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XEDITION

썰/만화

꿈에 그리던 년 먹고 체한 썰 5

썰은재방 2022.10.09 19:50 조회 수 : 938

일행들이 떠나버린 뒤 수정이와 나는 단둘이 보라카이에 남겨졌어. 앞으로 며칠간은 그냥 완전 신혼부부와 다를바 없는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거야. 자유를 얻은 우리는 소리를 우와~ 꺅~ 지르며 침대 위로 몸을 던졌어. 어젯밤 린다 누나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치러내야지. 키스를 하고 예뻐 죽겠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 욕정에 들끓은 나는 성급하게 수정이의 옷을 벗기려 했어. 내 입술이 부르트도록 빨아당기고 있던 수정이가 갑자기 내 손목을 나꿔챘어.


"잠깐 오빠.. 씻고.."


"상관없어"


하지만 수정이는 우리가 방카를 타고 일행들을 마중해주러 나갔다 돌아왔던 사실, 살랑살랑 흩뿌렸던 빗방울들이 우리 몸에 내려앉은 사실 등을 상기시키며 나를 타일렀어. 사탕을 뺏긴 어린아이가 된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난 수정이를 욕실로 보냈어. 수정이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뒤 나는 예의 손깍지 베개를 한뒤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어. 그 순간 마치 수정이가 샤워꼭지를 틀자 하늘에서 물이라도 내려주는 것처럼 밖에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리핀은, 특히 섬지역은 비가 우리나라처럼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리쳐. 안전이 보장된 공간에서 퍼붓는 비를 감상하는 건 정말 장관이야. 쏴하는 빗소리는 말할 것도 없지. 벌떡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미처 비를 피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후다닥 뛰어다니고, 좌판을 펼쳐놨던 상인들은 익숙하다는 듯 비닐을 덮어씌우고 몸을 웅크렸어.


그럼 담배나 한대 피워볼까하고 방갈로 문을 열고 문간에 섰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수정이가 담배피는 내 벗은 등을 보고 멋있다고 느껴주길 바란 마음도 조금은 섞어서 말이지. 빗살이 창으로 내리 꽂듯 우리 방갈로 앞 모래바닥에 무늬를 만들었어. 보통 스콜은 30분을 넘기지 않아 그치곤 하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웬만해선 그칠 기색이 안보이더라. 태풍이라도 오는건가..제길ㅋ 어디 나가지 말고 하루 종일 떡이나 치라는건가.


"오빠!"


수정이가 다 씻고 나왔어. 마치 자기 육체를 내게 제물로 바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새옷을 깨끗하게 꺼내서 갈아입었더군. 수정이는 젖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어. 그건 하숙집에서 수없이 본 거야. 하지만 내여자가 된 뒤론 처음 보는 거지. 나는 이제 맘만 먹으면 저 검은 머리칼에서 하얀 어깨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핥아먹을 수도 있는 남자가 된거야.


"그새 또 담배를 피우고 있었네 쯧쯧"


"비가 너무 멋있게 오잖아"


"으이그 얼른 씻고 와"


수정이는 내 볼에 쪽 입맞춤을 해준 뒤 나를 욕실로 밀어넣었어. 나랑 처음 칠 여자가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순간의 샤워는 참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몸을 박박 닦아냈어. 그리고는 나도 수정이와 똑같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어. 여느 필리피나를 먹을때처럼 고추를 덜렁거리며 나간다거나, 샤워타월만 허리에 두른 채 나가고 싶지는 않았어. 이제는 내 사랑 수정이니까 말이야. 


수정이는 다소곳이 침대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바로 덮치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어. 수정이 앞에 앉아 두 손을 잡았어. 연애 초기에 넘쳐나는 감성으로 아무 달콤한 말이나 주워 섬기려 했던거지. 수정이는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어.


"오빠"


"응?"


"난 오빠가 참 좋아"


"나도 니가 너무 좋다. 근데 갑자기 무슨..."


