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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가슴으로 느끼는 소리 (22)

먹자핫바 2024.04.05 16:56 조회 수 : 59



크으, 8월은 역시 너무 덥다.



거기에 고깃집 알바까지 하니깐, 아침저녁으로 땀투성이다.



게다가 내가 몸에 열이 많아서 땀을 많이 흘리는걸 보고



은영이가 미니선풍기하고, 데오드란트를 사줬다.



"오빠 너무 더위 많이타서 내가 뭐 좀 샀어. 자 봐봐. 이건 USB 연결해서 쓰는 선풍기고, 이건 겨드랑이에 뿌려서 땀, 냄새억제해주는


데오드란트야."



"은영아. 나 냄새났니?"



"아니~ 그건 아닌데, 나말고 다른 사람들 만날 때 오빠 땀차서 신경쓰일까봐 샀어. 냄새 나면 어때?"



"웩.. 냄새나면 좀 그렇지. 너 만날 때 말고는 쓸 때가 있을까?"



"오빠는 나 말고 다른 여자들이 귀여워서 잘 따라다닐 것 같아. 걔네들 만날 때 뿌려."



"바람피라고 장려하네?"



"뭐, 상관없어. 걸리지만 마. 걸리면 다 찢어버릴거야. 그리고 오빠가 날두고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응?"



하면서 날 앞에서 껴안는다.



"오빠. 오빠는 반응이 참 빠르다. 언제 이렇게 주니어가 화났어?"



"아.. 그런 말은.."



"왜애~ 우리 둘뿐이잖아~ 부끄러워하는거 귀여워."



63빌딩 스카이라운지 구석진 곳.. 근처에 사람들이 있긴하지만, 우리가 잘 보이지 않을것이다.



한강이 보이는 야경을보며 이런 자세로있으니.. 더 야릇하다.



"난, 너랑 얘기하다보면 갑자기 이래. 어쩔 수 없는거야 이건."



"상상하는거야?"



"아니, 굳이 상상은 안해도.."



윗 입술을 깨물면서 눈을 반쯤 감은채 날 쳐다본다.



"그..그렇게 쳐다보지마. 너 만나고 내가 얼마나 말을 더듬는지 알아? ㅠ0ㅠ"



"오빠. 나 매력없어? 왜 오빠는 나한테 먼저 이렇게 안해??           


이럴줄 알았지? 난 이런 반응이 좋아. 그냥 내가 좋아서 내가 하든, 오빠가 먼저해주든, 그냥 난 이런게 좋아.


그래도 가끔은 오빠도.. 흐흐."



"웃음소리가 변했어.."



"Chu~  우리 일주일만에 보잖아. 그동안 잘 지내쪄? 보자마자 바로 여기왔잖아. 얼굴 쳐다볼새도 없이.. 보고싶었어 오빠."



"나두 은영아."



포옹을 하면서 생각한다.



전화를 할 수 없으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만나지 못해도 그리움은 굉장히 커져있다는 것을..




"아. 맞다. 오빠 토요일 오전에 잠깐 시간 돼? 2주에 한번씩?"



"오전엔 아무것도 없어. 이제 알바도 주말에 안나가."



"왜? 그만뒀어?"



"그건 아니구, 오빠두 이제 복학하니깐, 도서관에서 전공 공부하려고 했지."



"히잉.. 그럼 안되겠네."



"왜 왜? 무슨일인데"



"엄마 친구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밥차봉사하시거든. 봉사자들이 많이 줄어서 오빠가면,


나도 가려고 했었는데, 공부를 방해할 순 없지."



"2주에 한 번이잖아. 그리고 은영이가 가자고하면 가야지. "



"우와아 정말? 괜찮겠어 오빠?"



"응. 괜찮아. 원래 공부 못하는애들이 더 바쁜척하는거야."



"오빠는 학점 몇이었어?"



