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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Huntress] 그의 첫사랑 이야기

참치는C 2023.11.22 09:06 조회 수 : 849

안녕 여러분 ㅋ 솔직히 므흣한 이야기 보러 왔다가 나도 좀 끄적여볼까 하고 글을 씁니다 ㅋ


사실대로 다 쓰면 제가 누군지 알 수 있어서 ㅋ 나름 유명한 스토리였기 때문에 ㅋㅋ 창작을 좀 섞을께요.


그냥 TV극장? 논픽션 소설? 그런 종류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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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늘 공부만을 강요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 무기력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보다 돈을 벌고 잘 살게 된 이후가 그는 훨씬 불행했다. 매일매일이 고민이었고 힘든 생활이었다.


초등학교 때 줄창 부반장만 했엇다. 중학교 때는 과학고 입시에 그만 떨어졌다.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했었다.


그까짓 과학고가 뭐라고. 그는 탈락을 통보받은 그날 하루 내내 무슨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그는 지긋지긋했다. 어떻게든 이 굴레를 탈출해야만 했다. 그 방법은 모든 부분에서 1등이 되는 것 뿐이었다.


아버지는 늘 '2류인생' 운운하며 그를 괴롭히곤 했었다. 전교 1등을 해 와도 한번도 잘했다 수고했다 해준적이 없었다.


전국 1등, 아니 우주에서 1등이 되지 않는 한 그의 아버지를 만족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더 노력했다.


밤을 새고 입술을 깨물어가며 공부만을 했다. 한창 때 아이들이 할 수 있었던 모든 놀이와 휴식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그의 형에 이어 두번째였다.



그 순간부터 그가 사는 방식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순해졌으며 오히려 어머니가 드세졌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그에게 '2류인생'이라는 단어를 내뱉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직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는 지옥같았던 집을 나왔고, 혼자 지내기 시작했다. 금새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는 고요를 사랑했다. 작은 방 한구석에 앉아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그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대학이라는 곳은 그에게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계였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인상 찌푸리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유의 맛을 보았다. 그리고 마치 마약처럼 그 맛에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을 술과 보냈다. 불량학생들만 친다던 당구도 배웠다. PC 게임이며 나이트클럽이며 안해본 것이 없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 그가 받아든 성적표에는 선명한 글씨가 찍혀있었다. '학사경고'. 그는 당황했다.



한번도 낙제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는 그였다. 내신이던 모의고사던 언제나 1등급, 언제나 탑을 달려왔었다.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지............... 처음 그의 뇌리를 스쳐가던 생각이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 끝난 일이었다.


그는 대학생활 일체를 아버지와 공유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집에 들러 한끼 식사를 같이 하고 나올 뿐이었다.


그는 갑자기 지겹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을 하고 있는 자신이, 그리고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자체가.



군대에 입대신청을 넣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머리를 비워야 했다. 그에게서 열정같은 건 사라진지 오래였으니까.


날짜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그가 한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우편물 수령지를 부모님이 계시던 집으로 해놓은 것이었다.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군대에 자원했다는 사실에 무신경한 그의 형마저 놀라서 달려올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조용히 술을 한잔 권하며 설득을 했고, 공부가 힘들다면 잠시 쉬라며 그에게 여유를 주는 말을 했다.



혼자 자취방에 돌아와서 그는 많이 울었다. 혼자만의 이기심으로 가족들을 의심하고 배척했던 그였기에 더욱 슬펐다.


그는 군대를 가는 것은 취소하기로 하고 학교에 휴학을 신청했다. 그리고 장장 6개월동안 전국을 돌며 여행을 했다.


철저히 혼자만의 힘으로 여행을 다녔다. 주로 산이었다. 산에는 으례 사찰이있고, 한끼 식사와 잠자리를 빌릴 수 있었다.