"그러니까 난 오빠를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


"뭐 당연하지. 새삼스럽게"


"연수 때 만나서 잠깐 불탔다가 헤어지는 그런 거 말고"


"응 알았어."


"이제 내 남자 맞지?"


"응"


"그러면 이제 나랑만 사랑해야 돼. 예전처럼 밤에 나가서 필리핀 여자들 만나고 그러면 안돼"


아.. 시발 당연한 요구였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새삼 가슴 한구석이 콱 막혀왔어. 내가 이제껏 수정이와의 선을 지켜왔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는데 이제 수정이랑 이런 사이가 된 이상, 그걸 계속 놔 두는 건 여자 입장에서도 말이 안되지. 게다가 수정이는 조금 있으면 귀국을 할 예정이었어. 기껏해야 두달정도 못참을 이유가 없지. 난 알겠다고 당당하게 대답했어.


내 확답을 들은 수정이는 활짝 웃으며 내 품에 안겨왔어. 이렇게 이쁜 여자가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내게 그런 말을 어렵게 꺼냈다고 생각하니 너무 귀엽게 느껴지는거야. 이마, 눈, 코, 입에 차례로 입을 맞추고 수정이를 뒤로 눕혔어. 지금 우리를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나는 느긋하게 손을 놀려 수정이가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를 위로 젖히고 배에 입을 맞췄어. 으음~하는 기분좋은 신음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어. 등 뒤로 손을 넣어 후크를 풀고 잠금이 해제된 브라를 이빨로 물어당겨 옆으로 던지고는 사자새끼처럼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어. 수정이는 웃으며 내 얼굴을 잡아당겼지만 난 다시 수정이 두손을 침대 위로 밀어두고 수정이가 입고 있던 짧은 프릴 치마를 벗겨냈어. 수정이는 하얀 밥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가슴을 드러내고 길고 곧게 뻗은 두 다리 위로 팬티 한장만 입은 채 내 밑에서 무방비로 누워있게 된거야. 


"이게 수정이구나. 이게 수정이야"


"부끄럽게 왜 그래..."


"너무 이쁘다. 아름다워"


나는 내 옷은 하나도 벗지 않고 여자를 알몸으로 만들고 난 뒤 위에서 내려다 보는 걸 즐겨. 연신 부끄럽다고 빼던 여자가 알몸이 되어서는 나한테도 빨리 옷을 벗으라고 재촉하는게 좋거든. 씨익 웃으며 수정이의 가슴에 얼굴을 댔어. 섣불리 입을 대기 보다 두 뺨으로 쓸듯이 마찰했어. 너무나 부드러운 감촉이 내 얼굴을 감쌌어. 향기로운 냄새는 덤이지. 혀를 세워 젖가슴 옆부분, 그러니까 산등성이쯤을 강하게 눌렀어. 수정이는 눈을 감고 그 아름다운 육신을 내 처분에 맡긴채 누워있었어. 


나는 초록색 모기향을 태우듯 젖 가장자리부터 원을 그리며 꼭지를 향한 포위망을 좁혀나갔어. 빙글빙글..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오른 내 혀는 분홍색 기념비를 만나게 됐어. 높은 산 정상에서 등산객을 외롭게 기다리고 있던 그 기념비는 기다림에 지쳐 머리를 꼿꼿이 세운채 서있었어. 입을 벌려 따스하게 품어주고 다시 혀를 굴려 마음껏 쓰다듬었어.


다른 한쪽도 마찬가지로 침으로 흠뻑 젖을만큼 사랑해 준 뒤에 나는 아래로 내려갔어. 골반을 두손으로 단단히 잡은 뒤에 나는 조금씩 수정이의 비밀의 정원을 향해 침공을 시작했어. 앞니로 팬티 고무줄을 물어 두번정도 튕겨주었어. 비밀의 정원에서 스며 나오는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혔어. 혀를 배쪽 고무줄 안쪽에 넣어 아랫배를 핥았어. 파르르 떠는 수정이 허리가 느껴지고 나는 이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길게 갈라진 자국이 위치할 곳 즈음에 코를 댔어.


