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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일하면서 몰래몰래 쓰는데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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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온다는 소식은 우리의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가서 모텔에 콕 박혀만 있을꺼라면 무얼하러 부산까지 간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풍은 부산을 향해 천천히 북상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우울한 마음으로 티비에 나오는 기상뉴스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태풍이 온다는데 꼭 가야겠냐며 나의 속상한마음을 더욱 헤집어 놓고 계셨다.

티비에서는 계속해서 내일 부산에 상륙하는 태풍이 얼마나 강력한지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연신 보도중이였다.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이 계획을 취소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하고 있을때 찢어지게 들리는 전화벨 소리에

전화를 받았다.

"혹시 거기 xxx병장님 집 맞습니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진주에 사는 인영이의 목소리였다.

"그래 어쩐일이냐? 전화를 휴가나온 병장한테 전화를 다하고....??"

"내일 태풍온다는데...내일 가실겁니까??"

"그것때문에 덕이랑 얘기를 좀 해봤는데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저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그냥 가는게 어떻겠습니까??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나이트라도 가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아니면 언제 우리가 또 이렇게 가보겠습니까? "

그래...어차피 계획도 다 세웠고 예약도 다해놨는데 그냥 갔다가 정 할거없으면 나이트라도 가보자!

그런 생각이 들자 결심이 굳어졌다.

"야 가자! 그래 걍 가자 태풍이 뭐 별거냐 내일 9시에 부대앞에 렌트카가져간다."

"넵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덕이에게도 얘기를 전해주었다, 덕이는 무조건 좋다고 말했다.

가져갈 짐들을 정리하고 침대에 눕자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였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직 덜 떠진 눈으로 뛰쳐나가 베란다를 바라 보았다.

'주르르르...'

흐린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야속한 빗방울은 베란다 샤시에 창물을 세차게 두드리는 중이였다.

'흐리기만해도 좋은텐데....'

서둘러 나갈준비를 하고 집앞으로 나가자 덕이가 렌트카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담배한대를 핀뒤 부대를 향해 출발했다.

부대를 가는 길에도 비는 좀처럼 멈출줄을 몰랐다.

우린 서로 날씨얘기를 최대한 안하고 가벼운 농담따먹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부대앞에 도착을 했다.

후임 두명을 태우자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흥분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ㅅㅂ 팬티가 젖어가는것 같았다.

후임 두명은 주말 면회로 미리 받아놓은 짐을 트렁크에 싣고 힘차게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휴게실에 잠시들렸다.

후임두명은 군복을 벗어던지고 화장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은뒤 우동을 먹기위해 휴게실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어!? 비안오네?"

갑자기 인영이의 한마디에 우리는 모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했고 손바닥에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가 그쳤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휴게실 식당 입구에서 소리를 지르며 어깨동무를 하고 빙글빙글돌며 소리를 질렀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교도소 탈옥한 놈들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동을 먹으며 우린 연신 싱글벙글이였다. 

다먹은 우동 빈그릇을 반납하고 나올때쯤 내 귓속으로 김광현의 직구처럼 박히는 소리하나가 들어왔다.

부산앞바다에서 태풍 소멸.... 뉴스에서는 부산앞바다에 태풍이 다행이 큰피해 없이 소멸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2007년도 태풍보면 정말 부산앞바다에서 소멸한 S급 태풍있다, 찾아봐라 100% 실화임.)

내가 먼저 나가서 기다리던 놈들에게 이 얘기를 해주니 다시 어깨동무....스크림....

우린 서둘러서 다시 부산을 향해 달려갔다. 아직 하늘은 흐렸지만 마음속은 이미 화창한 여름날이였다.

우릴 음탕하게 만들어줄 음란마귀의 도시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잠시 잠이 들었었나보다.

날 흔들어 깨우는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착했어요 형! 일어나봐요."

출발전 나는 후임들에게 나에게 이제 병장이라고 하면 주둥이를 찢어놓을거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세상에 인기있는 군인이란 없으니 그건 뭐 말년병장이라도 같지 않겠는가...

일어나보니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은 우리의 첫 부산 방문을 환영해주기라도 하듯이 신나게 내리 쬐고 있었다.

"여기 부산이구나.....날씨 겁나게 좋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일단 숙소갔다가 짐풀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

"오케이!"

우리의 계획은 간단했다 짐풀고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한뒤 광안대교를 구경하고 해운대에서 우리의 가슴깊이

넣어두었던 음란마귀들을 꺼내놓는것이 우리의 계획이였다.

짐을 풀고 얼마 있지도 않는 머리도 셋팅하고 야심차게 어제 준비한 버버리 블랙라벨 바지와 돌체앤가바나 카라티도

입고 다비도프 향수도 뿌렸다.

링에 올라가기전 권투선수처럼 하나하나 차분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준비해갔다.

"가자!"

우리의 외침과 함께 숙소는 그저그런 모텔이지만 마음은 고급호텔에서 나오는 것처럼 당당한 기세로 고기집을 향해 

달려갔다.

숙소가 해운대 근처로 잡은지라 고깃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우리는 조용한 고깃집을 원했지만 이미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는 조용히 한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매캐한 숯과 고기가 타들어가는 냄새속에서 이질적인 향기로운 샴프냄새가 내 인중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내가 

지금 밖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향기로운 샴프냄새가 나는 곳은 우리 옆테이블에서 정신없이 떠들어가며 고기를 굽고있는 여자들의 향기였다.

