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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스쳐갔던 인연 1-2

gunssulJ 2020.01.15 13:06 조회 수 : 104

이어서 바로간다. 오랜만에 쓰는데 많은 응원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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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 돌아봤더니 그 여자후배였다.


"선배! 같이가요! 동네로 가는거죠?"

"응. 너 나랑 같은 방향이냐?"

"네~ 저 선배 옆동네 살아요~"

"내가 어디 사는줄 알고 옆동네래~"

"선배 00동 사시잖아요~ 전 00동 살아요~"

"진짜? 신기하네 ㅋㅋ 가자 그럼"


같이 가는동안 고등학교 어디 나왔냐부터해서 몇년 동안 살았냐 등등 호구조사를 했다. 꿀꿀했던 순간에 나름 위로가 되었다. 혼자 동네로 돌아갔으면 참 쓸쓸했을것 같았는데 그래도 살갑게 얘기해주는 후배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갈수 있었다. 우리는 같은 전철역에 내렸고 버스정류장까지는 가는길이 같았다. 각자 다른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마침 버스 정류장 근처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선배~ 많이 급한 일이에요?"

"아니. 걍 일찍 나오고 싶어서 핑계댄거야."

"무슨일 있어요?"

"쫌 기분이 꿀꿀했었으~ 근데 지금은 괜찮아 ㅋ"

"나도 꿀꿀했었는데...그럼 우리 포차에서 한잔 할래요?"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나도 꿀꿀했었고 술친구가 필요한 순간이었으니까.

간단한 안주에 소주 한병 시켜서 한잔하기 시작했다. 막상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얘도 인생이 그리 쉽진 않아보였다. 나름 부지런하게 알바도 하면서 지냈었고 못살진 않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편도 못되어 부모님 걱정하면서 사는 평범한 대학생 중 한명이었다.


"선배는 뭐가 꿀꿀해요? 이제 선배 얘기 좀 해봐요."

"뭐가 꿀꿀하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안좋아해서 꿀꿀해. 그게 다야"

"어머! 엄청 이뻐요? 아니면 돈이 많나? 선배가 왜 싫대요?"

"몰라..그렇게 이쁘진 않은데 좋네 ㅋ 글고 이유를 알면 이러고 있겠냐..ㅋㅋㅋ"

"선배가 뭐 나쁘게 굴었다거나 뭐 이런건 아니구요?"

"나 진짜 존나 열과 성을 다했다"

"에이..그 여자 나쁘다. 솔직히 얘기해도 되요?"

"응 말해줘라"

"선배는 그여자랑 절대 다시 못사귈껄요? 그 여자는 선배 안좋아해요."

"가끔 그래도 연락도 오고 그러는데? 나랑 헤어질때 엄청 아쉬워했었단 말야"

"그건 선배 생각이구요. 걍 갖기는 싫고 남주긴 아까운 그런 사람? 얼른 잊어요 그니까"

"니가 어떻게 알어"

"같은 여자끼리는 대충 알아요"

"그냐..안그래도 걍 잊고 살라고 노력중이다 ㅋㅋㅋ"


진심어린 충고라 생각하고 나름 감사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얘기 들어줬다는게 고마울 따름이지. 후배는 엄마와의 트러블, 난 불여시와의 트러블을 원만하게 잘 넘어가자는 의미에서 건배를 했다. 요거 한잔 마시고 다 털어버리자고. 그 다음부터는 뭐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근데 이게 집이랑 가깝고 밖은 쌀쌀해서 그런가 포차에서 먹는 소주가 이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한잔이 두잔되고 한병이 두병, 세병으로 늘어만 갔다. 둘다 알딸딸 해질때쯤.


"선배는 차~~~~~~~~~~~암 눈치가 없는것 같아요"

"뭔 또 그지같은 소릴 할라고 밑밥을 까냐..ㅋㅋㅋ"

"선배!!"

"모!! ㅅㅂ 모!!"

"나~~~나~~~ 인기 존나 많아 우쒸..."


딱히 받아칠 드립이 없었다. 그래서 걍 나도 허세를 부렸다.


"ㅋㅋㅋ 어쩌라고 ㅅㅂ 나도 인기 존나 많아 ㅅㅂ!!!"


무슨 의도인지는 대충 감이 왔다. 그렇게 센스 제로인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얘가 나한테 약간은 호감이 있다는걸 사실 먼저 연락올때부터, 오늘 술자리 낄때부터, 나 나왔을때 따라 나왔을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관심사가 후배가 아니라 불여시다 보니 다만 모른체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니까 나랑 술먹는거 영광으로 알라구요~~~~"

"아이고~네네~ 저랑 포장마차에서 소주마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충 웃음으로 무마하고 또 한숨 돌렸다.


"선배 나 외로워요"

"인기 존나 많다면서 왜 외롭냐. 나도 존나 외롭다."

"몰라. 그냥 외로워. 외로운 사람끼리 짠이나 하자!"

"너 말이 점점 짧아진다."

"술먹었는데 좀 봐줘. 그까이꺼!. 자~짠!!"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내심 귀여웠다. 순간

'이런거에 많은 남자들이 넘어갔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아~ 손시려."

라며 내 점퍼 주머니에 자기 손을 넣었다.

살짝 당황해 쳐다본 날 보면서 헤롱헤롱, 히죽히죽 웃는 후배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일 내 얼굴 보고 쪽팔리다고 쌩까지마라"

"쌩까긴 뭘 쌩까~!! 나 데따줘~ 나 데따줘~~!!!"


'아..돈도 없는데 주말알바 할때까진 쫄쫄 굶겠구나'


생각하고 택시잡아서 집앞에 떨궈주고 난 집으로 왔다. 집에와서 씻고 누웠더니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선배 오늘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난 답장을 하지 않고 그냥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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