"오...빠...하지마..."


"쉿.. 가만"


나는 수정이가 입고 있는 팬티가 산소호흡기라도 되는 것 마냥 길고 깊게 숨을 들이켰어. 살짝 젖어 있을 그 계곡과 새 팬티의 냄새가 섞여 내 폐를 가득 채웠어. 엄지손가락으로 계곡 옆쪽 고무줄을 살짝 걷어 올린 뒤 반쯤 노출된 비밀스런 그곳을 혀로 핥았어. 수정이는 쾌감과 간지러움으로 몸을 비틀었어. 여기까지는 괜찮아. 아무런 난관이 없지. 하지만 수정이가 과연 내 취향을 어디까지 받아줄 것인가..하는 의문이 시작됐어.


나는 수정이를 뒤로 엎어 등을 한바탕 쓸어준 뒤 엉덩이께에 코를 박았어. 나는 이게 너무 좋아. 엉덩이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너무 편안하고 좋단 말이야. 그리고 이걸 할땐 꼭 팬티를 입은 상태여야해. 벗고 박으면 핏도 좋지 않고 아무 느낌이 없어. 그 당시 한창 페이스 시팅에 중독돼있던 때라 안할 수는 없었어. 그렇다고 나와 처음 사랑을 나누는 수정이에게 내 얼굴에 앉아달라고 부탁할 염치는 없지. 그러면 내가 얼굴을 박아야지.


"악!! 오빠...뭐해.."


"자..잠깐만.."


예상대로 수정이는 부끄러워하며 엉덩이를 빼려고 했어. 아 제기랄..이러면 안되는거야. 내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수정이니까 예외를 두기로 했어. 아쉬운대로 내 가슴을 수정이 엉덩이에 대고 강하게 밀어부쳤어. 손을 배밑으로 넣어 꽉 끌어안고 엉덩이가 터져라 조른 뒤에 마지막 한겹 남은 방어막인 팬티를 끌어내렸어. 마침내 수정이의 눈부시게 하얀 알몸이 드러났어.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려 응꼬를 보려했지만 수정이는 둔근에 힘을 준채 보여주지 않았어.


"힘 빼봐"


"아..오빠..왜 거기를 보려고 그래"


"난 봐야 돼. 사랑하는 여자의 어느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아"


애닳는 내 설득에 수정이는 엉덩이 힘을 풀었어. 나는 사과를 쪼개듯 엉덩이를 벌렸어. 그리고 내 눈앞엔 분홍 응꼬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어. 흥분한 채 얼굴을 갖다대려 하니 수정이는 또 침대 머리맡께로 도망치듯 올라갔어. 


"거긴 안하면 안 돼? 오빠"


"왜?"


"거기를 왜..."


"응꼬가 어때서? 더러울까봐? 씻고 나왔잖아"


"아니 그래도..."


"잠깐만 있으면 돼"


"하아..안돼 오빠. 그럼 나중에..다음에.."


수정이는 응꼬를 개방하는 부류가 아니었어. 참 아쉬운 일이지. 나는 여자를 나누는 몇가지 기준이 있어. 삿갓을 씌워주지 않는 건 여자도 아니니까 패스하고, 응꼬를 개방하는 여자, 내 응꼬도 해주는 여자, 삿갓시전 후 삼켜주는 여자 등등.. 그건 나에 대한 여자의 헌신의 징표이자 사랑의 상징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그 세가지중 하나도 해주지 않는 여자와는 길게 사귀지를 못해. 이렇게 영화처럼 사귀게 된 수정이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어. 하지만 수정이 말대로 다음을 기약해보기로 했지.