때로 거지 취급을 당하고 쫓겨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스님들은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6개월이 조금 지나자 그는 다시 책이 읽고 싶어졌다. 자신의 방 한구석에서 즐기던 그 고요함이 그리워졌다.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는 가지고 있던 옷을 전부 버렸다. 치기에 휩쓸려 사들였던 힙합스타일의 옷들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잘랐다. 그날 이후로 그는 머리를 기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짧은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렇게 그는 학교로 돌아갔다. 처음은 책 한페이지 읽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내 자신의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그러던 어느 초여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교양수업을 들으러 간 그는 한 여학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하얀피부, 아직 젖살이 덜 빠진 듯한 귀여운 외모에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양쪽 치아에 덧니가 두드러진 아가씨였다.


그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 따위 믿지 않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였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이다.


강의를 듣는 두달 내내 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는데, 왜 그제서야 자기의 눈에 띄었는지 아쉽기까지 했었다.



그는 초조해졌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사는 곳은 어딘지, 아니 정작 이름조차 모르는 그 학생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새 학기는 끝나갔고 종강시간이 되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종강시간에 말을 걸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종강시간에 나오지 않았다. 몸이 아픈건지 그냥 땡땡이를 친 건지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는 좌절했다. 이름도 학과도 나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드넓은 학교를 다 뒤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하늘이 준 기회가 왔다. 수업 일수가 부족했던 교양교수가 방학 직전 보충수업을 하겠다고 한거였다.


그 보충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출결사항을 0점을 주겠다고 했다. 당연히 모든 학생들이 그 수업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그는 다시한번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훨씬 더 예뻐진 모습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녀는 그의 바로 앞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이게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무슨 짓이라도 해야했다. 그는 몰래 강의실을 빠져나가 매점에서 음료수 두캔을 사왔다. 말을 걸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강의실에는 그녀가 그 자리에 없었다. 또 땡땡이를 친 건가 그런 생각에 그는 일순간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하지만 잠시 스스로를 진정하고 자리에 앉으니, 그녀는 그와 같은 줄 끝자락에 앉아있었다. 자리가 불편했던 걸까.


그와 그녀 사이에는 나이가 좀 되어보이는 남자 한명이 있었다. 그는 더 잴 것도 없이 그 남자에게 음료수를 내밀었다.



뭐지 하는 남자의 시선에 그는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음료수를 전해달라 눈짓을 했다.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조금 재촉을 하자 남자는 대충 뭔지 알겠다는 듯 끄덕이더니 그녀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그녀는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부탁을 들어준 남자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녀와 그는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고, 그는 꾸벅 목례를 했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 그대로였지만, 이내 그에게 목례로 답했다. 그리고 책으로 다시 시선을 향했다. 그는 순간 보았다.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볼이 붉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그는 됐다 싶었다. 이제 말만 걸면 된다... 그는 그렇게 수업끝을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그는 말을 걸지 못했다. 소심한 성격도 있었지만 그녀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번개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녀를 쫓아가기는 어려웠다. 아니 어쩌면 어렵다고 자포자기해버린 것은 그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씁쓸하게 남은 음료수 한 캔과 주머니의 잔돈을 바라 볼 뿐이었다.


그렇게 방학이 되었고, 그는 한학기 고생한 한풀이를 하듯 친구들과 놀러다녔다. 그녀를 잊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했다.



사랑이란, 반한다는 것은 그런 것으로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그는 한달이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그리움은 더 커질 뿐이었다.


그는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다. 그가 그녀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그녀의 외모와 옷차림 뿐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이름을 달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전체에 글을 올리고, 학교 게시판에까지 인상착의를 언급하며 그녀를 찾았다.


그렇게 수소문한지 자그마치 한달하고도 반. 마침내, 어느 게시판의 글에 하나의 답글이 달렸다.



[그거 전데요.. 지난번에 음료수 주신 분 맞으시죠? 후후.]



그 순간 그는 환호를 지를 뻔 했다. 그녀도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곧바로 답글에 메일주소를 남기고 답장을 기다렸다.


