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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오빠. 나때문에 맛있는 거 먹다가 체할 뻔했네요. 미안해요."


"아냐아냐. 잘 먹었어. 미안한 건 나지. 괜한 걸 물어봐서"


"언젠간 물어봤을 거잖아요. 다 알아요. 그리고 나쁜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카페 갈래?"


"사실 오늘 영화도 보고싶었어요. 어렸을 때 엄마랑 영화 본 이후로 한 번도 안 갔어요. 한국영화는 자막이 안나오니 볼 수 없고,


외국영화는 자막이 나오니 그나마 좀 볼 수 있겠다 싶어서요."


"아 그럼 영화보러 가자."


"아뇨. 오늘같은 날. 카페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오늘같은 날?"


"비도 왔구, 마주보면서 얘기하고 싶어서요. 오빤 싫어요?"


"아니아니아니아니. 난 좋아."


"푸흡. 오빠 고개 흔들면서 아니라고 4번이나 말했죠? 귀여워요."


"아.. 이거 참.. 하하.."




"우와. 되게 이쁘다."


"오빠. 여기 마카롱 되게 맛있어요. 먹어봤어요?"


"아니 TV에서만 봤지. 색깔별로 너무 이쁘네."


"마실거하구요. 마카롱 먹고싶은 거 골라봐요."


"다 맛있겠네. 음... 난 블루베리하고 저거 산딸기."


"두개면 되요?"


"응. 밥도 먹고왔으니깐."


"그러면 에스프레소 마셔볼래요? 아메리카노하고 차이는 알죠?"


"둘다 커피 아니야?"


"아이 참. 마셔봐요. 그럼"


"여기 에스프레소 두잔 하구요. 블루베리, 산딸기 마카롱 두 개씩 주세요."



쿡쿡



"너도 저거 먹으려구?"


"네. 오빠 맛 센스 테스트에요."



"네. 만팔천원 입니다."


"카드 여기요."



쿡쿡



"야. 왜 너가 사. 저기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카드보단 현금이 낫죠?"


"오빠 일단 집어넣어요."



도도한 표정에 순간 멈칫했다.




"은영아. 왜 너가 돈을 이렇게 써."


"나중에 오빠도 맛집 찾으면 나 알려주면서 사주면 되잖아요."


"원래 맛집 알려주면 따라온 사람이 고마워서 사주는 거잖아."


"맛집이라고는 했는데, 따라온 사람이 맛 없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받아칠 수가 없다.



"너 말 왜 이렇게 잘해?"


"네? 머라구 했어요?"


"너 말 왜 이렇게 잘해?"


"그럴리가요. 에이 아니에요."


"그보다 아까 내가 대답 못한 게 있어서 너한테 말하고 싶어서."


"응? 뭐지? 말해주세요."


"아까 봉사활동 가고 싶다고, 언제 가냐구 물어봤었잖아."


"맞아요. 오빤 힘 있잖아요."


"이제 막 전역해서 복학도 안했어. 복학해도 그냥 아저씨인걸. 힘이 어딨어. 그래서 내가 생각해둔게 있는데"


"네? 뭔데요?"


"일단 마카롱 잘 먹을게. 아. 이게 에스프레소구나. 완전 쪼그맣네."


"오빠 그렇다고 그거 원샷하는거 아니에요."


"알았어.  으.. 보약 맛 나는데"


"이제 아메리카노하고 차이를 알겠어요?"


"이게 조금 더 진하네. 맞지?"


"맞아요. 물탄게 아메리카노에요. 하나 더 배웠네요."


"그렇네. 고마워. 아 참, 내가 생각해본건 말이지."



은영이가 두 손에 턱을 괴고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그..그렇게 쳐다보지마."


"왜요? 싫어요?"



갸우뚱하면서 쳐다보는데.. 미치겠다.



"아..그런건 아닌데, 아무튼. 크흠. 봉사활동을 꼭 동아리에서만 갈 필요 없다는 말이 하고싶었어.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하고 따로 가도 되잖아. 안 그래?"


