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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꿈에 그리던 년 먹고 체한 썰 10

썰은재방 2019.12.28 08:46 조회 수 : 552

늦은 가을 어느덧 다가온 수정이 생일. 나는 생일이 너무 싫은 사람이야. 내가 뭐 챙겨주는 것도 스트레스고, 누가 내 생일 챙겨주는 것도 뭐 그다지 큰 감흥이 없어. 매년 있는 건데 뭘 그리 챙겨야하는지 월드컵도 아니고 젠장..




여튼 나는 뭔가를 해야했어. 돈 없다고, 이제 3학년인 나한테 빨리 취직하라고 맨날 볶아대는 수정이에게 더는 눌리기가 싫었어. 그런데 난 가난하잖아.. 방법이 없었지. 큰돈이 들지 않으면서 정성 어린 그런 걸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을 막 뒤져댔어. 그러고 찾아낸게 시발...립밥..존나 초라하게 자취방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밀랍을 녹이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어. 어쩔 수 없지 뭐.. 재료들을 주문했어. 한 3~4일 걸린다더군. 그러고 난 수정이를 만났어.




"오빠. 좀 있음 내 생일인거 알지?"




"그럼"




"얘기 안하고 있으면 모를까봐 내가 먼저 얘기한다 쳇"




"그럴리가 있나"




"근데 아무것도 준비 안하고 있는 거 같은데?"




"걱정말어 다 하고 있으니까"




"저번에 경원이 생일 호텔에서 했잖아..."




"....."




"오빠?"




"으..응? 그래서 너도 호텔에서 하자고?"




"응 내 친구들은 이미 그런 걸로 알고 있어"




"하아...무슨 생일파티를 호텔서 하냐"




"호텔 그렇게 안 비싸 오빠. 오빠 귀국했을 때 잡았던 호텔 알지?"




"수정아. 나 학생이야. 자취방 사는 학생이라고"




또 거대한 스트레스가 밀려오기 시작했어. 제기랄 그럴거면 걍 친구들이랑만 쳐 하라고. 난 안 가니까! 내 얼굴이 썩어버린 걸 눈치 챈 수정이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밀랍을 휘휘 저으며 녹이고 있을 때 수정이의 문자가 도착했어.




"오빠 나 생일파티 안하기로 했어"




짧은 문자였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란 걸 난 느낄 수 있었어. '돈 없는 너 이새끼 때문에 내 생일 파티가 없어졌다' 같은 거였지 뭐. 난 짜증이 나서 밀랍을 휘젓던 젓가락을 팽개치고 전화기를 들었어. 그간 공부하느라 끊고 있었던 포커에 다시 손을 대기로 한거지. 수원에 사는 친구놈 하나, 동아리 친구하나, 그리고 걔들이 불러온 몇몇 놈들 이렇게 포커치는 패거리가 있었어. 두 놈을 빼면 포커 칠때만 보는 사이니까 뭐 친구도 아니지.




20시간 정도 무릎, 허리가 아작이 나게 친 끝에 50만원 정도를 땄어. 그리고는 12시간을 몰아서 자고 난 뒤 퇴근하는 수정이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먹자고 했어. 서로 집이 너무 멀어서 퇴근 후에 데려다 주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난 저녁에 수정이가 내 방으로 와서 자는 게 아니라면 거의 안 만났었거든. 웬일인가 싶었는지 수정이는 헤헤거리며 약속장소에 도착했어. 그때의 난 이게 마지막이라고 거의 마음을 굳히고 있었는지도 몰라.




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쌀국수를 쳐먹고 난 뒤 아직 식사를 마치지 않은 수정이에게 20만원을 내밀었어. 포커쟁이 이름으로 이서된 10만원짜리 수표 하나, 현금 10만원. 수정이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더군.




"오빠 이거 뭐야?"




"생일 선물. 뭐 필요한지 몰라서 그냥 너 화장품이나 사라고 주는거야. 너도 이게 더 낫지?"




"고마워어어어 오빠~~~!!"