"그런건 묻는거 아니야.~"



"헤에~ 학기 끝나고 성적표 뽑아와."



"엑? 집에도 안가져다주는 성적표를.."



"학점 잘받으면 내가 상줄라그랬는데.. 싫음 마~"



"그렇게 한번 말하고 팅기면 섭하지~ 공부 열심히할게. 응?"



"헤헤. 알아쪄. 그리고 이번주 토요일이야. 알았지?"



"그래. 배고프지? 얼른 밥먹자."




..........................................................................................................




일주일 전,



동아리에서 양로원에 다녀왔다.



당당하게 오빠랑 손잡고, 옆자리에 앉아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김상현이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까?



나의 모든 걸 믿어주는 사람, 사랑해주는 사람.



평생을 함께하고싶다. 오빠랑..




"우리 딸. 상현군이랑은 잘 지내니?"



"엄마. 빨리도 물어본다. 응 ! 완전 알콩달콩해."



"으이구~ 얘기 꺼내자마자 웃는거 봐. 그렇게 좋아?"



"응. 히히 근데 왠일로?"



"엄마 친구 미영이 알지? 걔가 자기 남편하고 밥차끌고 전국 돌아다니면서 봉사하거든. 자식들 다 외국보내고 집에만있으니깐


적적했던 모양이야. 두달정도 서울에 있으면서 매주 토요일에 서울역에서 하고있는데, 우리 딸하고, 상현군하고 같이 가서


일손도 모자란데 도와주고, 함께 더 오랜시간 있으면 좋은사람인지 아닌지 더 잘 알수있을테니깐. 우리 딸. 할래?"



"엄마 ! 나 할래. 오빠한테 내가 말해볼게. 금요일에 알바 늦게끝나는데 괜찮을라나.. 아, 그나저나 엄마. 나 물어볼게 있어."



"응. 뭔데?"



"엄마. 오빠 만났을 때 나 사실은 오빠한테 부담되는 질문할까봐 걱정했었어. 근데, 난 엄마랑 오빠랑 무슨 얘기했는지 전부는 모르니깐..


오빠는 좋은 얘기만 했다고하고, 엄마한테 물어보긴 좀 그랬는데, 정말 그랬어?"



"그럼~! 엄마가 헤어지라고 했을까봐?"



"아니.. 그런건 아니고, 집안사정같은거 묻고 막 그랬을까봐.."



"너 아직 스물한 살이고, 그 친구도 이제 막 전역했잖니. 어린데 그런걸 왜 물어보겠어. 나중에 너가 그 친구하고 정말 결혼하게 되면


물어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너희가 좋으면 되는거 아니겠어? 돈이야 있다가도 없는거고, 없다가도 생기는거잖니."



"엄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은영이 엄마 딸 맞지? 난 우리 딸 믿어."



"엄마..."



엄마를 와락 껴안았다. 엄마가 날 이렇게 믿어줘서 너무 기쁘다.



난 행복한 여자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얘가~ 너네가 지금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엄마가 날 그렇게 생각해주니깐 고마워서.."



"엄마는 너밖에 없는걸."



"엄마. 사랑해~ 헤헤"



"나도 우리 딸 사랑해."



.............................................................................






자신보다 날 사랑해주는 은영이.



내가 부르면 언제나 나와주는 친구들



그리고 후배 동환이.



내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 고깃집 사장님.





은영이를 만나고나서



'난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됐다.




'은영아. 고마워.'



'갑자기 무슨소리야~'



'너 때문에 오빠는 너무 행복하다.'



'헤에. 오빠 오늘도 고생했어. 도서관 공부 언제끝나? 내가 갈게. 보고싶어. 그런말 하니깐'



'너도 오늘 힘들었을텐데, 집에서 쉬어야지.'



'싫어. 갈래. 6시까지 오빠 집 근처로 갈거야. 나올거지?'



'으이구. 알았어. 사실 나도 오전에보고 또 보고싶은건 사실인데, 너 힘들까봐..'



