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6 13:11

20살때 교양녀랑 사귄 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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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5월 말이니까 그때가 정확히 1년전이네. 내 생애 가장 격했고 가장 드라마틱 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다신 못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난 부산에 살고있어. 내가 원래 공부를 못했는데 고2때부터 미친듯이 공부해서 부산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했어. 정말 기분이 날아갈것 같았지. 야자 한번 안거르고 열심히 공부했던 이유는 좋은 대학을 가면 논스톱 처럼 풋풋한 캠퍼스 낭만도 만들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친하게 지내고 서로 같이 밥먹고 수다떨고 엠티에서 능청스레 다같이 자는(내가 남고를 나왔어)  그런 상상에 더욱 공부를 열
심히 했던것 같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라고 이왕 즐길 캠퍼스 라이프라면 그나마 더 좋은 대학이어야 하지 않겠어?
 
아무튼 3월~4월달쯤 신입생으로 원하던 학과에 들어가게 됬고. 난 당연하다는 듯이 시간표도 여자 동기들이랑 같이 짜고 같이 수업을
들으러 매일 같이 갔지. 그렇게 여느때처럼 교양수업에 들어갔는데 진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뭔지 새삼 알겠더라. 사람이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하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정신이 몽롱해진다는데 그말이 사실 이었던 것 같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미묘하고 찌릿하고 가
슴이 저려오는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난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자연스레 여 동기들에게는 관심조차 가지 않더라.
 
그렇게 매번 그 목요일 4시 30분에 시작하는 그 교양시간. 그 교양시간의 그녀를 보기위해  다같이 수업째고 한잔 하자는 동기들의 말을 뒤로하고 난 항상 그 수업만큼은 절대로 째지 않았던 것 같다. 화장을 한듯 안한듯 뽀얗고 하얀 피부, 살짝 풀려 있으면 서도 끝은
 
날카로운 선이 아름다운 눈매, 허리에서 부터 미끈하게 나와있는 청바지의 엉덩이 라인, 그리고 검은 단발머리. 167정도 되보이는 살짝 큰 키. 나에게 그녀는 그땐 하나의 이상향 같은 존재 였던것 같다. 말이라도 걸어볼까...싶었지만.. 내 모습이 너무나도 초라하고 자신감조차
 
없었기에 (참고로 난 키 166이다.) 그렇게 난 교양 8주차 때 까지 말도 한번 못걸어보고 얼마후면 여름방학 이라는 교수님의 절망같은 말과 함께 나의 첫 사랑은 지는 것 같았다. 정말 놓치기 싫었다. 아니 놓치면 안됬다. 이대로 놓쳐버리면 영영 만나지 못할 것이고 이는
 
아마 반평생의 한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들더라. 결국 마지막 수업 때 그녀에게 용기를 내 번호를 따려고 항상 수업이 마치자 마자 쏜살같이 나가는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나는 수업 마치기 5분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 이라고 했던가.. 교수님이 나의 과제문제로 볼 것이 있다면서 나가려는 나를 불러 세우셨다. 울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교수님에게 교수님은 지금 한 청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대하고도 위대한 거사를 방해하시는 겁니다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가능할리가 있겠는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교수님과의 대화를 끝내고 나니 남은 것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그녀에게 건네 줄 나의 휴대폰만이 LED 빛을 영롱하게 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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