활짝 웃는 수정이의 얼굴. 난 필리핀에서 이후로 수정이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걸 처음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왠지 서글퍼졌어. 수정이는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조차 묻지 않았어. 심지어 그 수표 한 장을 자기 이마 위에 턱 붙이기까지 했어. 기분이 좋아졌는지 수정이는 내 방에서 자고 가겠다면서 먼저 얘길했어. 뭐 그건 거절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




집에 도착했고, 나는 마지막을 준비했어. 이제는 더 이상 차렷자세로 섹스할 필요가 없었어. 기분이 좋아진 수정이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화장실 너무 춥다고 투덜대는 것도 잊은채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왔어. 난 전기장판 온도를 맥스로 올린 뒤 옷을 모두 벗고 수정이를 내려다 보았어. 




이 여자는 수정이다. 학원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내가 하숙집에서 그 압도적인 엉덩이와 하얀 허벅지를 생각하며 내방에서 자위를 했던 대상인 그 여자다. 그리고 보라카이 남국의 바다에서 살을 맞대고 키스를 나누고 영화처럼 사랑을 속삭였던 그 여자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어.




그러고 내려다본 수정이의 얼굴과 하얀 나체에는 그 모습이 아주 아련하게나마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 느낌의 끝을 애써 부여잡고 하얀 수정이의 가슴에 입을 맞추고 봉긋하게 선 꼭지를 이빨로 간지럽혔어. 조심스레 두 손을 들어 수정이의 겨드랑이부터 골반까지 이어지는 풍만한 커브를 쓰다듬었어. 그 애무의 위력인지, 아까 주었던 20만원의 위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정이는 볼까지 발개져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어.




난 수정이를 뒤집어 어깨를 빨고 응꼬부터 뒤통수까지 일자로 쭉 개처럼 핥아 올렸어. 커다란 수정이의 엉덩이가 들썩거렸어. 나는 슬픈 마음이 되어 섹스를 때려치우고, 하숙집 그때처럼 이 엉덩이를 바라보며 자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 난 벌렁 드러누웠고, 이제는 수정이가 내 위로 올라와 내 몸을 핥아댔어. 포커를 치느라 삐걱거리고 쑤시는 어깨와 사타구니, 무릎까지 수정이의 보드라운 혀가 다녀갔어. 나는 전쟁에 지쳐 술집작부를 찾은 군인의 심정으로 수정이의 애무를 받았어. 마침내 단단히 발기한 내 남성의 상징이 그간 내 자존감과 남성성을 갉아먹은 이 마녀를 쳐부수자고 울부짖었어. 




예의 차렷섹스를 기대했는지 드러누우려는 수정이를 다시 엎드리게 해서 그대로 뒤로 박아넣었어. 뒤치기는 나도, 수정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세지만 이것이 짓눌렸던 나의 자존감을 최대로 회복할 수 있는 의식이라면 이 또한 좋으리라. 나는 내 앞에 개처럼 엎드린 수정이를 보며 최대한 힘차게 허리를 놀렸어. 수정이의 곧은 척추 곡선이 나의 개선을 축하했고, 엉덩이 양쪽으로 나있는 보조개는 여신의 웃음처럼 나를 환영했어. 귓가에서 곧 터키행진곡이라도 울려퍼질 것 같은 고양감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어.




방아 하나에 호텔, 또 하나에 패밀리레스토랑, 한 방아에 취직, 또 하나에 립밥. 나는 날려버리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 방아질을 해댔어. 습관처럼 이제 차렷자세로 돌아가려는 수정이를 뒤에서 짓누르고 난 끝까지 얼굴도 보지 않은 채 박아넣었어.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나서야 우리의 전쟁은 끝이 났어. 난 털썩 쓰러졌고, 차렷자세가 아니라 큰 쾌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정이도 내 옆에 드러누웠어.




"오빠 오늘 좀 과격하네"




"오랜만이라서"




"으이그..이렇게 하고 싶었음 말을 하지"




"수정아"




"응?"




"나 그 돈 어디서 난 건지 안 묻냐?"




"알바한 거 아니야?"




"아니 포커쳐서 딴거야"




"응? ㅋㅋㅋㅋ 으이그 땄어? 잘했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난 확고한 결심을 했어. 얘는 그냥 윤택한 생활이 필요한 거구나..나는 만들다 말아서 굳어진 립밤을 꺼내 수정이에게 보여줬어.




"이게 뭐야?"