다시 수정이를 돌려 눕혀 길게 찢어진 계곡을 핥았어. 마치 어미 늑대가 다친 새끼 늑대의 상처를 핥아주듯 정성스럽게 말야. 샤워를 마친 여자의 신선한 그곳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 그것과 비슷한 게 있는데 바로 포스트잇 냄새야. 낱장 한장이 아니라 포스트잇 뭉치의 접착 부분 냄새를 맡아보면 비슷한 냄새가 나. 그래서 나는 가끔씩 사무실에서 포스트잇을 코에 대고 있기도 하지. 해볼 사람 분명히 있을거야. 그렇다고 포스트잇 뭉치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은 없기를 바라.


실컷 핥고 난 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어 던진채 수정이를 껴안았어. 뜨거워진 두 배가 맞닿는 느낌이 좋았어. 학원 퀸, 하숙집 동생, 아리따운 여자가 지금 내 배 밑에 깔려있는 꼴이라니.. 정복감에 나는 몸을 떨었어. 나는 더 뜨겁게 달궈진 쇠뭉치를 입구에 갖다댔어. 이제 막 밀어넣으려고 하는 찰나 수정이가 내게 물었어.


"오빠. 나도 오빠 해줄게."


"아냐. 다음에 해줘."


길고 긴 애무에 수정이의 계곡은 충분히 젖어있었어. 십중 칠팔이 제모를 하는 필리피나들과 달리 수정이는 자연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어. 그 울창함이 새로움을 더했어. 어느새 난 필리피나들의 육체에 익숙해져 있던 거였어. 그 모든 흥분을 담아 쇠뭉치를 쑥하고 밀어넣었어. 마침내 우리는 한몸이 된거야. 아..하는 짧은 비명이 적막한 방을 울렸어.


맛있는 음식을 조금씩 아껴먹는 것처럼 난 조심스럽게 수정이를 가졌어. 수정이의 동굴은 좁고 따듯했어. 알맞은 습기가 내 쇠뭉치를 쥐듯이 감싸줬어. 긴 두 다리를 허공에 들어올려 발목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슬금슬금 박을 타듯 흔들었어. 수정이의 어깨와 가슴이 아래 위로 요동쳤고 흥분에 볼이 빨개진 수정이의 얼굴에 나도 심장이 마구 뛰었어. 옆으로 돌려 눕혀 가위자세를 만들자 수정이의 압도적인 육체는 마치 커다란 가위가 내 몸을 잘라내기라도 할 것처럼 다가왔어. 아까와는 다른 각도로 동굴탐험을 계속했어. 내 꽃이에 눈이 달려있다면..하는 아쉬움이 들었어. 그렇다면 그건 음부내시경이겠지..


한참을 밀고 갈아대다 다시 수정이 등을 침대에 붙인 뒤 나도 그 위로 털퍼덕 엎드렸어. 격하게 입맞춤을 하고 얼굴이 축축해질정도로 개처럼 빨아댔어. 귀에 거친 숨결을 불어넣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 귓구멍을 찌르자 수정이는 팔과 다리로 나를 옴짝달싹 못할만큼 강하게 안았어. 


"밖에다 해야겠지?"


"아니..."


"응??무슨??"


"괜찮은 날이야..근데...오빠 병은 없지?"


갑자기 헛웃음이 터졌어. 내가 워낙 난잡하게 놀아났으니 걱정이 되기도 했을거야. 병 없다고, 노콘으론 안했다고 안심시킨 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허리를 놀렸어. 곧 절정이 찾아왔고 나는 꿀렁꿀렁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엄청난 양을 수정이의 동굴안에 쏟아냈어. 수정이의 가슴골 사이에 땀이 맺혀있었어. 핥아올려 닦아준 뒤 난 다시 수정이 위로 엎어졌어.


"사랑해"


"나도 오빠.."


