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고삐리가 이렇게 변한 건 모두 그 아이때문이었다.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이사를 많이 다녔던 이유는 하나였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쫓기고 쫓겨 다녔으며 하루에 한끼를 걱정해야 했다.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 그러듯 나역시 어린 마음에 부모님께 반항도 했었다.
급식비를 걱정했고, 매일 새벽 노가다를 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슬펐고 식당일을 나가시는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에 슬펐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들었는지 시도때도 없이 싸웠고 시비를 걸었으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웠다.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오시고, 사과를 하시고, 눈물을 흘리시고. 나는 징계를 먹었다.
그리고 밤에는 피씨방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심하기 그지 없는 내 생활에서, 그 아이의 한마디로 시작된 노래 부르는 일은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일과로 자리잡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혼자 노래를 부르고 그 아이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일분 일초, 답장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마저도 설레였고 즐거웠다. 마치 실컷 놀이터에서 실컷 놀고 집에 들어와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다 주시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이 이랬을까.
그런 편한 마음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이런 저런 일들을 그아이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들었어요.'
'이해해요.'
'화내지 말아요. 한번만 참아봐요.'
'바보 같은 오빠가 그러는 거 하나도 안어울려요.'
그 아이의 한마디 한마디가 우스개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마음에 새겨졌다. 그렇게 위안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의지가 되었다. 그러다 하루, 연락이 안되는 날이 다가왔다. 미친놈 처럼 하루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면서 기다렸다. 몇번을 걸었을까, 이렇게 연락하는 내가 무섭지는 않을까, 분명 부담스러웠을거야. 얘도 어린데...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며 10번째 전화를 거는 늦은 밤, 잔뜩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그 아이에게 버럭 화를 냈다.
'니 왜 전화 안받나, 니 내 죽일라카나.'
'미안해요... 오늘 아파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 평소와 다른 너무나 힘 없는 그 목소리에 나는 눈물이 났다. 아 내가 왜 이 아이한테 화를 내는 걸까.
멍한 머리로 끅끅 거리는 내 전화를 끝까지 들으며 그 애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연락 못받아서... 너무 아파서 이제 일어났어요. 정말 미안해요 오빠...'
뭐가 그리 미안한건지, 끅끅 거리며 우는 내게 자꾸만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과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울면서도 행복했다. 그때야 알았다. 난 이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고.
그렇게 한참을 아무런말없이 전화만 들고 있다가, 녀석의 한마디가 내 귀를 울렸다.
'기억나요? 나 어려서 감기 걸렸을때, 오빠가 노래불러준거?'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어려서 몸이 약하던 녀석은 잔병치레가 심했고 친구집에서 살다시피 했던 나는 그런 녀석에게 가끔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내 노래를 너무나 좋아했던 것이 그 뒤를 이어 떠올랐다.
'기억 난다. 기억나... 왜 노래 듣고 싶나?'
'응, 듣고 싶어요.'
나 좀 씻고 올게.
퇴근하고 씻지도 않고 쓰고 앉아있네.
다음편에서 끝낼거니까 시리즈니 뭐니 욕하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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