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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나는 경상도에 살았었어. 그것도 공장밖에없는 공업도시에서.
내가 20년동안 여기 살아보고 느낀건데 아무것도 볼게 없는 도시였지. 
옆동네가면 벚꽃축제하고 그러지만 내가 여행간때는 겨울이라 막막했었어.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된건데 그녀의 친구 두명과 같이 가는거였어.
당연한거지만 뭔가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어. 나는 여자애 한명이랑 가는건가! 하면서 패닉이었는데 말이지.
그녀가 자주 언급하던 친구들이었고 해외여행까지 같이가려는걸 보면 매일 몰려다니는 무리인거같아.
이름은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까 다 한번씩은 봤던 애들이었어.

계획은 부산으로 가서 구경하다가 우리집에서 묵고 서울쪽으로 올라가면서 전국을 구경하는거였어.
여행 가기 10일정도 남았을때 그녀의 친구들을 다 불러서 계획을 알려주면서 의견도 들어봤어.
여고생들 3명이 모이니까 내가 낄 틈이 없더라. 그녀도 평소보다 더 들떠서 이야기했어.

(한국에서 살던 집이 2층이라 넓긴 했는데 부모님한테 여자 3명을 데리고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하기 난감했어.)

KTX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한국 거의 끝에서 끝까지) 3시간이면 충분히 간다 얘기하니까 놀라더라.
일본은 오사카에서 도쿄까지만 해도 그정도 걸리니까. 영토의 개념이 다르다는걸 심감했었어.

그녀의 친구들은 자주 놀러왔었어.
내가 커피마시는걸 좋아해서 커피머신도 있었고 컴퓨터도 2대있는데다 게임기가 있으니 아지트로 썼던거 같아.

시간이 흘러서 여행을 가게 되었어. 새벽비행기를 타고 갔었지.
일본 유학가고나서 한국 돌아갈 때 마다 비행기 안에선 항상 긴장했어. 근데 그때는 더 긴장했던거같아.
성인남성 한명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3명이라니... 개방적인 분위기의 일본에서도 이상하고 한국에서도 이상해.

여행이야기는 마땅히 쓸게 없는거같아.
한국인이기때문에 어디에 뭐가있다는 다 알고있어서 나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어.
그리고 제주도를 제외하면 각 도시마다 관광지의 컨셉이 통일되지가 않는거같아.

위에서 언급했듯이 여행의 종착역은 서울 그리고 인천공항이었어.
서울에선 2일정도 머물렀고 호텔에서 지냈었어. 당연한거지만 방은 두개로해서 나는 따로 지냈었어.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점심즈음이어서 귀국 전날에 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공항으로 가는거였지.

마지막날에는 술을 마시게 되었어. 외국땅이니까 하루만 일탈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뭐가 하고싶나요! 라고 물어봤더니 한명이 '술!'이라 하니 다들 나도! 나도! 하면서 조르더라.
번화가에서 술 마시고 호텔로 들어가서 자려고했어. 근데 갑자기 그녀가 문자로 잠깐 나와달라는거야.
무슨 일 있나 해서 전화했더니 바로옆에있는데 왜 전화하냐면서 자기가 오겠다고 하더라.

내방에 들어오더니 친구들 다 자고있어서 심심하다고 잠깐 산책하자고 했어.
그렇게 그녀와 주변을 산책했어. 늦은시간인데도 눈부신 네온사인과 찬 공기때문에 술이깨면서 어지러워졌어.
현기증때문에 공원 벤치에 앉았어. 그리고 밤하늘을 보게되었어.
밤하늘을 보게되면 아무이유없이 달만 멍하게 바라보게 되더라.
그러던 도중 그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왔어.

그녀는 활발한성격이라 같이있으면 말을 멈추는때가 없던거같은데 그때만은 엄청 조용했었어.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며 말했어.
여행이 즐거웠다고. 좋은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나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줬어. 그녀가 말하고싶은게 있는거 같은 느낌이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다음에도 함께 여행하고싶다고 말했었어.
나는 또다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뭔가를 예상하고 그랬던건 아니지만 무언가가 나를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어.

그녀는 할 말이 있는거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나는 그저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그저 고맙단 말을 해줬어.
외국인인데도 거리낌 없이 다가와줘서. 매일 같이 있어줘서. 어떨땐 나에게 힘이 되줘서.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그런 말을 진지하게 하지 마세요 분위기가 이상해지잖아요' 라 말했어.
무거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예전의 활발한 그녀로 돌아왔어.
갑자기 그녀는 '예전에 사귀었던 후배말이죠. 좋아했나요?' 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 후배는 나에게 좋아하는 이상의 감정이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어' 라 답했다.
그녀가 헤~~ 하면서 미묘한 웃음을 짓길래 '그건 왜 묻는데?' 라 물어보니 그녀는 당황해했다.

내가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게된건 그때였던거 같다.

호텔로 돌아가는길엔 손을 놓지않고 걸었다. 다음날 일어나서 일본으로 돌아갔다.
무사히 여행을 마쳐서 기뻤다.

오사카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버스를타고 돌아가는길엔 다들 졸고있었어.
그녀는 내 옆에 앉았는데 일본으로 돌아오자 긴장이 풀린듯이 편안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자고있었다.





일본어만쓰고 가끔 영어쓰면서 살아가다 보니까 한국어로 글 쓰는것도 참 힘든일인거 같다.
단어 뜻이 생각안나거나 문법이 헷갈릴때는 찾아보면서 쓴다고 고생이야.

아까 늦은시간인데도 전화오길래 여러가지를 물어봤어.
그러다가 여행갔을때 뜬금없이 후배에 관한이야기를 왜 물었냐고 물어보니 잠깐 멈칫하다가 내가 후배랑 사귀는걸 내가 말하기 전에 알고있었는데 그때부터 헤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때마다 신경쓰였다고 하더라.
그말은 나에게 그 이전부터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다는거겠지. 갑자기 행복해졌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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