그는 그녀와 메일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곧 문자로 대화를 했다. 그는 황제가 부럽지 않았다. 그녀를 찾아냈기에.


그렇게 둘은 만났다. 화려했지만 과하지 않게 파마를 하고 나타난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웃어주었다.


그녀와 그는 곧바로 연인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를 받아주었다.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행복이었다.



그녀는 그와 사는 곳이 멀었다. 방학을 하면 시골에 있는 본가로 내려가야만 했었다. 그는 아쉬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연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주말부부같은 생활이 이어졌다. 학생이었기에 차도 없었던 그는 그녀와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애태우며 문자와 전화만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군대였다.


그가 가는게 아니라 그의 친구 중 한명이 입대를 했다. 그의 친구들은 전부 그녀를 알고 있었기에 같이 환송을 했다.



그렇게 친구 중 처음으로 군대를 간 사람이 생기자, 그는 뭔가 가슴한편이 공허했다. 그녀는 그런 그를 위로했다.


왠지 모르게 우울해하기까지하는 그를 위해 그녀는 그에게 바짝 안겼다. 그렇게 둘은 첫키스를 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진게 아니었던 둘의 키스는 이내 멎었다. 그는 괜시리 미안해져서 말없이 웃었다.


그녀를 바래다주던 버스 정류장 한켠에서, 그는 다시 그녀에세 키스했다.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키스였다.



둘은 그렇게 사랑을 키웠다. 하지만 그는 어리고 미숙했다. 그녀를 기쁘게 해 줄 방법따위 알지 못했다.


공부 아니면 친구들과의 놀이밖에 모르던 그였다.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었다. 짝사랑의 감정 또한 몰랐다.


너무 쉽게 연인이 되어버린 것에 사랑이란 다 그런것이려니 생각하던 그였다. 그녀는 날로 지쳐갈 수 밖에 없었다.


만나서 첫키스를 나눈지 채 100일이 되지 않아 그녀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처음처럼 메일을 이용해서였다.



그는 억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그에게서 마음이 떠나버렸으니.


그는 구차하게 붙잡지 않았다. 쓸쓸히 이별을 받아들이고 그녀와 나누었던 모든 것을 태웠다. 그리고 버렸다.


단 한가지, 그녀가 준 목걸이 하나만큼은 차마 버리지 못했다. 실낱같은 희망이었을까. 아니면 미련이었을까.


그는 그렇게 그녀가 주엇던 그 목걸이를 간직한채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쏜살같이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첫 날, 점심을 대강 우동으로 떼우려던 그의 옆으로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지나갔다.


그녀는 화장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그가 사랑했기에. 하지만 멋지게 화장을하고 옷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그녀는 그를 보지 못한 듯 했다. 그도 이내 고개를 숙이고 그녀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짧은 재회는 끝이 났다.


그 이후로 그는 그녀를 학교 내에서 볼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피해다녔던 것일까. 그가 알 도리는 없었다.



그날을 끝으로 그가 그녀를 보게 된 건 졸업을 하던 당일이었다.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자르고 화장기는 없었다.


그는 그녀가 2년정도 외국을 다녀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졸업을 같이 하게 된 것일까... 그저 추측이었다.


하지만 끝내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리움보다 너무나 매정하게 자신을 내쳤던 그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자신에게 이미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그녀의 말은 그에게는 그저 상처였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해보라는 친구들의 응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파묻혀버렸다.


가끔 졸업앨범을 들춰 그녀의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반복할 뿐이었다. 전화를 걸 용기는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그녀를 잊어갔다. 새로운 사랑을 했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그의 품속엔 아직도 그녀가 준 목걸이가 남아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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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입니다 ㅋ 그때를 생각하니 또 센치해지네요 ㅋ 지나버린 추억이니까 아름답게 포장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십수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저는 그녀에게 미안합니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기왕이면 저처럼 예쁜 가정을 꾸려서 ㅋ


읽어주신 모든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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