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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내 첫사랑의 시작은 고등학교 2학년 1학기였어.
내가 다닌 학교는 남녀공학이었고 특이하게 인문계와 공고가 함께 있는 학교였어
같은학년에서 1~9반까지는 인문계. 10~12반까지는 공고였지.
물론 건물도 달랐고 그 둘이 만날땐 운동장밖에 없었어.
인문계와 다른점이라곤 공고는 남녀 합반이었다는거야.
남자 3: 여자2 정도의 비율로 비교적 쾌적한 인구비율이였어. 남녀공학 나온 애들은 알겠지만
사실 1학년이 지나면 여자에 대한 환상이 많이 무너지거든.. 체육시간 옷갈아 입는거라던가.
수업시간 방구라던가... 화장실에 가서 똥싸고 오면 서로 놀리는 거라던가... 그런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시기가 와. 사랑도 그런가봐 정말 사랑이란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오는거 같아.
어느순간 다가와서 내가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그순간 그땐 이미 늦잖아
벗어나지도 잊혀지지도 못하고 얽매여서 어떻게해야하지 고민만 늘고 그렇게 빠지는건가봐.
내 자리는 맨 뒷줄에서 3번째 쯤이었나 그랬을거야. 평소처럼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어.
장난치던 아이들이 내 의자를 툭 하고 치고 가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서 문득 창문쪽을 바라봤지.
열려진 창문에 달린 커튼이 가을바람에 나부끼는데 그 사이로 (정말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강은하란
여자애가 턱을 괴고 창밖을 보는 모습이 너무 이쁜거야. 은하고 창밖을 보고 생각에 빠져있는 시간만큼
아마 나도 그렇게 은하를 쳐다보고 있었을거야.
그리고 그 다음날.. 그다음날의 다음날.. 몇일이 지나도 어느순간 난 계속 은하를 쳐다보게 되고
평소 나답지 않게 은하에게 말도 못걸어버리는 내 자신을 보게됐어.
왜그런지 모르지만 농담한마디 못건냈고 오히려 바보처럼 단답식으로만 은하와 대화할 뿐이었지.
어느순간 사랑에빠진 나를 인정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래 난 강은하를 사랑하는거야.
그 마음을 먹고 그다음부턴 강은하가 놀러가는곳도 따라다니고 강은하가 하는 말엔 더 웃어주고
그렇게 내마음을 표현을 하긴했지만 정작... 결정적인 사랑해 라는말은 입에서 안나오더라.
여름방학쯤이었나.. 모 라디오 방송이 특설무대를 설치해 우리 학교 근처에서 방송하는거야.
역시나 같이 놀러갔지 학교 애들과 함께 모여서 함께 가수 구경도하고...
그러다 한참 재밌던 순간에 내가 은하를 쳐다봤을땐.. 은하는 내 제일 친한 친구 어깨위에 무등을
타고 보고 있더라. 아... 다들 신나하는 모습도 천천히 움직이고 그 빠른 댄스곡도 그저
쿵쾅거리는 소음으로 천천히 들리기 시작하면서 내심장도 같이 쿵쾅대면서 아파오더라.
그땐 너무 슬퍼 나는 일찍 집에 갔어. 아무말도 못하고 아무 내색도 못했지.
그리고 여름 방학동안 나는 그저 집안일을 돕고 아이들하고 연락도 안하면서 그렇게 동네 형들과 함께
놀기만했어. 정말 학교애들이 보기 싫었어. 뭔가 내가 배신당한 느낌과.. 알아주지 않은 강은하도 미웠고
내 자신도 병신같았고.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가던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이쯤 되면 내마음도 정리 된거야 라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은하가 인사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하자고.
그런데 은하가 있어야할 곳에 은하가 안보였어.. 조례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은하와 친한 옆반애한테 가서 물어봤지. 가출했다고 하더라. 어디로 간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마음이 공허해지는 느낌이 이런걸까.. 싶기도하고.. 바보 같은 은하가 밉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 오히려 잘된거야 싶기도하고 혼란스러웠어.
그러면서도 너무 보고 싶은데 친한 애들도 모를만큼 비밀리에 도망간 은하를 찾을 방법이 없었지.
아마 내 첫사랑은 그렇게 입밖에 내보지도 표현해보지도 못하고 정말 병신같이 지나갔는지 몰라.
아니면 그일 이후 지난 4년까지 지속됐는지도 모르고.. 4년이 지나 오랜만에 동창회를 갔더니
남자놈중에 한놈이 은하 이야기를 하더라고 천안에 살더라는거야.
어떻게 알았냐고했떠니 싸이월드를 통해서 알았다고 하더라. (정말 싸이월드는 당시 인맥계에 최고봉)
그리고 그애를 검색해서 바로 연락을 했어...
첫통화를 할때 웃어야할지 진지하게 말해야할지.. 아니면 안부를 먼저 물어야할지 뭐하고 지내라고 물으면
실례일지 아닐지.. 너무 고민되는거야. 아마 내 첫사랑은 그렇게 4년이 지나도 더 이어졌는지 모르겠어.
연락후에 그애를 직접 만났을땐.. 정말 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됐어.
아직도 사랑하는진 모르지만 그냥 기뻣고.. 그리고 그때서야 그날에 4년만에 말했어
4년전에 너를 너무 좋아했다고.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나도 내 첫사랑을 끝마치기로 했다.
그건 말이야.. 아마 사랑했던 사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마음일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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