'쟈기 이따봐~ '







아차. 한 명이 빠졌구나.




우리 엄마.




엄마가 요즘 무척이나 힘들어하신다.




공장에서 작은 부품을 다루는 일을 하셔서, 시력은 이미 너무 많이 떨어져있었고




집에오면 바로 주무신다. 잠이 많아지셨다.




그리고.. 조금씩 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엄마. 괜찮아요? 요즘 진짜 잠도 많아졌고, 식사도 잘 못하시잖아요."




"괜찮아. 배가 좀 아파서 밥이 잘 안넘어가서 그런거야. 아들은 신경쓰지마."




"그래도.. 일 쉬어야하지 않겠어요?"




"엄마가 돈 벌어야지. 반찬 해놨으니깐 얼른 밥 먹어."




"아, 오늘 여자친구 만나기로해서 잠깐 옷 갈아입으러 왔어요. 오늘 봉사활동갔다가 바로 도서관가서 찝찝해서.. 엄마는 밥 먹었어요?"




"이따 생각나면 먹을께.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여자친구랑은 어떠니?"




"엄마. 엄마 며느리감이에요. 조만간 데려올게요."




"상현아. 너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꼭 지켜줘야한다. 알았지?"




"엄마.."




평생을 남편없이, 그리고 부모에게도 버림받고 살았던 우리 엄마. 나밖에 없다.




가끔은, 대학에 오지말고 바로 돈 벌어서 엄마 일 안해도 되게 해줄 걸.. 이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지금도...




엄마가 저렇게 아픈걸 보니깐, 느긋하게 여자친구 만나고, 공부하는 것 조차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다..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저기.. 사람 찾으시나봐요."



"앗, 놀래라 은영아. 그 대사는 뭐야~"



"보고싶었어 ~! "



"아까 아침에도 봐놓구.   정말?"



"응~! 헤헤 나 착하지."



"그런데, 손에 든건 뭐야?"



"아, 이거 홍삼인데, 우리 엄마가, 오빠네 엄마 갖다드리라고 챙겨줬어."



"이런 것 까지 신경써주시다니.. "



"오빠. 나한테 잘하면 되잖아. 안그래?"



"응! 당연히 그래야지.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줘."



"잠깐만~"



핸드폰을 보더니 내게 내민다.



"엄마. 잠깐만. 오빠가 할 말 있대."



그 새, 어머니한테 전화걸고 날 바꿔준 것이다.



작은 소리로,



"야. 갑자기 이러면.."



"빨리~"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 상현군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네. 방금 은영이한테 홍삼 받았습니다. 이런 것 까지 신경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전 해드린게 없는데.."



"큰 것도 아닌데, 우리끼리는 그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 딸한테 잘하면 되지. 안그래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우리 은영이 잘 부탁해요. 그리고 내 친구한테 말 들었어요. 봉사활동 열심히하고 있다구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럼 나중에 또 보죠."



"네. 들어가세요 어머니."






"오빠. 엄마가 머래?"



"은영아. 갑자기 놀랬잖아. 서프라이즈한거 좋아하는구나."



"새삼스레. 다 알았으면서."



"아, 온김에 너 우리 엄마 보러갈래?"



"어? 정말? 근데 갑자기 찾아가도 되나?"



"괜찮아. 잠깐만. 전화해볼게."





신호음만 가고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 이상하네. TV보시나?"



"안받으셔?"



"응. 일단 가자."



"근데, 오빠네 엄마가 나 이런거 알아?"



"응? 아.. 괜찮아. 내가 다 말했어."



"머라구 안하셔?"



"머라고 할게 뭐가있어. 예쁘고 서로사랑하면 됐지. 안그래?"



"헤헤."







"엄마~ 엄마~"



"안녕하세요."



"엄마~ 어딨어요? 나가셨나?"