여자들은 모두 4명이서 온 모양이였고 말투를 보니 경상도 여자들인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애교섞인 콧소리에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완전 싸우는듯한 목소리들이였다.

그렇게 무심코 쳐다보는데 여자 테이블의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미 2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의 연애 DNA는 

모두 증발해버린 상태에서 여자와 눈이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놀란 토끼마냥 휙!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 ㅅㅂ 이게 뭔 병신같은 짓이냐...'

하지만 이미 고개를 돌린상태에서 다시 쳐다보면 변태같다는 생각이 들까봐 오른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목에 깁스한 사람처럼 앞만 쳐다보며 고기만 쳐묵쳐묵하는 중이였다.

그러다 고기도 거의 다 먹어가고 우리끼리 서로 욕하면서 놀리고 장난치며 슬슬자리를 정리하고 있을때였다.

"오빠야들 서울 사람들인가 보네?"

"네?"

옆테이블에 앉아있던 전형적으로 기가 강력해 보이는 여자 한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서울은 아니고 그 쪽은 맞긴한테 왜요???"

"서울사람들 욕하는거 들어보면 귀여워서...서울사람인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니가 진짜 쌍욕하는걸 못들어봤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때쯤

인영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진주살아서 아니고요, 나머지 사람들은 서울사람맞아요 그런데 학교가 울산이라 놀러온거에요."

아... 인영이의 헌팅얘기는 뻥이 아니였다....어디서 저런 센스가 나온단 말인가...

"아!~ 학교가 울산이라고요? 저희는 군인들인줄 알았는데....."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거리면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일동 묵념....

겁나게 꾸며봐도 군인의 때를 벗어날 수가 없나보다...

그 순간 구세주처럼 진짜 마술도 할줄아는 마술사이며 언어의 마술사 인영이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

했다.

"저희 운동부..스키부라 그래요 전지훈련갔다가 타서 그래요 그래서 훈련 끝나고 지금 놀러온거에요"

정말 그럴싸한 핑계아닌가...

지들이 우리가 스키부인지 아닌지 이 한여름에 증명할 방법이 있겠는가..

자기들끼리 운동부인지 몰랐다 스키잘타냐하며 이것 저것 물어봤다.

그래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즉석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자들을 자세히 볼 수가 있었다.

4명의 여자들중 2명은 늘씬한 몸매이고 한명은 조금 통통하고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나와 눈이 마주쳤던 여자는 이 패거리에 얼굴마담인지 하얀피부에 큰눈 그리고 일자로 자른 앞머리에 포니테일

헤어스타일로 목선이 드러나는 머리스탈일을 하고 있었다. 보조개와 눈웃음이 특이 이뻤다....

내가 다른 여자들 냅두고 그녀만 쳐다본건 본능적이였던것 같다.

그렇게 얘기를 몇마디 하다가 그녀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쉬웠다. 해운대를 배회하며 먹이찾는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는것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나는것도 좋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까 나와 아이컨텍을 한 여자를 그냥 보내기 아쉬웠지만 그녀에게 번호를 물어볼만큼 나의 연애세포는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았다.

줄기세포로 나의 연애 DNA를 살려내고 싶었다.

그때 자리에 일어나던 기가 강력해보이던 여자애가 갑자기 우리에게 핸드폰을 들이밀며 "번호 좀 줘요 우리가 내일 

연락할께 술이나 한잔해요. 오늘 마시고 싶은데 다들 일찍가야한다네?....."라며 우리 눈앞에 그녀의 핸드폰을 흔들고 

있었다.

물론 군인인 우리 세명은 핸드폰이 없다.

유일한 민간인인 덕이가 자신의 번호를 꾹꾹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적이의 핸드폰으로 벨소리가 울렸다.

"아 이 오빠 치밀하다. 많이 해봤나보네 ㅎㅎㅎ"

"그런데 몇살이에요? 계속 오빠라 그러는데 오빠가 맞는지는 알아야죠!?"

그러고 보니 우린 이름도 나이도 안물어본 상태였다. 하긴 나이트도 아니고 그딴건 중요한게 아니였으니깐....

"우린 20살인데 오빠야들은???"

얘기를 들은 인영이는 빠르게 대답을 늘어놨다.

"우린 저 형(나)은 24살이고 덕이형은 23 현우형은 22 난 21살!!"

"그럼 오빠야들 맞네! ㅎㅎㅎ 그럼 해운대에서 헌팅 많이많이 하시고 우린간다 전화할께~" 

무당인줄 알았다.... 헌팅할줄은 어떻게 알고 그 말을 뒤로하고 그녀들은 가게문밖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역시 자유의 도시 음란의 도시 향락의 도시 드림시티 부산이였다.. 그 순간만큼은 난 뉴요커도 필요없고 파리지앵도

필요없었다. 부산커가 되고 싶었다....내 여기에 뼈를 묻고 살리라.....

우리도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가게문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옷에 스며든 고기냄새처럼 우리도 빠르게 부산이라는 향기에 스며들고 있었다.

노란색에 햇빛도 우리의 두근대는 가슴처럼 붉은 빛으로 바뀌어 갈때쯤 우리는 광안대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던힐담배를 한대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 시원하게 연기를 내뿜었다.

아직 내 콧속에 남아있던 그녀들의 샴프냄새가 나는것 같아 코로 연기를 더욱 깊게 들이켰다.

2007년 우린 뜨거운 여름, 부산에 있었다. 

차는 빠르게 광안대교를 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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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빠르게 올릴수있게 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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