 병신이지. 뭣때문이었는진 모르지만 난 그렇게 말해버렸어. 키스도 허락하지 않는 전 여친을 상대로 내 것도 먹어달라니. 그렇게 해줄리가 없잖아. 예상대로였어. 혜진이는 입술을 굳게 다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어. 그러면 갈곳 없이 화난 칼이 향할 곳은 한군데 뿐이지. 혜진이 가랑이를 벌려 그 앞에 무릎꿇은 나는 기도하는 성자의 심정으로 칼을 꽂아 넣었어. 오랫동안 빨아댔던 칼집이라 부드럽게 들어갔어. 동굴 벽면은 촉촉하게 내 칼을 감싸 안았고, 허리를 움직여 스르릉스르릉 칼질을 하며 나는 혜진이를 내려다 보았어.


"옛날에 우리가 처음 할 때 생각난다."


혜진이는 그냥 웃었어. 그 웃음의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혜진이는 그저 내가 하는 대로 장단을 맞춰주며 자신의 몸을 허락했어. 다만 키스를 하려고 하면 고개를 돌릴 뿐이었지. 여자들의 정조관념은 참으로 웃기지, 남친 아닌 다른 남자와 섹스는 괜찮아도 키스는 절대 안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떡은 절대 안쳐도 키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자들이 있으니 말이야. 혜진이는 지금 전자를 기준으로 현우와의 의리를 지키고 있는 거였어. 키스는 남친이랑만 한다 이건가...


수컷인 탓에 가운데 부분이 접합이 돼 있으니 난 제법 흥분했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감정의 교류가 없는 껍질 뿐인 섹스라는 걸 깨닫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 혼자 흥분해버린 나는 옛날 고등학생때 생각을 하며, 그 때의 기억들을 지금 내 배 밑에 누워있는 혜진이에게 투사하려 했어. 그리고 그건 이내 바보같은 대화로 이어졌지. 난 칼을 꽂은 채 서서히 움직이며 질문을 쏟아냈어. 


"나를 정말로 많이 사랑했니?"


"응 오빠"


"가끔이라도 내가 보고 싶었어?"


"당연하지"


"그럼 아직도 나를 사랑해?"


"그건..."


"그럼 현우는? 나를 사랑했던 것만큼 그만큼 많이 현우를 사랑하니?"


혜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섹스는 아픈 첫사랑의 재결합도 아닌, 파트너가 있는 이들의 일탈도 아닌, 처음 만난 남녀의 불꽃같은 충돌도 아닌..아무 것도 아닌 그런거였던 거야. 굳이 비슷한 걸 찾자면 가난한 여행자를 재워주는 마음씨 좋은 여인숙,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거렁뱅이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수녀님 같은 거였지.


나는 떠벌이던 입을 굳게 닫고 모든 신경을 허리에 집중해 움직였어. 네 마음이 그렇게 차가운 것이라면, 몸이라도 뜨겁게 만들어 보리라는  발악같은 거지. 혜진이는 눈을 감고 차분한 자세로 누워있었어. 뜨거워진 건 나뿐이었던 거지. 절정에 이른 나는 뜨겁게 달아오른 칼을 빼서 후두둑 쏟아냈어. 안에다 해도 되냐는 질문은 속으로 삭일 만큼 염치도 돌아왔던 거지. 내가 그렇게 해도 되는 몸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차분하게 누워있는 혜진이는 내 전 여친도 아니고, 현우의 여자친구도 아닌 이제 성인이 된 여자, 혜진이었어.


"끝났어?"


"응"


나는 얼른 휴지를 들고 와 잔해를 닦았어. 혜진이는 침착하게 옷을 다시 입더니 화장실로 들어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나왔어. 기분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어. 나는 미안함과, 자책 같은 감정이 마구 엉크러져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고 우두커니 앉아있었어.


"늦었으니까 자고 가. 나는 갈게. 열쇠는 하나 더 있으니까 그냥 이거 쓰면 돼"


"응.."


섹스를 하고 나면 모든 감정이 되돌아와 같이 밤을 지샐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한심해졌어. 혜진이는 잘자라는 말을 덧붙인 뒤 현관문을 닫고 사라졌어. 나는 불을 끄고 잠을 청했어. 잠이 안와 책상 아래 박스들을 다시 뒤져봤어. 이 박스들이 혜진이 추억을 저장하는 곳이라면, 나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역시 그런 건 없었어.


그걸 어떻게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물을 방법도 없었고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날이 밝았고, 나는 혜진이 집을 나섰어. 담배를 피웠어. 이게 무슨 홍상수 생활의 발견 같은 꼬락서니 인가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왔지. 그걸로 끝이었어. 아름다웠던 나와 혜진이의 첫사랑은 2년반전이 아닌 바로 지금 그렇게 확실하게 막을 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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