식탁에는 엄마가 해놓은 밥이 그대로 있다.



안방을 열어본다.



"엄마~! 엄마~!"



"어?... 오빠.. 빨리 병원.. 병원.."



엄마가 바닥에 쓰러져있다..



어떡하지?



만약 나 혼자 남겨지면.. 어떡하지?



우리 엄마.. 불쌍해서 안되는데



"오빠. 빨리."



자기 폰으로 119를 걸어 내게 건넨다.



"여기 ...~~~인데요. 우리 엄마가 쓰러져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은영아. 얼른 집에 가. 내가 알아서 할게."



"오빠. 그게 할 말이야? 오빠 옆에 있을거니깐 그런 말 하지마. 엄마한테는 내가 따로 연락할게. 어차피 내일 일요일이고 해서."



"은영아.. 그래도.. 너까지 고생하는거 싫어."



"그렇게 말하지 말라니까."



은영이의 눈이 빨개진다.



"엄마. 일어나봐요.. 엄마. 1시간 전만해도 나랑 얘기했었는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119 구조대원들을 따라 우리는 병원에 간다.






"오빠. 괜찮을거야. 걱정하지마. 응? 오빠는 혼자가 아니야. 오빠 엄마도 있고, 나도 있어. 알았지?"



"요즘 너무 고생하셔서 과로때문에 그러신가. 그렇지않아도 아까 나오면서도 엄마 요즘 몸 안좋아보인다고, 일 쉬라고 말씀드렸는데,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래도 오빠가 집에 가자고 해서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야."



"..."






"언제 쓰러지셨나요?"



"한 시간쯤 되셨을거에요."



"평소에 지병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그런건 없으셨는데, 요즘 야근이 많으셔서, 게다가 공장일이라 힘드셨을거에요. 20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일하셨어요.."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네요. 비용이 좀 나올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검사부터 해주세요."







은영이와 결혼하고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나한테 하는 것 처럼, 우리 엄마한테도 "엄마. 엄마" 하면서 잘 따를 것 같았다.



3~4년만 기다리면, 내가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더 이상 우리 엄마 고생 안시키고



우리 셋이서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고 싶었다.



과로겠지. 큰 문제 없겠지.



하지만, 너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은영이가 내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해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네."





"아들 맞으시죠?"



"네."



"가족관계를 보니깐, 아들 혼자시네요."



"네."



"어머니가 언제부터 저러셨나요?"



"굉장히 피곤해하신건 한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식사도 잘 못하시고.."



"음.."



입술을 꾹 다문 채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의사선생님. 10초간 정적이 흐르다가,



"CT 검사 소견으로는, 췌장암이 의심됩니다. 이미 진행이 많이 되서, 조직검사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하.. 췌장암이 워낙에 증상도 없고 발견하기 힘들지만, 왜 이제야 오셨어요. 만약 저희가 말씀드린게 맞다면, 항암치료도 듣지 않을겁니다."




이게 뭐야.



꿈을 꾸고 있는건가?




"네? 췌장암이요?"



"갑작스러우시겠지만.. 그렇습니다. 한 달...정도 일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까 전만해도 저랑 얘기 잘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은영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오빠.. 무슨 일이야? 응? "



아차.. 은영이는 듣질 못하지.



잠깐 고민한다.



사실대로 말할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하고 점점 거리를 두고 헤어질까.



은영이까지 고생시킬 순 없다.





"오빠. 생각하지말고 사실대로 말해. 나한테 거짓말 안하기로 약속했잖아."



"은영아."



"응. 말해봐."



"우리 엄마 어떡하니..흐흐..흑.."



"오빠... 나 보고 얘기해봐. 천천히."



내가 얘기하는게 맞는걸까?



괜한 부담주기 싫은데..



"오빠. 나 오빠가 얘기하기 전까지 기다릴테니깐, 천천히 정리하고 말해줘."



"은영아. 우리엄마..... 췌장암..이래."