"립밤. 니 생일 선물로 만들려다가 어려워서 중단했던 거야"




"응??ㅋㅋㅋㅋㅋ립밤??ㅋㅋㅋ 으이그 그걸 어디다 발라. 입술이 얼마나 예민한데"




"그래 그럼 이거 버리자"




비닐봉지에 재료들을 다 쳐넣은 뒤 난 옷을 입었어. 수정이에게도 벌렁 드러누워 있지말고 옷을 입으란 말과 함께.




"응 나 자고 갈건데?"




"아냐 나가자 바람쐬자"




떡치고 발가벗은 채 이별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난 수정이를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어. 큰길을 향해 몇걸음 걷다가 난 입을 뗐어.




"수정아 이제 우리 그만하자"




"응? 무슨 말이야?"




"헤어지자고. 나 너 만나는거 이제 힘들다."




"......."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정이는 더 이상의 이유는 묻지 않은 채 크게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나를 바라보고 말했어.




"잘 생각했어 오빠."




그리고 수정이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어. 그게 우리 사랑의 끝이었지. 나는 헤어진 뒤 겪는 흔한 아픔이나 미련도 전혀 없이 다시금 내 일상을 회복했어. 그걸 보면 난 이미 예전에 내 맘속에서 이 관계를 끝내버렸는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공부하고, 일하고, 포커를 치며 몇개월인가를 보내다 다시 필리핀으로 도주 겸 연수를 떠났어. 수원 원정을 갔다가 선생을 만나버렸거든. 카드 좀 친다고 깝치면 안되는거였는데..




2개월 정도 짧게 필리핀에 머물다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의 사랑을 만났고, 하나에 9천원 하는 싸구려 커플링만 내 손가락에 남긴 채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 그리고는 복학을 했고,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어. 그러던 어느날 같이 수업을 듣는 타과생 하나가 내 소문을 들었는지 필리핀에 가면 어떻게 노는지, 떡은 맛있는지 등등을 물어왔어.




이것저것 대답을 해주다보니, 자기랑 친한 선배 하나가 이번에 여자를 사귀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여자도 필리핀 내가 있던 지역에서 연수를 했다고 했어. 혹시나 해서 이름을 물어보니, 당연히 이름은 모르지. 사진이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했어. 다만 그 형 이름이 김땡땡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어. 




흔한 이름이 아니어서 난 집에 가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싸이월드를 찾아봤어. 그리고 거기 올라와 있는 사진에는 수정이가 있었어. 참 세상 좁지ㅋㅋ 이런 시발 결국 우리 학교 동문인가.. 데이트 사진에는 수정이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호텔도 있었고, 드라이브 사진도 있었어. 그리고 내가 만나 보지 못했던 수정이의 친구들도 다들 모여 둘을 축복하고 있었어. 이러면 수정이는 인생 성공한 것인가. 너무 신기해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 후 몇개월 뒤 수정이는 내게 연락을 해왔어. 필리핀 연수생 바닥이 좁아서 수정이는 내가 두번째 연수를 다녀왔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 같이 점심이나 먹자기에 난 길을 나섰어. 그때쯤의 난 정말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 사랑을 하고 있었기에, 수정이를 만나서 어떻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없었지. 그냥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마음으로 수정이를 만났고, 예상대로 난 아무 느낌도 받을 수 없었어. 열심히 밥을 쳐먹는 내게 수정이는 물었어.




"오빠 손가락에 그거 뭐야"




"반지. 커플링"




"누구랑?"




"얘기해도 모르지"




"필리핀 여자야?"




"어. 게다가 유부녀야"




"내가 그렇게 커플링 노랠 불러도 안하더니...섭섭하네"




"넌 9천원짜리 커플링 안 어울리니까. 곧 결혼한다며. 신랑이랑 예쁜 반지 껴라"




"어떻게 알았어?"




"이 바닥 생각보다 좁다. 축하해"




"올거지?"




"뭐 네 결혼식에? 미쳤냐 내가?ㅋㅋ 잘 살어라"




더 얘기할 것도, 곱씹을 추억도 없었기에 식사를 마친 우린 그대로 일어났어. 짧게 안녕이라고 얘기했고, 안녕이란 인사가 되돌아 왔어. 그렇게 내 인생에서 수정이는 완벽한 퇴장을 했어. 햇살이 평소보다 조금은 더 밝게 눈부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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