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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오빠 나야!”

응 무슨일이야?”

나 오빠 연수원 앞까지 왔어!”

???”

히히 어제 오빠랑 전화했을 때 오빠가 맘대로 하랬잖아!

“????????.............”

무슨 소리야?”

기억안나? 어제 오빠가 맘대로 하래서 왔어요

“........”

 

그제서야 생각났다

어제의 일이...

 

*


신입사원 교육기간중엔 음주가 불가했다

하지만 금요일밤과 토요일밤에는 자유롭게 음주가 가능했다


바로 어제

금요일 밤

교육이 끝나고 집에 갈 사람들은 집에 가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다같이 어울려 연수원 근처 번화가로 한잔하러 갔다

 

1..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

거나하게 취한 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정말 답답해 왜 이런건지 그땐그땐그땐 좋았었는데~

 

여보세요?”

오빠 나야!”

응 왜?”

아니.. 문자보냈는데 오빠가 하도 답장이 없길래 전화했어요!”

그렇구나. 근데 왜?”

아 오빠 주말엔 쉰다고 그랬지?”

응 그냥 연수원에서 쉬어

응응 그래서 그런데 나 오빠보러 오빠한테 가도돼요?”

아니 오지마

.. 가면 안돼요?”

응 오지마

그냥 잠깐만 얼굴만 보게 가면 안돼요?”

응 안돼

“........”

와도 안볼거야 오지마

.. 진짜진짜 잠깐만 얼굴보러 갈건데 안돼요?”

시험보기 전에 오빠 얼굴 한번보면 시험 잘 볼 것 같아서 그러는데..”

“........”

한번만 보러가게 해주면 진짜 징징대지 않고 잘 참을께!”

안돼. 싫어

..”

 

그렇게 오고싶다는 가은이와 오지말라는 나

한참동안을 똑같은 소리로 실랑이를 벌이던 차에

짜증이 난 나는 깊은 빡침과 함께 아무 생각없이 말을 내뱉었다

 

하아........ 아 몰라 니 맘대로해


*

  

비몽사몽간에 여기까지 기억이 난 나는 겉으론 내색하지 않고

 

아 진짜 미친새끼아냐?!

이 미친 이재겸새끼야

하 진짜 구제불능 돌아이새끼

하 진짜 말도 안나온다 미친놈아

어떡할거야 미친놈아 이 시부럴놈 이 답답한 새퀴

당연히 맘대로 하라고 하면 올거라고 예상해야지 이 답도 없는 새퀴야........


속으로 나에게 욕을 실컷 하고는..... 말을 이었다

 

맘대로 하라고 했다고 진짜 오냐?”

.. 너 맘대로 하라는 말 뜻이 뭔지 짐작 안가?”

오지 말란 뜻이잖아! 너 바보야?”

“........”

.. 근데.. 오빠 나 이미 앞에까지 왔는데 오늘은 그냥 보면 안될까?!!

...............”

 

진짜 깊은 한숨만 나왔다

 

알았어 나갈게

응응! 알겠어요!!”

 

다시한번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연수원 앞으로 나갔다

 

오빠!!!!!”

 

멀리서 가은이가 날 보고 한껏 반갑게 손을 흔들더니 총총거리며 뛰어온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난 다시한번 내 마음을 다잡았다

 

오빠 오랜만이야!!”

우와 오빠 얼굴 좋아졌다!”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깐

.. 내가 스트레스 안주니까 좋아진거야?”

응 매우무지엄청

... 내가 스트레스 무지많이 줬었나보다!ㅋㅋㅋ

응 스트레스 안받으니까 새치도 사라졌어

아하... .. 그랬구나

어차피 여기 볼 것도 없으니 차나 한잔 하러가자

응응! 좋아요!”

 

그 말을 한 뒤 난 휘적휘적 지난 주말에 가본 적 있던 연수원 근처 전통 찻집으로 걸어갔다

가은이는 내 뒤를 따라오며 쫑알쫑알 계속 말을 건넨다

난 대답도 안하고 그냥 계속 걸었다

 

우씨 대답도 안해주고!”

다와가

누가 경상도 남자 아니랄까봐 무뚝뚝하긴

 

그리고 곧 우린 목적지였던 전통찻집에 들어갔다

 

우와...... 차나 한잔 하러 가자더니 진짜 찻집이네.....”