"응? 암?"



"응.. 최근에.. 밥도 못 드시고, 배 아프다고만 하셨는데.. 이게 그렇게 큰 병일줄은 몰랐어.. 흐흐흑..."



"오빠.."



"나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너랑 결혼하고 우리 엄마, 너희 어머니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생각을 매일 했는데..


한 달 남았대 우리 엄마.. 은영아. 하.. 어떡하니.. 너무 불쌍해 우리 엄마..."



"그 생각. 꼭 이루어질거야. 나. 오빠 두고 아무데도 안갈테니깐, 일단 오빠네 엄마 치료하는거에 신경쓰자. 알았지?"



"은영아... 흐..흑..."



내 머리를 꼬옥.. 안아준다..



"오빠. 이제 오빠네 엄마보러 올라가자."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해야하지?"



"아직 검사가 정확한게 아닐 수도 있으니깐, 기다려보고.. 만약 정말 맞다하더라도 말씀드리지는 말아야지.


과로가 너무 심해서 몸이 많이 상했다고 얘기드리자 오빠."







"엄마.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병원이구나. 엄마가 깜빡 잠들었네. 요즘 밥을 못 먹어서 그런가보다. 의사선생님이 영양실조라고 그러더라."




아..



울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는다.




"엄마. 여자친구 왔어요."



"안녕하세요. 이 은 영 이라고 해요 어머니."



"어머니라고 들으니 이상하네요. 아줌마라고 해요. 그나저나, 첫 만남을 이런 꼴이라니.. 미안하네요."



"아줌마 아니에요. 어머니가 편해요. 허락해주세요."



"그렇게 해요. 그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우리 엄마는 췌장암 4기 확정 진단을 받았다.



수강신청 날인데,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은영이가 병원에 동환이를 데려왔다.



"형. 나 다 들었어요. 괜찮아요?"



"야. 그래도 너가 왔구나. 이렇게 일찍 고맙다 야."



"형. 빨리 수강신청해야죠. 과목 생각해둔거 있어요?"



"아니.. 아직.."



"최소 학점만 들어요. 나 어차피 이번학기 휴학하니깐, 어머니 괜찮아지실 때까지 내가 대출하면되니깐. 그리고 들었던 과목들이라


시험도 대신 봐줄 수 있어요."



"그렇게까진 안해도 돼.."



"형. 공부도 공부인데, 어머니가 더 중요하죠. 풍수지탄 몰라요?"



"..."



"이거 은영씨가 생각해서 나한테 말해준 방법이에요. 내가 들어야 할 전공 아니깐, 신청해놓을게요.


그리고, 은영씨 꼭 잡아요. 저런 여자 없어요. 어제 저녁에 나한테 만나자고 전화와서 나한테 관심있었나 했는데,


형 생각하는 마음이, 우와.. 나 진짜 깜짝 놀랬어요. 예쁜애들 얼굴 값 한다는 말 안믿게 됐다니깐요."



"은영이가 뭐라고 했는데?"



"아.. 나한텐 말하지 말랬는데.. 그래도 형이 이 말 들으면, 마음 잡을 것 같아서 말해주는거에요.


저보고, 대신 한 달 정도 수업 들어줄 수 없냐고 말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는데, 사정 들어보고 수긍했죠.


그리고 형 어머니 만나본 적 있냐고 물어봐서, 두 세번 있다니깐 뭐 좋아하시냐고, 자기가 반찬 해가겠다고 물어보더라니깐요.


형. 나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줄테니까요. 은영씨 놓치지 말아요. 무슨일이 있더라도. 알았죠?"



"..."





"오빠. 밤샜잖아. 들어가. 내가 있을게."



"응? 아니야. 너가 왜 여기있어."



"들어가서 쉬구 와. 그리고 오빠한테 사과할 거 있어."



"나한테 사과할거?"