"어? 그러네요. 근데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아죠."



"나. 있잖아."


"오빠요?"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요? 둘이면 되겠다. 셋까진 괜찮은데, 네 명 부터는 부담스러워요. 같이 갈 친구가 있으려나?"


"하지마. 둘이 가자. 우리 엄마가 아는 보육원 있어."


"오빠"


"응?"


"신기해요."


"뭐가?"


"보통 봉사활동 가면 학점이나 뭐 바라고 가는게 대다수인데, 오빠는 아니잖아요."


"너도 아니잖아?"


"그렇죠. 그럼 나 시험 다 끝나구나서 같이 가요~ 엄마한테 말하면 좋아할거에요. 빵 한 박스정도는 사주실걸요?"




어? 꽤나 적극적인데



얼굴보다 마음이 예쁘고 싶다고 하더니



이미 다 이룬 것 같구나 은영아.




"나 궁금한게 많은데 은영아."


"다 물어봐요~ 기분 좋으니깐 다 알려줄게요."


"정말이지? 약속"


"약속"



새끼 손가락을 건다.


손가락도 참 가늘다.. 다 이쁘다.




"하나씩 물어봐요."


"너 내 말을 어떻게 다 알아들어?"


"음? 그거 전에 말했었잖아요. 오빠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어? 저 말은 뭐지.. 관심이 왜 없긴 왜 없겠니.







어? 가슴 속에 있는 말이 바로 나와버렸네.


나 오빠 좋아해요. 라고 말한거잖아.





"그랬었나? 너무 신기하잖아."


"나 수화도 못해요. 아니 안해요. 수화 자체를 부정적이게 보는건 아니지만, 난 그러지 않고도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날 보면서 편견이 생길게 분명하니까요. 사람마다 말할 때 입모양이 다 달라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 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있지만요. 그래도 부족한거 없어요. 참 다행인 것 있죠? 지금은 문자나 메신저가 있지만, 옛날에 태어났으면 화선지에 붓글씨로


쓸 뻔했잖아요."


"하하.. 화선지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네."


"대답이 됐죠? 자. 또 물어볼 거 있죠?"


"내가 그 한정된 사람 중 한 명이잖아. 그렇지?"


"그런셈이죠."


"영광입니다. 이은영씨"


"그러지 마요. 오빠가 말을 또박또박 잘해서 그런걸수도 있잖아요."


"나 아나운서 준비할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그래.."


"오빠. 물어볼 거 또 있죠?"


"응. 근데 물어봐도 될까 모르겠네."


"약속했잖아요. 다 말해줄게요."


"넌, 남자랑 사귄적 있니?"


"아뇨. 없어요. 남자랑 사귄다는건 말이에요. 내가 조금이라도 여유 있을 때 그럴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 사람을


조금도 신경쓸 수 없는데 사귄다는건 어불성설이잖아요. 저 자신을 생각하고 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잡는데도 오래걸렸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그런데, 이젠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그래? 너 정도면 남자들이 많이 대쉬했을 것 같은데.."


"오빠"


"응?"


"나 예뻐요?"



헉..


난 나쁜 남자가 아니다. 멍청할만큼 솔직하다.



"응."


"어디가요?"




전부 다라고 하면 재미도 없고, 무관심하게 보일텐데



"전부 다라고 말할라그랬죠? 그러지 말고 생각해봐요."



들켰다.



"넌.."


"넌?"


"넌 얼굴도 예쁜데, 사실 얼굴 보기 전에 나 군대에서 싸이로 대화할 때부터 네 마음이 이쁘다고 생각했어."


"하하하하하핫"



아.. 얼굴이 빨개진다.



"하하 오빠. 미안해요. 그런데 비웃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깐 어땠어요?"


"갑자기 너무 많은걸 물어보니깐, 답을 할 수가 없네. 아 더워.."