한참 엎드려있다가 이제 쪼그라든 내 뭉치를 빼내려고 하자 수정이는 다시 날 끌어안으며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고 부탁했어. 사랑스러웠어. 그 순간 나는 극락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사랑하는 여자와의 섹스, 그리고 그 여운. 섹스가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내 여자. 깨끗하게 세탁된 침대 시트가 주는 까슬까슬하고 뽀송한 느낌이 나를 감쌌어.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낮잠이 들었어. 늘어지게 자고 난 뒤 비가 그친 걸 확인한 우리는 나들이를 나섰어. 예쁘게 차려입고 선글라스를 낀 수정이는 정말이지 근사했어. 수정이를 옆에 끼고 디몰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으니 수정이를 곁눈질로 힐끗거리는 조선가이들과 필리피노들이 눈에 들어왔어. 난 이런 데서 꼴려. 그래 마음껏 보아라. 내가 주무르고 떡칠 여자다. 머 이런 마음이 드는거지.


해변나들이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그러다 지루해지면 제트스키를 타고 신나게 시간을 보냈어. 물론 밤에는 이 자세 저 자세 바꿔가며 우리의 사랑을 표현할 최적의 방식을 찾아내기에 여념이 없었지. 그리고 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피씨방에 가서 한국에서 나를 기다리는 여친에게 헤어지자는 메일을 보낸 뒤에 계정자체를 탈퇴해버렸어. 아주 잔인한 짓거리였지. 하지만 그때 나는 사랑에 눈이 멀어 여친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던 거야. 뭐 물론 뒤에 복수를 당하긴 했지만..


그렇게 닷새가 지나고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어. 수정이는 이제 보라카이에 질린 모양이었어. 그렇지만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거든. 해먹에서 만난 백마 그녀를 찾아보고 싶었던 거야. 나와 수정이가 다정하게 산책을 할 때도 그녀로 보이는 서양여자가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걸 한 두번 정도 봤어. 다행히 아직 가지 않은건가..하고 희망섞인 예측을 해봤지. 그리고 또 수정이도 없는 상태에서 나 혼자서만 이 아름다운 섬을 즐겨보고 싶다는 느낌도 들었어. 수정이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섬 뒤편이라거나, 스테이션3쪽의 허름하고 낡은 가게들에는 들어가기를 꺼렸거든. 


나는 어렵게 입을 뗐어. 더 머물고 싶다고 말하면, 수정이는 뻔히 싫어할 게 분명했기에..만약 같이 돌아가자는 대답이 아니라 자기도 더 남겠다고 하면 뭐 그렇게 해야지 하는 반쯤의 체념도 있었어.


"수정아. 미안한데 나는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응?? 이제 가야지. 일주일이나 있었잖아"


"금방 돌아갈게. 한 사흘 정도만 더 이 섬을 느껴보고 싶어서 그래"


"......그럼 나 혼자 돌아가라고?"


"미안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풀이 죽어 잠시 생각에 잠겼던 수정이는 이내 고개를 들어 전혀 뜻밖의 제안을 했어.


"그럼 오빠. 사흘 말고 일주일 정도 더 있어 그냥"


"응?? 왜?"


"나 한국 돌아가기 전에 언니들이 필리핀 여행 오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 동네 볼 게 뭐 있어. 그냥 보라카이 구경이나 시켜주지 뭐"


호재였어. 그렇게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시간을 벌게 된거야. 수정이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백마 그녀를 찾아 헤맸고, 결국 목표를 성취했어. 학원에 전화를 해서 한달치의 수업을 빼버렸고, 하숙집 주인에게도 반값만 내겠다고 쇼부를 쳐서 돈을 굳혔어. 난 이제 돌아가도 할 게 없는거야. 수정이가 왔다가 다시 나를 데려가려고 해도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린거지. 물론 돈을 아끼기 위해 내 숙소는 점점 허름한 스테이션3쪽으로 이동했고, 먹는 것도 제일 싼 현지식 식당에서 해결했어. 백마 그녀도 보내버리고 난 뒤 수정이가 언니들을 데리고 다시 보라카이로 왔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