"나 사실 오늘 오면서, 엄마한테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어. 여기 있으려면 말이야. 집에가서 쉬고, 오빠 편할 때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


엄마가 할 말 있대."



"은영아.. "



"미안해.. 그래도 뭐라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은영아. 그냥.. 난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 은영아.. 흐흑.."



"오빠. 울보야..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오빠가 힘내야지 안그래?"



"..."









"상현군. 쉬어야하는데 내가 괜히 불러낸 건 아닌가요."



"아닙니다. 어머님. 무엇보다, 내가 은영이가 저기서 고생하고있는게 너무 미안한데.. 어머니께서 데려가주실 수는 없나요."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네?"



"처음 만났을 때도 이야기 했었지요? 요즘 은영이가 행복해하는 것 같아서 나도 너무 행복해요. 상현군한테 감사하구요.


사람은, 받은만큼, 아니, 받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은영이도 나한테 그렇게 배웠어요."



"어머니.."



"우리 엄마. 은영이 외할머니도 췌장암이셨어요. 나도 두달동안 우리 엄마 옆에 있어봐서 알아요. 그 심정을요..


꼭 나으실거에요. 그렇게 믿어요. 그리고, 은영이는 고생하는게 아니라, 저 아이도 이런 경험을 하면서, 서로를 더 사랑하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너무 자주 운다..




"힘든게 있다면 말해요. 사정은 내가 들었어요. 그것도 사과할게요.. 친척은 없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나하고 은영이가 있으니


아무생각말고 어머니 옆에 있어요. 알았죠? 나중에 내가 한 번 들를게요. 얼른 가서 쉬어요."




"네.. 어머니.. 말씀만이라도 너무 감사합니다."





.....................................................................................................




쉴 수가 없다.



둘 다 자고 있을까봐 문을 살살 열고 들어간다.




은영이가 엄마 팔을 주무르면서 엄마랑 대화하고있다.



"어머니. 제 말 잘 들리세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소리를 못 들어서 대화가 잘 안되도 이해해주실거죠? 오빠는 잠깐 쉬러갔어요. 앞으로 제가 번갈아가면서 계속 올거에요.


어머니 다 나을 때까지요."



"아이고. 그러지마요. 힘들텐데.."



"하나도 힘 안들어요. 그리고 며느리가 시어머니 아플 때 이렇게 옆에 있는건 당연한거죠. 저 어머니 며느리 해도 되요?"



"우리 상현이를 많이 좋아하나봐요."



"네. 오빠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했어요. 어머니 퇴원하시면 바로 할까요? 오빠 잘생기고 착해서 다른 여자가 뺏어갈 것 같아서 불안해요."





더 못 듣겠다.



조용히 밖으로나와 계단으로 향한다..



눈물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젠 마를 때도 됐는데,



엄마 앞에선 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은영이가 저렇게 말하는걸 들으니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일까봐 밖으로 나왔다.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우리엄마 조금씩 더 야위어가는게 보인다.



하늘은 내게 은영이를 주시고



엄마를 데려가시려나보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있는게 너무 미안하다.





엄마는 스무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나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엄마의 그 소중한 청춘을 거름으로 쓰셨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내 친구들의 병문안, 은영이 어머니의 사돈어르신이라는 인사를 들었다.



꼭 완쾌하시길 바란다는 말과함께..







새벽 1시..



나는 느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이다.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에 누워서 자고있는 은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




"은영아. 일어나봐."



은영이를 깨운다.



"어? 엄마. 엄마.."



은영이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부른다..






이제는 말도 못하던 우리 엄마가



은영이의 손을 꽉 잡더니



"우리 상현이.. 잘 부..탁해요.."





라는 말과 함께



날 한 번 쳐다보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42살의 젋은 우리 엄마는



거름이 되어버린 우리 엄마의 청춘을 모으지 못한 채



나라는 꽃이 활짝 피는 것도 보지 못하고..



홀로 영원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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