은영이가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더니 부채질해준다.



"오빠 내가 부채질 해줄게요. 대답해줘요. 궁금해요."


"그.. 그게 말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너 나 쳐다볼 때 빤히 날 쳐다보잖아. 그 때마다 너무 귀엽고 예뻐."


"그리구요?"



우물쭈물하면서 계속 아래쪽을 쳐다본다.


은영이가 웃으면서



"내 다리 말하고 싶은거죠?"


"어? 아냐아냐. 생각이 안나서 그런건데 정말이야."


"오빠 나 볼 때마다 다리부터 봤구나."


"아니야 아니야 ㅠ 아니라니깐.."


"내 다리 예쁘죠? 괜찮아요."


"그..그렇긴 해."


"거봐. 다리만 봤잖아. 변태"


"아니야. ㅠㅠ 믿어줘."





이 오빠 너무 귀엽다.




"오빠. 나갈래요? 좀 걷고 싶어요."


"그럴래? 덕분에 맛있는 거 너무 많이 먹었다. 고마워. 잘먹었어. 다음엔 꼭 내가 살게."


"오빠. 이젠 맛집도 좀 찾아보고, 가서 친구들하고 먹어보고 나도 데려가요. 알았죠?"


"알았어. 약속할게. 자 약속."


"우리 약속 많이 하죠? 근데 여태까지 다 지켰으니깐 오빠도 다 지켜야해요. 알았죠?"


"응 알았어."





어두운 밤거리를 걸으면 난 오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거에요.


연습하고 싶어서요.


밤에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법을요.


나 밤거리 걷는거 좋아해요.


그런데 나갈 수가 없었어요.


내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오빠랑 밤거리를 걸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면


내가 걷고 싶을 때 오빠랑 같이 걸으면 되잖아요.






"너 집에 늦게 들어가도 되니?"


"네? 오빠 다시 말해줘요."


"너 집에 늦게 들어가도 되니? 데려다줄게. 들어갈래?"


"아 무슨말인가 했네. 괜찮아요. 내일 수업 없어요. 그리고 나 밤거리 걷는거 좋아해요. 근데 그럴수가 없었어요.


오늘은 오빠 있으니깐 걷고 싶어서요. 오빠 들어가야해요?"


"난 괜찮아. 너 걱정되서 그랬지."


"그럼 됐네요. 공원으로 가요."





일부러 말을 아끼고 있다.


내가 말을 걸었는데 자신이 못알아듣는 걸 알아차리면 속상해할까봐서..


그런데, 여자친구를 사귀면 이런 기분일까?


은영이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오빠."


"응?"


"나 몰래 말하면서 욕하고 있는거 아니죠?"


"아니야. 그런거."


"그럼 왜 말 안해요?"


"밤공기 느끼고 있는데?"


"바보. "






"됐어요. 늦었는데 들어갈게요. 버스타면 되요."


"어? 으..응. 데려다 줄게."


"오빠 나 어디 사는지 모르잖아요. 거기서 오빠 집까지 지하철밖에 없을텐데, 나 데려다주면 끊겨요."


"그래도 데려다 주고 싶어서."


"오빠 택시탈라그러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그래줄 수 있어요?"


"응. 얼른 가자."





버스 안.


우리 둘,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 고등학생 두 명 뿐이다.


은영이는 창밖을 계속 바라본다.


난 이 적막이 깨기 싫다.


버스 옆자리에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가고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스르륵.



내 어깨에 그녀가 기댔다.


자고있다.








오빠.


난 집에 갈 때 택시도 탈 수 없고, 오로지 지하철과 버스만 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때마다 맘 편하게 잘 수가 없어요.


내가 내려야하는 곳을 놓쳐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오빠를 잠깐 이렇게 빌려도 될까요.


마음 편하게 쉬면서 집에 가보는게 소원이었어요.


내 소원을 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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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환아 고맙다. 덕분에 집에 데려다주고 걸어오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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