진짜 이사람은 참.. 고전적인건지 보수적인건지..”

나도 한번밖에 안와봤어

!”

어서 시키기나해

.. 뭘 고르지?”

난 감기걸렸으니 생강차 먹을래 넌?”

... 쌍화차?!”

쌍화차 먹을만 하더라 그래 넌 그거 먹어

 

곧 차가 나왔고 우린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다 가은이가 자기가 제일 하고 싶었던 얘기를 시작했다

 

오빠! 근데 오빠는 나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

응 아무 감정 없으니까

...... 그렇구나... 난 떨리는데!”

“........”

오빠! 근데.. 있지..”

짧게 본론만 말해

ㅋㅋ...”

오빠 저번에도 한번 내가 물어봤던건데.. 오빠가 나한테 실망했던 것들, 배려하지 않았던 것들 고치면 나한테 돌아올 수 있어?

아니. 절대. 네버

“........”

다시 사귄다면 우린 똑같은 걸로 싸울거야

넌 다시 사귀고 한두달 정도는 고친척 하겠지. 아니 너도 고쳤다고 생각하겠지

“........”

근데 그건 고친게 아냐 분명 몇 달 지나면 똑같은 걸로 나한테 짜증내고 결국 또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매달.매주.매일 싸우게 될거야

내가 말했지. 사람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이십 몇 년 간의 생활패턴,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건 고치기 힘들다고

“........”

여튼 난 대답 제대로 했어

.... 진짜 오빠 확고하구나....”

..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이 요즘 참 많이 와닿아.. 정말 많이

“........”

알았어 오늘 나와줘서 고마워 오빠!”

“........”

아참! 그리고 이건 내가 어제 하루종일 실패하면서 겨우 만든거야!”

 

내미는 봉투를 열어보니 쵸코 브라우니가 들어있다

 

이거 가져가서 오빠 조 사람들이랑 나눠먹어근데 맛은 장담 못 한다!ㅋㅋㅋ

“........”

 

그렇게 봉투를 받아들고 찻집을 나서

가은이가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까지 서로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버스 곧 오겠다! 2분 후네기다려줘서 고마워 오빠!”

오빠

?”

있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싫어

들어나 봐봐!ㅋㅋ

뭔데?”

오빠! 크리스마스날 나랑 데이트 한번만 해줄 수 있어? 이번 크리스마스 딱 주말이던데!!!”

“........”

오빠 쉬는 날이니깐 데이트 한번만 해줘 응? ?”

“........”

크리스마스 우리한텐 어떤 의민지 오빠도 알잖아..?

“........”

약속한거다!!! 알았지??”

“........”

버스온다 얼른!!”

알았어

대신 그게 마지막이다

응응!!!! 알았어요!!!!!”

오빠 나 그럼 갈게! 크리스마스날 봐요!!”

 

마지막 약속에 한껏 신이 난 가은이는 그렇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한참동안을 멍때리며 서있던 나는

다시 연수원으로 걸어가며 아까 가은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이 요즘 참 많이 와닿아.. 정말 많이

 

사랑은 타이밍

 

과연 내가 이별을 고하기 전

가은이가 나에게 매일 이유없이 투정부리는걸 그만뒀더라면

내 표정이 어두웠던 걸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챘더라면

그랬더라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됐을까?

 

생각이 복잡하다

 

사람 인연이라는건 참..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의 반복, 선택과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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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쓸수록 분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네ㅋ

이번이 제일 긴 것 같아서 쫌 뿌듯함ㅋㅋ

첨에 내 만족을 위해 쓰려고 한다고 했는데

몇개 안썼는데도 쓰다보니 애독자도 생기고

흥분이랑 댓글도 많이 남겨줘서 더 신바람 나서 쓰는 것 같아ㅋㅋㅋ

여튼 앞으로도 이야기 끝날 때 까지 쭉 쓸테니깐

앞으로도 기대해줘!


아참 본문에 나오는 벨소리는 '슈프림팀-그땐그땐그땐' 인데

그노래 나올때부터 지금까지도 내 재생리스트에는 항상 들어가있는 내가 젤 좋아하는 노래야

저 벨소리는 아직까지 써...ㅋㅋ

그리고 가은이는 나한테 반말이랑 존댓말을 자기 맘대로 섞어서 썼었어

그래서 본문에서 보다시피 존댓말이랑 반말이 왔다리 갔다리 할거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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