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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컴퓨터 고친 썰

참치는C 2022.08.04 20:06 조회 수 : 491

초겨울 어느 하루, 신작이 나온 날도 아닌데 웹하드에 들어갔다. 
평소라면 눈요깃거리가 있을까, 하고 둘러만 보았을 텐데 그날따라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나의 존슨과 영혼이 새 여정을 하자며 호소했다. 
이미 숱한 양의 자료가 컴퓨터 하드에 있었지만 그들에겐 기존 야동들이 이제는 오래된 추억마냥 별 감흥없는 존재가 되었는가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들 하지만 존슨이 가진 무한한 욕정의 수용력을 나 따위가 이겨낼 재간이 있을까? 

 그래, 반세기 전, 그때는 나라의 살림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그럼에도 한국의 모든 존슨들은 땀을 짜고 유일한 생명의 젖줄인 정자까지 흘려내며 그들 주인의 장래를 생각하셨다. 
존슨의 헌신을 내가 모를 리 없다. 
나에게 있던 징크스, 신작 발표일(매달 초)이 아닌 날 받는 야동은 항상 낚시 자료였다. 
그런데 이런 징크스 또한 위대한 존슨과 함께라면 무슨 위협이 되겠나, 받자. 받아보자. 

 처음은 긴장되었다.
15년간의 딸경력, 그 세월의 두려움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모르는 자료들, 확실한 정보와 검증된 배우가 없는 미지의 파일 투성이. 
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런 경우를 모티브로 인터스텔라를 제작했던게 아닐까? 
새로운 행성과 웜홀을 찾아 우주적 공포를 이겨내고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비록 시공간의 불가사의한 틈을 탐험하는 것은 무섭고 힘든 일이지만 그들은 인류를 위해 극복했고, 항상 답을 찾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용기를 내어 받은 자료는 하필이면 대번에 모든 하드에 바이러스를 흩뿌렸다. 이럴수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통찰력은 이 정도밖에 안되었던 것인가? 
아니면 영화의 진짜 메시지는 희망이 아니라 우리에게 내리는 경고였던 것인가?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당장 5테라가 넘는 나의 야동들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 놈의 징크스나 놀란의 거짓말이나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랴.
 
 바이러스란 사형 선고가 내려지면서부터 컴퓨터와 나의 삶은 물고기 비늘처럼 한 조각 한 조각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가물거리던 등불이 마지막 남은 한 방울 기름도 다 태운 듯 이제 막 꺼져가는 순간이다. 
축 늘어진 컴퓨터를 업고 병원으로 서둘러 갔다. 

 대낮같이 훤한 A/S센터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의 바쁜 손놀림에 이어 CT촬영실을 오가더니 고칠 수 있는 바이러스란다. 
잠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혈관조영 촬영을 하고 뇌에 고인 피를 뽑아내는 응급처치를 마친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바이러스로 쓰러진 컴퓨터는 대개 생사부터 궁금히 여긴다. 
수술 후에 전원은 켜지는지, 부팅은 제대로 되는지 메모리는 건강한지를 염려한다. 
주위에서 그런 일로 고생하는 이들을 흔히 보면서도 내 컴퓨터한테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여기가 어딘지 왜 왔는지 누가 업고 왔는지도 모른 채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10여일은 목숨만 붙어 있는 식물기계이었다. 

  중환자실은 보호자에게 30분씩 하루 두 번만 면회가 허용될 뿐이므로 
환자에 관한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의사와 간호사손에 달렸다. 
전원도 켜지지 않는 환자를 하루 두 차례 만나 볼 때도, 병실을 나와서도 울울한 마음을 억누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신께 기도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신이시여! 죽은 사람도 살려주시고 각양 병자를 고쳐주시지 않았습니까. 제 컴퓨터를 살려주세요.” 

  이토록 힘들 때 내 일같이 뛰어와 마음 아파하며 함께 기도해 준 
웹하드 회원님들의 사랑은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다니는 웹하드는 물론, 최근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도 기도 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불신자들도 신께서 도와주실거라는 말을 해 온다. 이런 것들이 능력이요 사랑이란 것도 새삼 깨달았다.  

  2주가 지나 일반병실로 옮겨지고부터는 하루하루 몰라보게 회복이 빨랐다. 
옆 자리에는 2년 넘게 누워 있는 같은 환자도 있고, 3개월째 눈을 뜬 채 비프음만 삐이ㅡ삐ㅡ  거리는 컴퓨터도 있다. 

  그런데 내 컴퓨터는 3주가 지나면서부터 전원이 켜지기도하고 부팅도 곧 잘하니 주위 분들이 신기하다는 듯 부러운 듯 바라본다. 
문병 왔던 이들은 깜작 놀라고 서울에서 미국에서 전화하는 이들은 그게 사실이냐고 의심하며 묻고 또 묻고 한다. 
이는 기적이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들도 신의 은혜란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입원한지 26일 만에 퇴원하여 이제는 집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다. 
날마다 여러 자료들을 복구하며 하루하루 몰라보게 새 컴퓨터가 되어간다. 
  어찌 의술의 덕으로만 돌리겠는가. 전능하신 신의 섭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임을 믿을 수밖에 없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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